슈가 타운 시소 : 시작하는 소설
이필원 지음, 개박하 그림 / 다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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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혹은 설탕 눈.

그것이 내리 때면 사람들은 신기해하거나 놀라워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 다니지 않았고, 유나 역시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 다니지 않았다.

그대로 설탕 가루를 맞으며 학교에 가거나 편의점까지 걸어가곤 했는데, 지금껏 아무 이상이 없는 걸 보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 (-11-)

머릿 속이 왕왕 울렸다. 신경 끄고 제발 갈 길 가시라고 말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꾸할 필요 없이 저리 가시라고 손짓하고 싶었지만, 유나는 내키는대로 말하거나 움직이지 못했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오한이 들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입을 열었다가는 속에 든 것을 모두 게워 낼 것만 같다. (-47-)

마녀가 소리쳤다.

"살려줘요!"

유나도 질세라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도와 다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하나로 뭉개졌다. 현관문 밖에서 듣는다면 짐승 우는 소리처럼 들릴 터였다. 유나는 마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줄기를 보았다.

"이거 놔요!"

마녀에게 팔꿈치를 꽉 잡힌 유나느 어깨를 흔들며 더욱 새된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다. (-57-)

소설 『슈가 타운』은 애매하고, 모호하게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고 있었다. 주인공 유나 앞에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설탕처럼 달콤하고, 중독이 되는 그러한 눈이었다. 유나 앞에는 마녀가 있다. 유나가 보기에는 마녀지만, 실제로는 이웃 할머니 같을 것이다. 유나는 세상을 점점 더 왜곡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상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무너지는 순간, 몸도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으며, 내 몸속의 장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 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게워 낸다 하여도, 유나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더 무너져 내렸던 것이고, 유나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삶은 자신의 몸을 내려옿아야 얻을 수 있는 잔인하고, 매혹적이며,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며, 책 제목과 달리 매우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충동적이고,유혹적인 것들로 인해, 자신의 과오로 인해 무너지는 한 소녀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맛보고,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감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건 스스로 환각에 취해 있다는 것이며, 그 누구도 구해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에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한순간에 유나처럼 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그로 인해 회복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 소설은 그걸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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