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문답·계방일기 - 인간과 만물 간의 경계를 넘어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클래식 아고라 3
홍대용 지음, 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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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그대가 과연 허자로구나! 그런데 내가 무슨 술법을 썼단 발이냐? 그대의 옷차림을 보고 말투를 들으니 동해 사람임을 알겠고, 그대의 예절을 보아하니 겸손하게 나를 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느 겉으로만 공손함이고 오로지 진실됨이 없이 거짓된 것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으니,이것으로 그대가 허자라는 것을 안 것이지 내가 무슨 술법을 썼단 말이냐?" (-17-)

실옹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는 진실로 유학자로구나. 물뿌리고 청소하는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을 배운 다음에 성명, 즉 인간과 우주 반물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배워나가는 것이 젊은 유생이 배우는 학문의 순서다.이제 내가 그대에게 큰 도를 말하고자 하는데 모름지기 먼저 만물의 근원부터 알려 주겠다. 사람이 만물과 다른 점은 마음이요. 마음이 만물과 다른 점은 몸 때문이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묻겠다. 그대의 몸이 만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아라." (-25-)

계속해서 실옹이 말했다.

"옛날 증자라는 분이 말하기를 '하늘은 둥글고 땅이 모나면 네 귀퉁이가 서로 가려주지 못할 것인가.'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근거가 있는 말이었다. 하늘이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천지의 모양이 아니라 땅의 품성을 말한 것이라고도 하였다. 물론 옛 사람이 전하여 기록한 말을 믿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현재 눈으로 직접 보고 실증한 것만 하겠느냐? 진실로 땅이 모가 났다면 네 귀퉁이, 여덟 모서리, 육면이 모두 고르게 평면이고 가장자리 끝은 마치 ㄷ장벽처럼 깎은 낭떠러지일 것이다. 그대는 참으로 그렇게 보이느냐?" (-32-)

담헌 홍대용은 북학파로서, 1731년 영조 7년에 태어나 1783년 정조 7년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가 추구해왔던 학문의 깊이는 실용적인 학문, 실학과 연계되어 있었으며, 명나라가 추구하였던 중화사상, 성리학,주자학에 대해서, 정면으로 도전한다고 몰 수 있다. 평생 책만 읽었다고 자부하는 허자와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실옹, 이 두 사람이 만물의 이치에 대해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을 보면, 고대 그리스 시대 소크라테스가 추구하였던 문답법이 생각나게 된다. 그건 질문과 대답으로 세상의 이치를 논하고자 하였고,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한다. 서학과 동학이 서로 교류하였던 그 때 당시 영정조 때 , 조선 실학자가 추구하였던 실용적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으면, 의산문답 속에 숨여있는 18세기 천문에 대한 이해다. 홍대용은 우주의 운행 원리에 대해서,지구의 지전설을 중시하였으며,우주무한론을 추구하였다. 여기에는 그가 명나라 지식에서 벗어나 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지대한 노력에 있었으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천문 지식이 그 당시에는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해설에 홍대용의 생애 뿐만 아니라 천문에 눈을 뜨게 된 계기, 여기에 더해 2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했던 그의 가치관과 사상을 본다면,지금 살아가는 우리가 배우고 추구하는 세계관 또한 무너질 수 있고,우리에게 진리라고 생가했던 것이 앞으로 250 년뒤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친다. 그것을 인지하는 이들은 허자가 될 수 있거나 실옹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잇을 것이다. 중국 요녕성 평원 위 의무려산이라는 그곳이 중화사상과 오랑캐의 경계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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