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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 이발소
한주리 지음 / 소동 / 2023년 7월
평점 :
이발사가 이발소 문을 엽니다. 몇십년 째 한결같이 문을 엽니다.
이발사는 삐걱 소리를 내는 낡은 문을 능숙하게 고정합니다. (-20-)
가위 소리가
여러 번 반복되다 어느덧 멈추면
손님은 거울을 쓱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세면대로 갑니다.
잦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툭툭 털어 내고
이발한 머리 모양을 살피고는
살짝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손님이 일어나
똑같은 자세로 이발의자에 앉습니다. (-48-)
이발소가 하나둘 문을 닫고, 미자원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남자 전용 이발소의 추억이 아련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100년 가까운 세월을 오롯히 호로 지키느 이용소와 이발소가 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7-30, 서울 미래 유산 2013-161 로 지정된 성우이용원이 있다.이 이용원은 장발 단속이 심했던 박정희 정권 당시, 직원을 여럿 두고, 이발관을 운영하였으며, 손님들이 문정성시를 이룬 곳이다. 1927년 창업주 서재덕, 사위 이성순, 이들 이남열씨까지, 3대에 걸쳐 ,100년 가까운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이용원이며, 한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1950년 전후, 사람들은 배고픔에 허기가 져서, 배움보다 기술이 먼저였다. 일제시대부터, 광복 전후까지, 이발, 양복 관련 직업들이 늘어나고 있었으며,그 과정에서,이발소 의 전신인 이용원이 생겨났다. 만리동 이발소에는 과거의 추억이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현대식 이발소가 아닌, 40~50년 세월을 견딘 가위가 있었으며, 테이프로 동동 감겨져 있는 이발 빠진 플라스틱 빗, '바리칸 에 마르'에서 처음 제작된 수동식 이발기, 유니온에서 나온, 50년 이상 쓰여진 드라이어, 면도와 이발 필수 품으로 거품 솔이 있으며, 전분가루 통과 80년 넘는 나이를 가진 피대가 있다. 손때로 얼룩진 낡은 세월의 때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 둘 챙겨볼 수 있고,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