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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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3/19.수요일. 자정 5분 전. 아멜리아 이모가 오늘 몸시 심술궂다. 내 봉급이 적다는 말을 듣는 게 정말 싫다. 모욕적이다. 나는 사실상 말대꾸를 할 뻔 했다. 내가 적어도 이모보다는 많이 벌지 않느냐고. 하지만 다행히 말을 참았다. 아멜리아 이모도 불쌍하다. (-64-)


1952/3/23 일요일.밤 10시 반. 하루 종일 비가 왔다.봄이라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의 아름다웠던 봄날을 기억한다. 그때는 3월 21일부터 날씨가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오늘은 23일인데도 비만 내릴 뿐 아무런 변화가 없다.아마도이런 날씨 때문인지 몸이 좋지 않다.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157-)


에밀리우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낀 것는 볼품없음.단조로움,진부함이었다.천장의 전등은 그림자를 여기저기 퍼뜨리는 것이 줃된 기능인 것 같았다. 게다가 현대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다. 크롬으로 된 세개의 가지에 각각 갓이 달려 있는 디자인이었으나,절약을 위해 전구 하나에만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카르멘은 부엌에서 깊은 한숨 소리로 계속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녀는 설거지를 하면서 자신의 비참한 삶을 곰곰이 생각하는 주이었다.(-267-)


"아주 조심해야 한다.클라우디야.어디에든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다 내가 힘들게 겪은 일이다. 네가 너무 빨리 승진한다면, 동료들이 널 시기할 거야. 그러니까 조심해야 돼." (-292-)


그녀는 사진을 치우고, 집안일에 몰두했다.하지만 아무리 그런 생각을 눌러버리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그리고 뒤늦게 떠오르는 마모로의 기억.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아주 멀어져서 다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거리는 것 같았다. (-332-)


"이건 전부 습관이 문제야.담배도 건강에 나쁘기는 마찬가지인데,내가 이걸 포기할 건가. '담배가 당신을 죽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거야.사람은 습관이 생물이야.내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건 습관이 낳은 결과 중 하나에 불과해.난 그저 아직 자유에 익숙해지지 않았을 뿐이야." (-421-)


눈뜬자들의 도시, 눈먼자들의 도시, 돌텟목, 죽음의 중지, 카인,그리고 스카이라이트다.이 책들은 내가 그동안 완독한 소설이며,노벨 문학상 수상 이전에도 좋아했던 작가였다.그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그의 문체,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살펴보았고,세사에 대한 해석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 인간 사회의 환경 및 기후 문제에 대해 통찰하였고, 인간의 그로테스크한 미래를 예견하고자 한다. 물론 그가 쓴 죽음의 중지는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어, 죽음이 사라지는 궁극적인 이상향이 발현되면, 그것이야 말로 비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그의 초기 문학의 원형에 해당되는 <스카이라이트>는 그의 작품을 애정하는 독자의 입장으로 볼 때,상당히 의아스러웠다.그는 살아생전 이 작품,이 원고를 책으로 엮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주제사라마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나는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의 문학의 원형이 되고 있는 이 소설은 1950년대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1세기 지금이야 한국의 서울이나 포르투갈의 리스본의 사회상을 비교해 보면 경제적,문화저그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지만, 1950년대 우리의 삶을 보자면, 포르투갈 리스본의 모습은 상당히 서구화되어 있었고, 포르투갈이 잘살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내용이 무언가 우리의 삶과 중첩되고 있었다.


소설의 전체 구도는 연예와 사랑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회,가정에서 여성들이 각자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들의 삶에 하나의 일기장이 등장하고 있다.아드리아나의 일기 속에는 1950년대 포르투갈 여성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으며,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내밀한 삶이 기록된다. 그 일기를 훔쳐보는 누군가가 있었고,그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주제사라마구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관찰되고 있다.그릴고 이 소설의 핵심은 아멜리아 이모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있었다.


21세기 현재 기술적으로 지금은,1950년대 주제사라마구가 이 소설을 쓴 시점보다 살고 있다. 한국은 판잣집에서 살지 않고, 초가집도 없다. 하지만 195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은 서울과 다른 상당히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속기를 배우고, 뜨개질을 하였고, 집안일 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진취적이며, 여성성을 강조한다. 한국의 1970년대 잘살아보겠다는 모습이 이 소설에서,1950년대 주인공들의 삶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책속에 등장학로 있는 페으난도 페소아의 시에 대한 해석, 마리아 클라우디아와 도나 리디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한 남자 파울리누 모리아스가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내면의 여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리디아는 모리아스에 적절하게 어필하면서, 여성의 성적인 감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소위 이 소설을 보면,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가 허용하지 않았던 노브라, 그 모습이 소설 속에 그대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 소설을 주제 사라마구가 생전에 출간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소위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 <파수꾼>과 같은 성격을 지닌 것이 주제사라마구의 <스카이라이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면서,우리의 일상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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