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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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그리고 봄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쓴다고 말하는 조선희 작가는 『그리고 봄』을 쓴 이유가 우리 시대의 정치적 삶이 지금의 내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선 이후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지식인으로서, 저널리스트로서, 작가로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소설 속의 영한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고 그것이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봄』에는 ‘변증법의 희망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도 했다. 이 말에 책을 다시 읽었다. 작가가 말하는 그 마음이 책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지 꼭 만나 보고 싶었다.  

대통령선거 이후 1년. 상실과 혐오로 해체되었다가 화해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그리고 봄』에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생각과 행동이 있다. 수긍이 가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영한이 드라마 <환혼>의 대사인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p257)를 들으며 울컥했던 것처럼 역사의 한순간을 살아가는 가족의 삶에 정치가 개입되는 상황들이 내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다. 울렁거리고 일렁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변증법의 희망을 바라보고 싶은 작가의 그 마음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속에 있던 정희와 하민과 동민과 영한에게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 속에 내가 있었다. 

봄의 정희에서 부터 여름의 하민, 가을의 동민과 겨울의 영한을 거쳐 그리고 봄인 정희로 돌아 오는 동안 나는 작가의 시점이 남자보다는 여자, 아들보다는 딸에게 먼저 가 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곁으로 여자인 딸이 아닌 아들이 돌아오고 남편만이 자신과 함께 봄을 맞는다. 

분란을 일으킨 남편과 아들로 4인이 함께 하는 식사 자리가 사라진 봄의 정희를 위해 딸인 하민이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 점심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나 결국 그 자리는 뜻밖의 변수와 우연에 의해 교란되어 딸 하민의 커밍아웃 결혼 발표를 하는 자리로 변질된다. 정희의 말대로 상대를 바꾸고 고쳐야겠다고 하는 관계는 출발부터 잘못된(p27) 것이다. 부모에게 딸 하민의 행동은 플랜 A 플랜 B  정도가 아니라 프레임을 확(p28) 바꾸게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달라질 미래를 그려보는 것, 그 모든 것이 마음의 할 일(p67)이라고 말하며 딸이 내 곁을 떠난다기 보다 엘리사라는 아이가 우리에게 오는 것(p67)이라고 말하는 봄의 정희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여름의 하민은 가족을 버릴 수 없는 엘리사로 마음이 종이처럼 접혔다 펄럭였다 다시 폈다를 하는 동안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파트너도, 일도,(...) 내가 사는 나라도, 사회도, 내 맘대로 골라 가져보고 싶어(p118) 한다. 사람을 틀에 집어넣으려 하고. 고정관념들이 숨 못 쉬게 할 때가 있(p118)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엘리사와 함께 독일로 가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에 사랑에 있어서 대충이 아닌 최선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봄의 정희 곁을 과감하게 떠나는 하민은 여름 백성답게 정말 쿨해 보였다. 

집을 나오자 계절에게 학대를 당한 가을의 동민에게 여름은 습하고 무덥고 겨울은 습하고 추웠다.(p136) 집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CCTV에 감시당하는 기분, 정신세계가 스캔 당하는 기분이었다. 나의 음악, 나의 예술을 하려면 나의 공간이 필요했다.(p154)는 생각에 아버지로부터 당한 폭행을 핑계 삼아 집을 나왔다. 2년의 방황. 동민은 막막했다. 보이지 않는 건물을 지었다 허물고 지었다 허물고... (p154)를 하면서 이제 방황을 끝내야 할 때임을 자각한다. 갈 곳이 없는 친구 94와 달리 동민은 무지개 너머를 꿈꾼다고 해서 내 집의 안락함을 잊는 건(p96) 아닌 것이다. 자의식에 거품이 빠진 동민은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는다. 가을의 동민의 걸음이 당당해진다. 

겨울의 영한은 요가로 마음의 근육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p211)는 사실을 알아간다. 생각도 수십 년 똑같은 길로만 흘러서 골이 파이고 나면 경로를 바꾸기 쉽지 않다. 뇌세포를 나긋나긋하게 풀어주는 것 지금 영한에게는 몸의 요가보다 마음의 요가(p211)가 더 중요하다. 영한에게는 명상도 도움이 된다. 생각을 끊고 비우는 연습은 책 쓰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p263) 골라내서 비워내고 나니 무겁고 복잡했던 머리가 가볍고 개운해진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지식도 있다(p225) 는 것을 인지하면서 영한의 시간은 더 이상 춥지 않다. 

그리고 봄의 정희. 모든 일을 겪고 나서 그녀는 우리는 낯선 느낌과 모험의 짜릿함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곳을 그리워하며 여행에서 돌아오게 마련(p301)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봄이 좋다는 것을 느끼며 새롭게 피어나는 계절에 다시 가볍게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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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소설이다
#불안과 불편은대중의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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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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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고 웹툰에서 다양한 연재를 하며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 놓는 작가 봉봉의 첫 작품 집   『웰다잉 프로젝트』는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장르의 만화 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ANA 
최근에 읽은  『멋진 신세계』에서처럼 출산이 모체가 아닌 인공 자궁으로 대체될 수 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보여준다. 최초로 인공 자궁을 통해 태어난 아기의 이름인 ANA. 감성마케팅으로 인공 자궁을 계발한 메디테크의 주가는 120% 상승하며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선한 작용에 반하는 부작용인 미수령 아이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메디테크는 상페 절차에 돌입하고 ANA의 이미지도 추락할 대로 추락한다. 결국 아나와 가족들은 추락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ANA를 보며 불임부부에게 이 방법이 과연 축복일까? 의구심이 든다. 

2장 웰다잉 프로젝트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준비된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 4주에걸친 아름다운 인생의 피날레!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기회를 드립니다. 이곳 이 리얼리티 쇼! 『웰다잉 프로젝트』에서!’ 신개념 리얼리티 쇼 ‘웰다잉 프로젝트’에 뽑힌 세 사람.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나 결국 진정 아름다운 죽음은 단칸방 할아버지의 소박한 죽음이라는 것으로 웰다잉 프로젝트는 끝이 난다. 마지막 시간, 미련을 남기지 않고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이 웰다잉임을 보여준다.

3장 붉은 여왕
외모 교정 유전자 시술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얼굴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시술의 실패로 다르게 생긴 외모 소수자인 매트와 루이스 리들리. 이들은 외모 소수자들의 구원자가 되기 위해 성형 수술 방법을 되살리는 연구로 외모 교정 수술의 창시자가 된다. 이 수술로 외모 소수자들은 평범해지고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게 된다. 누구나 평범해질 수 있다는 말은 반대로 누구나 특별해질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4장 마지막 비행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젊은이들의 고통을 대변한다는 객기로  버스를 납치해 국회로 향하는 8015버스.  『마지막 비행』은 납치범들과 승객들 개개인과 이들을 취재하는 사람들의 비튜브 방송을 위한 수단으로 바뀌는 해프닝을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에 온갖 사람들이 개인 방송을 해대는 작금의 사태를 풍자하는 ‘마지막 비행’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 사건이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5장 햄스터가 손톱을 먹었다
자신이 키우던 햄스터가 자신의 손톱을 먹고 분신이 되어 나타난다. 손톱을 먹고 인간이 된 쥐는 원본인 인간보다 재주가 뛰어나다고 했으나 여자의 도플갱어는 여자보다 더 칠칠맞다. 자신보다 더 칠칠치 못하는 도플갱어를 챙기고 보살피며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사랑을 알아간다. 

6장 신은 변기
변기를 숭배하는 사이비 집단으로 가 버린 부모님을 찾으러 간 아들. 그들이 섬기는 신神인 변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을 본다. 이곳의 신도들은 이 행위가 기적이라 믿는다.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의 행동은 기적이 아니라 기행일 뿐이다. 믿음이 이기심에서 시작된 것인지 이타심에서 시작된 것인지 잘 살펴야 한다.

 『웰다잉 프로젝트』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환상 만화 앤솔로지(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따른 여러 작품을 모은 합작)로 상상 속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와 기이한 현재 상황들의 절묘한 결합들의 집합을 다소 섬뜩한 그림으로 냉철하게 표현해 놓았다. 실로 인간이 탐욕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풍자한 봉봉 님의 재치가 돋보이는 글과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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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낭송 공작소
이숲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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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꿈꾸는 낭송 공작소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계산의 언어인 C언어보다 감성의 언어인 시詩 언어에 매료된 작가 이숲오님의 신간 『꿈꾸는 낭송 공작소』에 등장하는 소년은 작가의 소년 시절의 모습이 투사된 인물 같고 노인은 작가의 미래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 같다. 또 소년이 만난 노인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으러 가는 노인 같기도 하고,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자말 월레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윌리엄 같기도 하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님 같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시 낭송을 하는 소년에게 “자네는 왜 시 낭송인가?”를 물어오던 노인의 질문을 받으면서 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정체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소년에게 노인은 대답 대신 또다시 질문을 한다. “자네는 시 낭송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읽다 보면 시를 낭송하는 소년이 ‘나’같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해서 책은 단순히 시 낭송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 낭송과 낭독의 차이와 시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과 배울 것들을 가르쳐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노인으로부터 보고 배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상도 소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향해 열려있다. 지금의 자리에서 혹은 상황에서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을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시 낭송과 낭독을 사용했을 뿐이다. 낭송을 하는 소년을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큰  ‘감성 노동자’라고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우리들이 감정 노동자임을 알게 한다. 노인은 시 낭송의 고수임에도 자신을 현란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소년의 질문에 즉답보다는 또 다른 질문으로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게 만드는 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밑줄 긋고 필사할 문장이 수두룩이다. 그중 내 마음에 박힌 문장은 “돌아보는 것이 늘 나쁜 일만은 아니다. 태도에 따라 누군가는 후회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복기라고 부른다. 둘 다 지나온 시간 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시간을 거스르는 일은 고통스러운 환희가 된다. 어김없이 내가 그곳에 버젓이 있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것이 겉으로는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사실 자신을 쓸쓸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p204)였다. 이 문장으로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감정을 매몰시키는 ‘후회’라는 것으로 인생의 한 지점에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과 후회가 아픔과 슬픔으로 괴로움에 빠지게 만들기는 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게 했다. 

그리고 백미는 시 낭송을 할 때 시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 소년에게 장고長考 끝에 답을 해주는 노인의 말이다. 
“우선 시時(때, 시각) 낭송이어야 하네. 시 낭송에서의 시간은 현재성을 띠어야 해.(...) 다음으로는 시始(비로소, 바야흐로) 낭송 이어야 하네. 새해 아침의 둥근 해처럼 처음 보는 듯한 설렘과 기대가 담겨야 하네.(...) 그리고 시示(보이다, 간주하다) 낭송을 추구하게. 이미지와 의도가 분명하게 보여야 좋은 시 낭송이라 할 수 있네. 평소에 사물을 보는 훈련이 크게 도움 될 거야. 관찰하는 힘이 낭송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잘 보는 능력은 잘 낭송하는 능력으로 옮겨간다네. 게다가 시施(베풀다, 도와주다) 낭송도 가능해야 할 거야.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려는 의지가 낭송에 담겨야 해. 혼자서만 만족하고 그치는 낭송은 외롭고 공허하지. 낭송가로부터 청중에게로 이어지는 연결을 항상 염두에 두고 낭송하게. 끝으로 시是(옳다) 낭송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네, 진실을 담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낭송은 듣는 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으니 말일세.”(p211)

노인의 이 말이 나에게는 “살아가는 데 우선 먼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해야 하고, 매일 하는 일도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 겉이 아닌 내면을 눈에 박히듯이 선명하게 관찰하도록 애쓰고, 그렇게 가지게 된 힘으로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줄도 알아야 하며, 끝으로 도리에 맞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와닿았다. 

책의 끝자락 집을 떠나 보니 비로소 자신이 보였던 소년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품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내 것과 내 주위의 것들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외피와 내피를 번갈아가며 존재했다. 때로는 배를 드러내다가 때로는 등을 보이는 식이었다. 그러니 어느 것도 일방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절대적으로 옳지도 않았다.’(p213)는 고백 같은 말이 앞으로 주어진 삶을 지금처럼 살겠다는 다짐으로 들렸고,  ‘시련은 결코 깨달음을 내버려 두고 홀로 오지 않는다.’(p223) 는 것을 알게 된 ‘감성노동자’인 소년의 ‘낭송은 그리움이 내면에 가득 채워지는 순간 완벽해질 것이다.’(p230)는 고백이 노인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 같았다. 

어디에선가 오늘 하루가 길었던 감정 노동자들의 감정을 보듬어 자신의 감성으로 상쇄시켜 주고 있을 소년의 낭송이 어느 공원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꿈꾸는꿈공작소
#이숲오
#소년과노인의아름다운낭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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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지음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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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의 저자 골디락스는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며 가장 좋은 점은 마음 깊이 숨어 있던 슬픔과 아픔, 그리고 추잡한 감정이 꽤 아름답게 포장되어 밖으로 나온다는 것. 앞으로 써야 할 글이 많다. 아무것에도 중독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제10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는 제목부터 독자들에게 자조적인 물음을 던지며 시작한다. 

‘누구’가 아니라 ‘어디서부터’인지를 찾아가는 그녀는 부모와 불안정 애착을 맺은 채 어른이 되었(p8) 음을 인정하고, 부모님에 관한 자신의 감정이 뿌연 안개 같은 불편함이었다(p22)고 시인하면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가족 누구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받지 못했던 그녀는 20대 시절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공감이나 위로를 받지 못할 것이고, 내가 내 모습 그대로 이 집에서 완전히 공감받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p40)라고 털어놓는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를 위로했던 것은 편의점 초콜릿의 달달함이었다.  

어린 시절 깨고 던지고 부수면서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면서도 이혼하지 않는 부모님과 살았던 그녀는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그 분노가 지나간 자리, 의문도 지나간 자리에는 안쓰러운 마음만 남는다.(p90)

작가의 말처럼 행복한 가족도 있고, 불행한 가족도 있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기 위해 애쓰는 가족도 있다.(p48) 행복은 상대적이고 각각의 집들마다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기 때문에 행복의 기준은 모호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가족은 불행한 가족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스스로를 잘 모르는 그래서 술만 마시는 61년생 전종덕과 사랑을 받는데도 주는데도 익숙하지 않은 58년생 김정자에게 전가시켰다. 

그러다 조금씩 글을 쓰면서 그녀가 몰랐던 사실들을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자신이 만든 전제가 오류였음을 인지한다. 사랑만으로 시작한 결혼은 유통기한이 짧다. 이해관계만으로 시작한 결혼은 불행하다. 이상적인 결혼이란 사랑과 이해관계가 잘 어우러진 관계다. '행복한 결혼'은 사랑과 이해관계의 절묘한 조합, 그 어딘가에 있다. 결혼이 사랑만으로 유지된다고 생각했던 20대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랑과 이해관계를 어우러 생각하면 둘의 결혼 생활도 뭐 나쁘지 않았다.(p47)는 것과 객관적인 사실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의 기억이 현재 자신이 가지는 생각에 따라 편집될 수 있다(p207)고 인식한다. 

희생이 숭고한  가치가 되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개인의 행복에 죄책감을 느낀다.(p171) 그리고 가족 안에서 나의 희생이 누군가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희생이 결코 아름답거나 고귀한 것이 아니(p168)며 사랑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음을 글을 쓰며 알아간다. 

이제 외부에서 사랑을 찾아 내 마음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가득한 사랑을 발견해야 한다(p166)는 것과 부모는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는 방식의 사랑’을 자식에게 준다(p181) 는 것을 안다. 

그녀가 겪었을 수많은 체험과 상처받은 아이로 체엄되어 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시간들을 직시하고 현실을 파악해서 자신의 상처가 고작 두 줌 짜리였다고 글로 써 내려놓고 바라보니 흔한 가족, 뻔한 아픔이었다(p187)며 글을 쓰면서 후련했다. 서운하고 분노하며 질투하기도 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줘도 안전하다고 느꼈다(p190)고 하는 그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 걷다 보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문득 살아 있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하는 두 아이가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볼 때, 오븐에서 호박 고구마가 구워질 때, 은행나무에서 나뭇잎이 하나 살랑 떨어질 때도, 코가 찡할 만큼 추운 겨울날에도 문득 살아 있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삶의 기회를 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다(p210)고 말하는 그녀의 고백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제는 사랑을 먼저 주는 것이 사랑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밖이 아닌 자신 안의 사랑을 찾아내는 그녀가 부모에게 사랑을 주러 온 자식이 있고, 사랑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다(p67)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미움과 분노만을 가졌던 자신 안의 어린 ‘나’와 화해하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족은어디서부터잘못된걸까
#골디락스
#제10회브런치북대상수상작
#어른금쪽이들을위한회복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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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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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나, 나, 마들렌』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2021년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으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 상 그리고 2018년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의 신작 도서 『나, 나, 마들렌』에는 책의 제목이 된 <나, 나, 마들렌>을 포함해서 문학잡지와 영화제에 기고했던 단편 소설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부터 <젤로의 변성기>와 <한나와 클레어>, <세네갈식 부고>, <김수진의 경우>, <나, 나, 마들렌 >, <마치 당신 같은 신>까지 읽다 보면 김초엽 작가가 ‘이 소설은 도무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의 마음에 나를 첨벙 담갔다가 끄집어 낸다.(...) 그리고 이 모든 마음이 어쩌면 한 인간에게도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무수한 마음들을 엮어 독자를 향해 쏘는 단 한 발의 화살.’이라고 추천사를 쓴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그 한 발의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 맞아보면 알 수 있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초토화가 된 서울에서 감염자보다 비감염자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의 내용이 SF 같기도 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는 재난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관계에는 아주 강한 관성이 있었다. 둘 다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도 관계는 순순히 끝나주지 않았다.’(p28)는 주인공의 독백 같은 말이 초토화가 된 도시에서 죽지않고 살아가야 할 그녀에게는 살아남을 이유가 되어 준다.

<젤로의 변성기>
‘젤리-젤라-젤로몬’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목소리를 맡고 있는 50대 성우 오선재의 목소리에 나이 듦이 찾아온다.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었든 일어나야 할 일들은 일어났을 것이다.(p54)’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어리고 이쁜 21세의 ‘이희강’의 존재로 자신의 목소리에 찾아온 변성기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나와 클레어>
삶에서 갑과 을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나와 클레어는 사실 옷만 바꿔 입는다면 누가 한나고 누가 클레어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닮았다.’(p116) 세상에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세네갈식 부고>
도서관에 불을 지르기로 계획하는 ‘나’는 ‘얼핏 만드는 일과 지키는 일 중 전자가 더 중요하고 어렵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건 착시다. 인간을 만드는 것까지야 뭐 대충 아무나 최소한 두 사람만 모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기껏 만들어놓은 한 인간이 죽지 않게 돌보아 주는 일은 누구한테나 어려운 것’(p125)이라 생각한다.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 만드는 일보다 지키는 일이, 죽지 않게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고 어렵다. 그리고 죽는다면 그 죽음에 세네갈 식 예의 바른 표현인 “그 사람의 도서관이 불탔다.”(p126)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친구 드바를 위한 애도로 상실감에 불을 지르는 그의 결단이 진정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만용이었을까?

<나, 나, 마들렌 >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생각으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참수몽을 꿔왔던 주인공 ‘나’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마음의 불일치 혹은 생각의 불일치로 자기분열을 하는 ‘나’는 마들렌의 감자 친구이고 마들렌은 나의 과자 친구이다. 과자 친구 입장에서 마들렌이 좋지만 몹시 미웠고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가 싫었다. 마들렌에게 들키지 않고 조심하면서 나는 ’나‘를 잘 숨겼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마들렌의 눈앞에서 그리고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피자가 치즈를 늘어 뜨리며 갈라지듯 찌익, 쩌억하고 둘로 나뉘었다.(p225) 이 모든 상황에 나 스스로 질려 있었다. 지긋지긋한 나들의 의식의 연쇄 속에 불쑥 하나의 목소리가 솟았다. 진정해. 또 쪼개지면 어떡할 거야.(p226) 그러게 또 쪼개지면 어떡할 거야?

책 표지의 그림과 ‘세계는 조금 고상하고 많이 상스럽고 쓸데없이 비장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실없는 농담이다.’는 글이 이해가 된다. 하나의 몸에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스스로를 나답게 만들고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복잡하고 치열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끊임없는 자기분열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나의 마들렌 앞에서 둘로 갈라지고 싶은 적이 없었는지. 만드는 일과 지키는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옷만 바꿔 입으면 을과 갑은 같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나의 늙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끝없이 하게 된다.

#나나마들렌
#박서련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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