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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2023년 『나, 나, 마들렌』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2021년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으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 상 그리고 2018년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의 신작 도서 『나, 나, 마들렌』에는 책의 제목이 된 <나, 나, 마들렌>을 포함해서 문학잡지와 영화제에 기고했던 단편 소설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부터 <젤로의 변성기>와 <한나와 클레어>, <세네갈식 부고>, <김수진의 경우>, <나, 나, 마들렌 >, <마치 당신 같은 신>까지 읽다 보면 김초엽 작가가 ‘이 소설은 도무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의 마음에 나를 첨벙 담갔다가 끄집어 낸다.(...) 그리고 이 모든 마음이 어쩌면 한 인간에게도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무수한 마음들을 엮어 독자를 향해 쏘는 단 한 발의 화살.’이라고 추천사를 쓴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그 한 발의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 맞아보면 알 수 있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초토화가 된 서울에서 감염자보다 비감염자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의 내용이 SF 같기도 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는 재난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관계에는 아주 강한 관성이 있었다. 둘 다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도 관계는 순순히 끝나주지 않았다.’(p28)는 주인공의 독백 같은 말이 초토화가 된 도시에서 죽지않고 살아가야 할 그녀에게는 살아남을 이유가 되어 준다.
<젤로의 변성기>
‘젤리-젤라-젤로몬’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목소리를 맡고 있는 50대 성우 오선재의 목소리에 나이 듦이 찾아온다.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었든 일어나야 할 일들은 일어났을 것이다.(p54)’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어리고 이쁜 21세의 ‘이희강’의 존재로 자신의 목소리에 찾아온 변성기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나와 클레어>
삶에서 갑과 을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나와 클레어는 사실 옷만 바꿔 입는다면 누가 한나고 누가 클레어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닮았다.’(p116) 세상에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세네갈식 부고>
도서관에 불을 지르기로 계획하는 ‘나’는 ‘얼핏 만드는 일과 지키는 일 중 전자가 더 중요하고 어렵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건 착시다. 인간을 만드는 것까지야 뭐 대충 아무나 최소한 두 사람만 모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기껏 만들어놓은 한 인간이 죽지 않게 돌보아 주는 일은 누구한테나 어려운 것’(p125)이라 생각한다.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 만드는 일보다 지키는 일이, 죽지 않게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고 어렵다. 그리고 죽는다면 그 죽음에 세네갈 식 예의 바른 표현인 “그 사람의 도서관이 불탔다.”(p126)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친구 드바를 위한 애도로 상실감에 불을 지르는 그의 결단이 진정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만용이었을까?
<나, 나, 마들렌 >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생각으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참수몽을 꿔왔던 주인공 ‘나’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마음의 불일치 혹은 생각의 불일치로 자기분열을 하는 ‘나’는 마들렌의 감자 친구이고 마들렌은 나의 과자 친구이다. 과자 친구 입장에서 마들렌이 좋지만 몹시 미웠고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가 싫었다. 마들렌에게 들키지 않고 조심하면서 나는 ’나‘를 잘 숨겼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마들렌의 눈앞에서 그리고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피자가 치즈를 늘어 뜨리며 갈라지듯 찌익, 쩌억하고 둘로 나뉘었다.(p225) 이 모든 상황에 나 스스로 질려 있었다. 지긋지긋한 나들의 의식의 연쇄 속에 불쑥 하나의 목소리가 솟았다. 진정해. 또 쪼개지면 어떡할 거야.(p226) 그러게 또 쪼개지면 어떡할 거야?
책 표지의 그림과 ‘세계는 조금 고상하고 많이 상스럽고 쓸데없이 비장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실없는 농담이다.’는 글이 이해가 된다. 하나의 몸에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스스로를 나답게 만들고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복잡하고 치열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끊임없는 자기분열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나의 마들렌 앞에서 둘로 갈라지고 싶은 적이 없었는지. 만드는 일과 지키는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옷만 바꿔 입으면 을과 갑은 같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나의 늙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끝없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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