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찰리 어셔 지음, 리즈 아델 그뢰쉔 사진, 공보경 옮김 / 서울셀렉션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왜 이렇게 여행이 가고 싶은지, 당장 어딘가로 갈 수 없는 현실에 우울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남들은 20대에 배낭여행도 잘 다니고, 해외여행을 즐기며 사는데 나는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생각한 대안이 '여행 책이라도 보자.'이다. 나중엔 언젠가 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 권 한 권 읽어나가고 있다. 유럽부터 아프리카까지. 책으로 여행간 곳을 따지자면 세계 곳곳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렇게 책만 읽다 보니, 여행이 더 가고 싶어졌다. 당장 해외는 힘들겠지만, 국내라면 하루,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도 있으니 국내여행이라도 부지런히 다녀보자는 생각에 국내여행에 관한 책을 찾던 중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이번엔 책으로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덮은 후에 꼭 그곳에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바로 이 책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이다. 서울을 여행한다라, 여행이라는 것이 그저 멀리 떠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내가 사는 서울을 여행지로 생각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서울에 여행을 할만한 게 얼마나 될까? 나에겐 그저 일상에 치여 사는 곳,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는 곳일 뿐인데. 여행지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데 서울을 여행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외국인 찰리와 리즈가 서울의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곳곳을 다니며 그곳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과거, 역사까지도 알아가며 정말 여행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아는 곳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반가웠고, 서울에 이렇게 많은 이야깃거리가, 많은 볼거리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알았던 가슴 아픈 역사도 담겨있어 어쩐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 어쩌면 이렇게 서울에 대해 몰랐을까. 너무 무관심했던 건 아닐까. 서울에 사는 내가 외국인들이 쓴 이야기를 보며 서울에 대해 배우고 있다니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이 책을 보니 서울이 조금은 달리 보이기도 한다.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훨씬 많구나. 왜 지금까지 서울을 여행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을까? 경비 걱정 없이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인데 말이다. 이렇게 부담 없는 여행이 또 있을까. 게다가 나는 운전면허를 따고도 운전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지하철'여행이라는 것이 딱 어울린다. 책에 나온 순서대로, 혹은 순서는 다르더라도 이렇게 지하철역을 이용해 여행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편, 책을 쓴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든다. 내가 사는 곳,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지겹기까지 해 떠나고만 싶던 이곳을 이렇게 아름다운 여행지로 만들어 줬으니 말이다. 흔히들 서울은 바쁘고 여유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서울에서도 정신없는 일상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