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 - 세상을 뒤흔든 발칙한 그림들 50, 마사초에서 딕스까지
제라르 드니조 지음, 유예진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24/pimg_7299701833530540.jpg)
나는 언제나 미술을 즐기는 사람으로 살기를 꿈꾼다. 그래서 늘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작품에 대해 공부하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다가가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이다. 그런 내게 최근 딱딱하지 않고 좀 더 흥미롭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이다.
제목에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왠지 자극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인상을 주었는데 이 책은 서양 미술사에 있어 소위 말하는 '문제적 작품들'을 담고 있다. 당시에는 스캔들을 일으키며 혹독한 비난을 받았으나 현재에는 명작으로 손꼽히며 대중에게 칭송받는 작품들이다.
우선 스캔들의 어원을 그리스어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리스어 'skandalon'은 '함정' 혹은 '장애물'을 뜻한다. 조금은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미술에 있어 스캔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에로티시즘, 죽음, 나체, 종교, 권력, 폭력성 ... 미학적 기준을 제외하더라도 미술 스캔들의 방식은 끝이 없다.
마사초의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이나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서 볼 수 있는 너무나도 적나라한 나체, 매춘부 혹은 평민 출신의 여성을 성모의 모델로 삼았을 거라는 이유로 성당 소속 카르멜회 수도사들의 질타를 받았던 카라바조의 '성모의 죽음', 성적인 폭력성의 끔찍함을 다룬 젠틸레스키의 '수산나와 노인들' 등 이 책을 통해 총 50개의 작품으로 미술사 스캔들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위의 작품들은 충분히 대중의 심기를 건드릴만하다 여겨진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 조금 의아한 작품이 실려있었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표면적으로 무난해 보이는 작품(나체도 없고 폭력성도 없는 그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저 '연민'이라는 감정밖에 떠오르지 않는 고요한 작품이지 않은가, 대체 이 그림이 스캔들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저 농사짓는 이들의 고된 노동을 표현한 작품인 줄 만 알았는데, 그 시절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는, 바로 시대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민 혁명으로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부르주아지는 빈곤층이 혁명적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이런 그림이 그들을 자극할까 걱정했다. 언론은 이 작품에 대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그들이 얼마나 큰 거부감을 느끼며 적개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논쟁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위반이 있다. 분노를 야기하는 위반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순간 그것은 스캔들이라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보수적인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많은 화가들이 밀레처럼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 되고 수많은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모진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작품이 외면받지 않고 대중에게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개중에는 다분히 의도를 넣은 작품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현대에 와서는 스캔들이 예술가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캔들은 치욕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스캔들은 명예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그 주체도 알지 못한 채 본의 아니게 스캔들을 야기했다면 오늘날 대다수 예술가들은 스캔들과 도발을 원하고 또 실제로 일으키려고 한다.(...)"
스캔들이란 대중의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모든 게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듯 과한 노이즈 마케팅은 대중에게 그 속내를 간파당하고 되레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현대 미술인들이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엔 좀 더 좁은 의미의 스캔들을 생각했으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훨씬 광범위 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매력적인 소재를 통해 걸작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과 더불어 작품을 이루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를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해주 어 좀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모두가 반할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