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학은 가치가 있는가
윌리엄 J.베네트.데이비드 와일졸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세계 1위라는 기사를 접했다. 수치로 따지면 고등학교 졸업생의 80%라는데 참 학구열에 불타는 나라로 보인다. 다들 그렇게 공부에 대한 열의가 높은가? 대부분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째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생각이고 둘째는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취업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졸업 후 취업률은 진학률의 절반 정도라고 하니 그들이 대학 졸업 후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p.27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많은 학생과 그 부모에게 대학 진학은 '기본 행동(default activity)'이다. 시얼은 자신이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정확한 이유와 동기도 없이 대학에 진학한다며 비판적인 어조로 말했다. (...)"부모가 비용을 대기 때문이며, 이사회가 대학을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면 당연히 가야 하는 곳으로 보기 때문" 이라고 주장한다. 대학은 사람들의 생각만큼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을 다른 길, 어쩌면 더 나은 길로 가겠다는 결심이 아닌 실패의 표시로 본다.
나도 위의 글에서 지적한 '대부분의 사람'에 속한다. 부모님이 비용을 대주셨고, 이 사회가 대학을 당연히 가야 하는 곳으로 보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했다. 만약 사회적 인식이 달랐다면 나는 직업훈련학교에 갔을 것이다. 우리사 회에 깊게 뿌리박힌 이 사회적 통념이 바로 문제이다. 대학을 마치 당연한 교육절차로 여기는 것. 가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우리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진학한다.
p.22
"대학이 제가 짊어지고 있는 이 빚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솔직히 저는 얼른 대답을 못 하겠습니다."
대학졸업 후 직장을 얻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다. 대부분 대학졸업생들이 이러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들려오던 '등록금 천만 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공략으로 내세우던 '반값등록금'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 같고 - 어쩌면 영영 실현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 학생들, 부모들은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을 갚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다. 그나마 취업을 해서 빚을 갚는 친구들의 경우는 좀 낫다고 보겠다. 취업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빚을 갚는 친구들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졸업 후 안정적 생활을 기대하는데 정작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 '내가 대학을 왜 갔을까?' 내게 취업은커녕 빚만 잔뜩 안겨주었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비싼 등록금만큼 대학은 값어치가 있는 교육기관인가? 대학 강의의 질이 그만큼 높은가?
p. 148
학교에서 공부하라는 압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지적 수준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기준에도 못 미친다.
이 책에서는 학점과 학습량에 대해 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것과 교수의 명성과 교육에 대한 책임감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는데 내가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을 담았지만, 이 이야기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학교에 다닐 때 느꼈던 부분이기에. 모든 강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수업이 무의미하게 진행된다. 학생들은 단지 졸업을 위한 학점 채우기에만 급급하고, 교수들은 개인적 업무와 연구를 위해 수업을 소홀히 하는 일이 다반사다. 제대로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지 못한 채, 졸업장을 위해 우리는 빚까지 져가며 대학에 다닌다.
잘못된 사회적 관념으로 우리는 모순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부와 대학의 문제점도 지적하지만, 그건 당장엔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결국, 이 모순을 해결하는 건 사회적 관습을 깨야 하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 책의 제목인 '대학은 가치가 있는가'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면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읽어보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사회적 시선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대학이 아닌 길을 선택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미래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