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로맨틱한 시... 인줄 알았다. 책에도 점이 찍혀있다. 로맨틱 한.시

그런데 안을 펼쳐보면 '한시'이다. 허걱. 그래도 책표지가 너무 이쁘지 않나! 딱 내 스타일이다.

매년 1권의 시집을 읽는것이 목표인데, 올해는 이상하게? 시집이 많이 출판이 되었나? 시집이 눈에익는다.

이 책은 게다가 한시. 한자 시. 가 아닌가? 나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요새 전통악기부터 다양한 문화생활을 하며 이제 한자로 시를 읊게 된단 말인가?

감동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약 100페이지를 읽어내려가도 아는 시는 1개 정도 나오고

이것도 황진이 작이라 교과서에 나온거라 알았던거고. 그냥 나의 교양 상식으로 아는 한시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ㅠㅠ 정말 우리는 이제 한자문화가 아닌것 같다. 그래도 20년 전 학교에서 한자를 배울때는 해석도 많이 하고, 관심도 많이 가졌는데 요새 아이들은 한자가 뭐지?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인 것 같다.

그런 세상에 시대를 거스르는 한시책이라니 ㅠ 누가 볼까 싶지만 ㅠ 생명과학쪽 교재, 노빈손 세계도시탐험 등도 쓴 작가의 이색적인 특징덕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왜 이런 책을 썼을까' 생각해봤다. ^^

로맨틱한 시든 한시든. 요즘 우리는 감정이 너무 메말라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감성을 자극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에 힘든 난, 멀리 떠난 옛님을 그리워하는 한시를 봐도 그저 '한자가 어렵구나' '해석없이는 절대 읽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과 좌절감이 조금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 산책시키고, 놀이터에 노는 동안 열심히 마음을 가다듬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읊어보았다. 역시 한시는 분위기 있게 읽어야 한다. ~ 윽. 그래도 뭔말인지 한자만 봐서는 모르겠다. ㅠㅠㅠㅠ

그래도 해설을 보면, 한글로 다시 풀어놓은 부분의 시를 읽어보면 짠해지는 싯구도 있더라..

그런 부분들을 사진으로 바로바로 남기는 편인데 이 책도 이쁜 그림과 이쁜 시들을 여러장 찍어두게된다.

특히 책 자체가 이쁜 그림이라 선물용으로도 좋을것 같다.

소개팅 선물로도 좋을것 같고 ㅎㅎ 연인을 위한 선물, 한자를 잘 아는 한시를 잘 느끼시는 분을 위한 선물~

​물론 약 30%정도만 한자를 보고 알아봤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한시의 정서와 그 속에 담긴 마음. 그리고 그것을 통해 비치고 울리는 우리의 마음과 감성을

찾게해주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어렵지만 이쁜 책이다.

* 아. 그리고 이 책은 옛날?책 처럼 오른쪽으로 펼치는 형식이라 새롭다.

이 책을 읽으며 옛날 일이 생각이 났다. 어느 설렁탕집에 '백마지미'였던가...

백마를 타고가다가도 내려서 먹을만한 진미. 맛난 집이라는 뜻이었는데..

그 한자로 사랑을 확인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 시집을 보니 그 생각이 났다.

백마지미'였나...나의 부족한 지식과 기억력으로 제대로 된 글도 기억못하지만 ㅠ

그 때 감성은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이 책 딱 절반이 지나고부터 서술형태의 글이 많이 나오는데

그부분이 오히려 더 공감이 갔던것 같다. ​

그 중 한 페이지. 지금 내 심정.

189p

파르르, 파르르.

잎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어쩌라고. 어쩌라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잎들은 엄청 빠르게 손짓했다.

와, 와, 하는 소리가

이리 와, 이리 와 하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뛰어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잎들이 헹가래치듯

다시 베란다로 올려 보내줄 것 같았다.

아, 이게 죽음으로 가는 길이구나. 정말 죽는 건가 싶었다.

나는 이별했고, 푸른 봄길을 함께 걷던 사람이 지겹게, 정말 지겹도록 떠올랐다.

1초, 아니 2초, 아니 정말 1분 정도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내리면 고통 없이 죽겠지

그러나 나는 살았다.

어찌됐건 죽는 건 누구도 원하는 일이 아니니까.

이렇게 슬프고 힘들 줄 알았더라면

그때 죽는 것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을 열 번쯤 했고,

그럼에도 살기를 잘했어, 라는 생각도 열 번쯤 했다.

이 글은 연인과의 이별심정이지만, 오히려 이별 후 이렇게까지 슬픈적은 없었던 것 같고

그냥 지금의 삶이 조금 이렇다.

p238

세상엔 이유 없는 이별이 너무 많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 다른 곳에 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미래를 이미 지나온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 결정이 옳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너무 슬프고 아파서, 그랬어서.

​그리움. 공감. 그대. 꿈.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p284

경원리화두우제

만장섬영갱처처

상사욕몽환무매

기의매창청오계

배꽃 눈부시게 피고 두견새 우는 밤

뜰에 가득 달빛 어려 더욱 서러워라

그대 그리워 꿈에서나 만나려해도 잠은 오지 않고

일어나 매화 핀 창에 기대니 새벽에 닭 울음소리 들리네

 

로맨틱 한시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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