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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시
고두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마흔에 읽는 시는 서른에 읽어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 책은 정확히 시집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시만 있는건 아니니까.
아래처럼 여러가지 시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풀이를 해두어서 더 시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더 좋은 역할을 하는 책이다.
시 경영 열풍을 불러 일으킨 베스트셀러 저자 고두현 시인이 만든 책이라고 하니
시 경영. 그것이 아마 이 책에서도 풀이가 되어있는 것 같다.
난 삼십대이고, 남편은 사십대라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 말고도 그런걸 염두에 두고
선택한 책이 몇 있는데. 이건 삶에 찌들어 사는 남편에게 특히 주고 싶은 책.
일단 받고나서 시집읽는 방식으로 읽어봤다. 원래 목차를 보고 제목이 와 닿는 부분을 먼저
골라서 시집을 읽는편인데 이 책을 받고서는 남편과 아들에게 그냥 아무부분이나 펼쳐보라고 했다.
나역시 그렇게 해서 3가지 시를 먼저 읽어봤는데
어쩌면 서로에게 각자 와 닿는 시들을 골랐는지..^^ 신기했다.
우에 그리 똑 같노.
하모모, 닮았다 소리 많이 듣제.
바깥 추운데 옛날 생각나나.
여즉 새 각시 같네 그랴.
- 중간 생략 -
떼쓰던 어머니,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안히 주무시네.
정신 맑던 시절
이건 울 아들이 고른 시
굳이 의미부여하자면, 엄마를 표현한. 나중에 내가 나이들어
아들이 생각하기에도 이리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내용이 담긴 시 ^^
아래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이 시는 남편이 고른 시인데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 정말 힘든 요즘 남편에게
정말 정말 딱 맞는 시라서... 내가 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남편도 아마 다시 이 시를 혼자 읽는다면 울지도 모르겠다.
내가 고른 시는 - 꽃샘추위 - 라는 시
봄이 오는가 싶더니 문득 눈보라가 몰아친다.
벌던 꽃잎을 접고 맨 몸으로 오한을 견디어내는
난 첫째아들을 키우고 겨우 돌을 넘긴 시점에서 이 시집을 읽었고
그리고 뱃속에는 거의 만삭의 아이가 또 들어있었다.
꽃샘추위라는 말이 딱 맞다.
꽃으로서야 세상 구경을 빨리 하고 싶겠지만.. 다시 추위가 와서 다시 오무려야 하는..
하지만 그런 추위를 이긴 꽃이 다시금 열매가 단단해 진다는...
설명도 있어서...
육아 스트레스에 힘들었던 나에게 또 가중이 주어지는 시기였는데...
이 시를 읽으니 참... 감회가 남달랐다.
그래. 이 시기만 지나면 ... 한꺼번에 두 아들 키우고 나중에는 웃으며
내 인생 찾을 날이 오겠지...
시만 딸랑 있는 것도 아니고
설명도 위로도 있으며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사진도 있고...
정말 괜찮은 책인것 같다.
남편도 다시 혼자 읽어봤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