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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평점 :
백년이란 시간은 한사람의 생애에선 보내기 어려운 시간이다. 백년 가게라 하면 역시 한사람이 유지하기 어렵단
얘기겠다. 백년간 유지된 가게가 있다면 이는 전통이자 문화라는 말을 붙혀도 과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해 본다.
더욱이 요즘의 불황속에서 전통을 내세울 수 있는 가게가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책 <서울 백년 가게>가 너무나 보고싶었다.
책일 본격적으로 보기전 '들어가는 말'에 '미래유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미래유산*
17년차 운영이란 것을 하고있는 내게 100년이라는 시간은 그 얼마나 존경스러우면서도 안타깝고 고통이 전해지는 시간인가.17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고 얼마나 뛰어야했던 시간이었던지 너무나 잘 알기에 백년가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있었던 말큼 이 책 <서울 백년 가게> 를 보면서 백년가게를 이루기 위해 또는 이룬 분들이 전해주는 따뜻과 보람에 용기를 내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한마디도 멋지다!!
이 책 <서울 백년 가게> 속에는 서울에 위치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24개의 가게가 소개되어 있다. 내가 아는 곳 내가 가본 곳, 즐겨가는 곳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백년이 아니라 이백년 삼백년이 지나도 항상 그자리 그 모습으로 유지되길 바랬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어 준 가게이니만큼 많은 문화들이 탄생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래유산 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중 몇 곳의 가게를 기록 해 본다.
백년 동안 이야기되는 가게
을밀대 since1976
북한의 옥류관 못지않은 나와 동갑인 을밀대. 하루 천 그릇이 팔리는 연매출 30억의 냉면집. 얼마나 맛이 있으면 하루에 천그릇이나 팔리는 것일까.
을밀대는 평양냉면을 만드는 곳이다. 식당이 성공하는 비결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맛'이 아닐까.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한 정직함과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을까를 생각하니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평양냉면을 처음먹었 던 날이 기억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같은말을 하고있다. 평양냉면은 입문시기에 '무슨맛으로 먹지?'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음식이다. 경상도 말로 '내맛 니맛도 없는 맛?'이랄까? 하지만 두번 먹고 세번 먹는 사이 그 맛에 대해 알게되는 음식이라고 할까?
평양 냉면의 맛은 육수가 좌우한다고 한다. 을밀대를 창업하고 운영 유지하신 분들이 전하는 좋은육수 맛있는 육수를 만들기위한 노력을 보면서
진정한 감동을 받았다.
아직 을밀대에 직접 방문하여 먹어보진 못하였으나, 여름이 되면 꼭 가보려는 계획이다.
백년의 고집이 묘수가 되다
홍익문고 since1957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다'의 이념으로 '홍익문고'를 창업한 박인철 대표. 홍익문고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생겨난 문고다 이미 반세기를 훌쩍넘긴 전통의 가치를 인정할 만한 문고라는 생각이다. 창업자가 고인이 된 후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이 번듯한 직장을 놓으며 선택한 가업이다.
교보문고가 생겨나고 인터넷 서점이 생겨나 오프라인 문고가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한 두 해 이야기가 아닌 요즈음. 홍익문고를 이끌어가는 창업자의 2세 역시 차업자만큼이나 존경스럽다.
아직도 창업자가 설치한 그대로의 집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2세.
집기 모서리마다 마모되고 낡고 헤졌지만 모든것이 아버지의 유산이라 생각한다고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일하는 직원하나 함부로 대해선 아니되며 문고에서 사용하는 빗자루 하나 쉬 교채하는 바가 없는 홍익문고는 창업자의 이념과도 같이 모든것이 소중하고 역사적인 느낌을 상징하는 듯 하다.
어느 문고를 가도 어느 서점을 가도 카페와 문구들 각종 굿즈를 판매하며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에 고민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홍익문고는 여전히 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홍익문고의 탄생과, 운영, 유지, 이념등의 글들을 읽으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일 수 밖에 없는 홍익문고를 다시 알게 되었다. 멋지다는 생각과 존경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고, 또한 조심스럽게 응원을 보내본다. 영원하라~ 홍익문고!!
또 한 번의 백년을 기다리며
낙원 악기상가since1970
낙원악기상가 역시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만들어진 곳이었다. 한번 쯤 가본적이 있는 곳인데 낙원상가가 성황 불황을 반복하며 그래도 유지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보며 전통이란 말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두가지 조건이 필요한것이 아님을 본다.
서울 한복판의 '낙지(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땅)'라 하여 낙원이라는 이름을 하게된 낙원동은 '음악의 성지'라 하여 악기를 판매/유통하는 상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3S(섹스, 스크린, 스포츠)로 상징되는 소비문화를 진작하기 위해 '통행금지' 제도를 실시했던 시절이 있었다. 쿠테타로 인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아마도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갖지 못하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 3S제도를 해제하였다.
그리하여 밤문화와 심야영업이 성행하기 시작하였고 각종 유흥업소가 발전하게 되면서 낙원상가의 호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가라오케가 들어오면서 낙원상가에는 불황이 찾아오기도 했다.
가게나 상가의 흥망성쇠는 유행과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시대적 흐름과 정치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공감이 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정서로 마냥 끌렸던 도서였는데, 읽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세곳의 가게만을 기록했지만 이 책 <서울 백년 가게> 에 실린 모든 가게 이야기가 따뜻하고 정겹다.
아주 좋은 향이 느껴지는 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