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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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인데 읽고 나니 간절해진다. 작가의 상상력에 더해서 가능하다면 삶의 모든 순간에 그리운 존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생각이 간절해서인지 책을 읽고 나서 평소 안꾸던 꿈까지 꾸었다.

 

* 마지막으로 누구를 만나러 가야 할까

도로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일 뻔한 강아지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아야코는 작별의 건너편에서 고민에 빠진다. '예전에 만난 적 있는 사람. 아직 내가 죽은 걸 모르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 하루라는 마지막 순간은 기적같은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의 순간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집단괴롭힘에서 구해주고 교사라는 꿈을 갖게 해준 은사를 찾아갔지만, 그 선생님 역시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돌아가셨다. '내 히어로는 사라졌다. 그 히어로처럼 되고 싶었던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 신은 심술궂고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여서, 히어로를 자기 곁에 두고 싶은 걸까요.'

 

'나는 판에 박은 듯한 두 사람의 잠든 얼굴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지켜보면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아야코는 현세로 돌아오면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미안해"하면서 사과할 생각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말은 전혀 달랐다. "사랑해"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아주 웃기고 자빠졌네.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놈은 한 놈도 없어."

 

칠기 장인인 아버지의 뒤를 잊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 사망한 히로카즈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어머니가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당신은 아직도 주위 사람들에게 히로카즈가 도쿄에서 나무를 깍아서 보내준 틀에다 칠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죠?"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히로카즈에게 남에게 피해 주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 그 대신 가족한테는 피해 줘도 괜찮다."

 

과거를 돌아본다고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그대로 내버려 둘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는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렸다는 말이 와 닿는다.

 

* 미안해, 사야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사야카야!"

 

'보고 싶다. 사야카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미친 듯이 사야카가 보고 싶었다.'

 

나는 사야카와의 재회를 단념했었다. 더는 사야카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이대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야카를 만나고 싶다.'

 

절절한 사랑의 표현이다. 이런 사랑은 꼭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작별의 건너편>을 쓴 시미즈 하루키 작가는 이런 편견에 의문을 제기한다.

 

'만일 당신이 오늘 죽는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존재는 무엇입니까? 사람 또는 동물을 비롯한 당신이 아끼는 그 어떤 존재라도 괜찮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 알 수 없는 미래. 느닷없는 사고로 준비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생명들에게 딱 하루의 마지막 작별이 허락된다면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존재를 만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 마지막 순간에 나를 잧아올 존재도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만 간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순간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득 마지막 재회를 안내하는 안내인이 건넨다는 달달한 조지마 맥스 캔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무의미해서 좋지 않습니까? 하긴, 이 세상에 무의미한 건 하나도 없죠. 언뜻 보기에도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아 다행히 아직 살아 있다.

오늘은 어떤 하루일까. 끔찍한 하루. 기적 같은 하루.

사랑의 블랙홀 같은 제행무상의 울림이 있는...

 

#작별의건너편 #가제본 #가제본서평단 #서평단 #책추천 #책후기 #베스트셀러 #신간 #책소개 #감동소설 #휴머니즘 #판타지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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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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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사용설명서는 없나요?

'지구에서 산 지 5년째 되던 해에 저자인 카밀라는 엉뚱한 행성에 착륙했다고 생각했다. 같은 종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할 수는 없는 사람 같았고, 동료 인간과 겉모습은 같지만 기본 특징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엄마,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나요?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해주는 안내서 같은 거요." 상대방의 표정을 읽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어려워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 순간 저자는 엄마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런 건 없단다, 밀리."

* 장애인가 초인적 힘인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그리고 불안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러한 증상을 장애가 아니라 귀중하고 독특한 관점을 부여하는 초인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를 타인이 결정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남다른 재능을 가진 과학의 원리를 응용하여 이방인 같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때란 생에서 단 하루도 없겠지만

저자는 생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때란 생에서 단 하루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24시간 동안 최대 두 사람까지만 짜증나게 하는 것이 성공한 하루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결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완벽함을 포기하고 실수를 줄이는데 집중한다. 과학자답게 열역학 법칙을 인용해 삶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질서의 한계를 인정한다.

'완벽하게 계획한 삶을 살 수는 없으며 모래성이 파도에 저항하는 셈이라는 사실을 일단 인정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 자신의 마음을 관리한다는 것

ADHD가 있는 마음은 잠깐은 평온하지만 자주 울고 소리 지르고 웃는 바람에 통제되지 않는 어린아이를 방 안 가득히 데려다놓고 돌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마치 번잡한 시내 중심가에서 페라리를 모는 느낌이라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활하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장애자는 불가능에 가까운 초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 마저도 표가 나고야 말겠지만.

*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나 어려운 첫 번째 조건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인내심이다. 두 조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보인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인내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인내심을 갖게 되면 상대방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

*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저자는 자신이 여전히 '저 곳'에 있지 않으며, 아마 평생 도달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다름을 악마 취급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면서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고 있다.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헛디딘 걸음과 어리석은 견해, 권위와의 충돌이라는 내 예의범절 모험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틀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수에 집착하지 말고 대신 실수로 배운 것에 집중해라.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나 자신의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이며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럽다.'

*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태 25:40) 이 성경 말씀은 우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를 결코 임금처럼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장애아를 둔 가족조차도 그들의 장애를 다름으로 인정하지도 못하고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과학을 전공한 저자조차 하루도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하루에 두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할 정도이니, 그런 천재성을 부여받지 못한 다른 장애인의 경우는 어떠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마태 20:16)

불완전하고 모순 투성이인 내가 내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장애를 가진 우리 형제들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를 임금처럼 대하는 세상이 올까? 최소한 그들도 나와 같은 가족과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나도 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존재에대해사과하지말것 #카밀라팡 #김보은옮김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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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연금술사 - 생각하는 대로 해내는
미야자키 신지 지음, 박수현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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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 언어학연구과, 공학연구과, 문학부, 신학부, 법학부 및 상학부 과정을 수료하여 7개의 학위를 보유하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6개 국어를 마스터했으며, 13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60권의 번역서를 출간한 일본 작가 미야자키 신지의 <시간 연금술사>는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 시간 강탈자

하루 24시간은 변함이 없다.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일에 시간 강탈자가 숨어 있다. 나의 시간을 빼앗는 시간 강탈자를 찾아서 과감히 없애라.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무심코 하는 일이 바로 '시간 도둑'이다.

* 시간의 연금술

꿈을 실현하기위해 필요한 일을 할 시간을 일상에서 찾아내는, 매우 다양한 방법을 접할 수 있다. 시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태의 변화만 존재한다고 어느 철학자의 말인지는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그에 따르면 객관적으로 같아 보이는 시간도 목적 의식적으로 하루하루 변화무쌍하게 노력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매우 천천히 흘러가는 듯하고, 변화가 적고 멍하니 하는 일이 없이 나날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바로 그 점이 시간의 연금술사가 되는 기로인 것 같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즐거움’과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일’을 합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석이조로 시간을 벌어 쓰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욕망의 부추김에 넘어가는 것이다. 과제를 해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TV 리모컨에 손이 가는 것 같은 경우이다.

*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에서 멀어지라

‘욕망은 시간의 폭주를 부추긴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야만 한다. 때문에 욕망이 우선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하고, 생길 때는 조금 참아보면 하고싶은 일을 할 시간이 결국에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을 흩뜨리는 일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더욱 저자가 강하게 주장하기로는 “숨어 살라”고 한 에피쿠로스의 말을 인용한다.

“물리적으로 ‘숨어살라’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일에 연루되면 마음이 흐트러지므로 이를 피하라는 뜻이다.”

저자는 한번 더 강조한다.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는 일에서 멀어지면 그만큼 차분하게 살 수 있고, 좋아하는 일에 몇 배는 더 몰두할 수 있다.”

* 상대를 배려하면 내 시간이 줄어든다

'남을 위해 내 노력과 시간을 쓰지 마라.' 여기에 ‘이렇게 까지나!’하는 부분이 있으니, ‘상대를 배려하면 내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모임에 대해서는 적당히 의리 없이 굴자고 한다. 핵심은 적당히 거절한다는 점이다. 너무 무리해서 의리를 지키지 않아도 되고, 마음이 가는 만큼만 사람과 어울리라고 조언한다.

억지로 하는 개념으로, 그야말로 모래 위에 누각을 짓는 노력은 절대 엄금이다. 실현 가능성이 50% 이상인 일에 매달리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쏟은 정성에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면 어찌할 것인가.

* 자신이 생각한 일을 계속하라

이렇게 아껴 모은 시간은 위인과 대화를 나누며 좋은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내 시간을 선택하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인간관계는 선택하지 않는 자율적인 삶에 대해서 저자는 말한다. “주변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자율적인 삶이라고 한다. 그럼 자율적으로 사는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생각한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구하라, 그러면

생각하는 대로 해내는 시간의 연금술사는 말한다. “구하라, 그러면 시간이 날 것이다.” 꿈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에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 시간 소비자에서 시간 생산자로 변할 수 있다면, 작가처럼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에서 멀어질 수 있다면,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 마음이다.

#시간연금술사 #미야자키신지 #박수현옮김 #밀리언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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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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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 끝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제갈량은 관우와 더불어 삼국지에서 가장 신격화된 인물 중 한 명이 아닐까? 천문지리에 통달한 듯한 제갈량의 전술은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신격화하기에 충분해보인다. 심리학자 천위안이 저술한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는 제갈량의 심리 분석을 통해 신격화된 제갈량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한 제갈량의 모습을 드러낸다. 보통사람과 같은 심리를 가진 제갈량이 신격화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읽어보니 더욱 흥미진진했다.

* 와룡과 봉추

제갈량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수경선생 사마휘는 유비에게 와룡과 봉추 중에 한 명만 얻어도 능히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두 사람을 극찬한 바 있다. 유비는 삼고초려를 통해 와룡 제갈량을 군사로 맞이했지만 봉추는 이와 다른 길을 걸었다. 오나라에서 연환계를 써서 적벽대전에서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나라와 촉나라를 떠돌았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가장 저평가 되었던 인물 봉추. 어렵게 어렵게 촉나라의 신하가 되어 유비와 함께 서천 정벌에 나섰지만 낙봉파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미남에다 자신을 신비화시켰던 와룡 제갈량에 비해 봉추는 못생긴 외모에 와룡에 대한 상대적 열등감으로 잊혀진 인물이 되고 말았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외모와 처세술도 그에 못지 않게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은근히 봉추를 견제했던 제갈량은 봉추가 죽고 나자 크고 작은 일을 모두 혼자서 처리해야 했고 그러한 피로가 누적되어 한실의 중흥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와룡과 봉추가 힘을 합쳤더라면 삼국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제갈량과 사마의

유비가 세상을 떠나자 조조의 뒤를 이어 위나라의 왕이 된 조비는 사마의의 계책을 받아들여 50만 대군을 이끌고 다섯 갈래로 유선이 왕위를 이어받은 촉나라를 공격한다. 제갈량은 문밖에 나서지도 않고 50만 대군을 물리쳐서 사마의를 궁지로 몰아 넣었고 그 기세를 몰아 남만 정벌에 나섰다. 남만 정벌에서 맹획을 일곱 번이나 풀어주고 나서야 겨우 복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3만 등갑군을 산채로 불타 죽게하는 끔직한 장면을 목도하면서 제갈량은 눈물을 흘린다.

'내가 비록 나라에는 공이 있겠으나 천수를 누리지는 못하겠구나!"

제갈량의 최대 적수인 위나라의 사마의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고향으로 쫓겨났고, 제갈량은 유비의 뜻을 받든다는 명분으로 위나라 정벌에 나서 승승장구한다. 그 덕분에 궁지에 몰린 위는 사마의를 복권시키고 두 인물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여섯번 째 북벌에서 사마의와 두 아들을 상방곡으로 끌여들여 불화살과 지뢰로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으나, 예기치 못한 큰 비로 사마의는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 사실을 안 제갈량은 길게 탄식한다.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되 이루는 건 하늘이로구나!"

* 하늘에 맞서 목숨을 빌다

건강이 악화된 제갈량은 천문을 통해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을 알고,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지만 마지막 이레 저녁에 장막의 주등이 꺼지고 만다. 제갈량은 마지막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을 알고 보검을 던지며 길게 탄식한다.

"죽고 사는 것은 다 명에 달려있고 부귀도 하늘에 달렸구나!'

하늘은 불세출의 지략가 제갈량을 세상에 내보내 유비의 촉나라가 삼국중 한 축을 차지하게 만들었지만, 제갈량의 죽음은 촉나라의 운명을 재촉하게 된다. 조조에 못지 않게 처세술과 상대방의 심리파악에 능했던 제갈량이었지만 하늘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명심보감 천명편에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고 하늘의 뜻에 거역하는 사람은 망한다(孟子曰 順天者存 逆天者亡)고 했다. 천하의 제갈량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하늘의 뜻을 우리는 제대로 받아들일수 있을까. 바벨탑을 쌓은 이후 하늘에 맞서려는 인간의 시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심리학이제갈량에게말하다2 #천위안 #정주은옮김 #리드리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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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 잔치 - 지구최강 사랑둥이 강아지 재롱이의 성장일기
재롱이 누나 지음 / 샘터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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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최강 사랑둥이 재롱이의 성장일기라는 재롱이 누나의 <재롱잔치>는 읽는 내내 미소짓게 만드는 책이다. 재롱이 인스타그램은 책에서는 59명의 팔로워가 있는데 현재는 25.1만 명이다. 유튜브 재롱잔치는 39.3만 명으로 인스타그램을 능가한다. 재롱이의 짠나와 큰나의 지극한 사랑에 공감하는 팬들이다.

* 강아지를 키우다

큰나의 남자친구 집에서 키우던 또치의 둘째 재롱이가 집에 온 다음 날 아침, 고등학생인 짠나와 대학생인 언니 큰나는 학교에 갔다. 그리고 마치 짠 듯이 몇 시간 뒤 다시 집에서 만났다. 짠나는 갑자기 배가 아팠고, 큰나도 재롱이가 걱정되어 일찍 집에 돌아왔다. 백재롱이 집에 온 날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이 바뀌었다.

* 남자친구가 2년 동안 큰나의 집에 오지 못한 이유

재롱이가 집에 온 지 사흘만에 재롱이를 보러 온 큰나의 남자친구가 집에 다녀간 뒤, 평소 짖지 않던 재롱이가 현관을 향해 큰 소리로 짖고 나서 소파 밑으로 기어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재롱이가 새로운 집을 완전히 자기 집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2년 동안 큰나의 남자친구는 큰나의 집에 오지 못했다. 백재롱에 대한 유별난 사랑이다.

* 재롱이가 엄마의 세상에 들어오다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형견을 보고 온몸에 오한이 들어 새벽에 응급실에 갔을 정도로 강아지를 무서워했던 어머니였지만, 지금의 엄마는 재롱이를 꼭 끌어안을 때 큰 행복을 느끼는, 재롱이 엄마가 되었다.

'엄마의 세상에 재롱이가 들어와서, 재롱이의 세상에 엄마가 들어가서, 참 다행이다.'

* 아빠와 재롱이의 시간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아빠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지만, 퇴근하는 아빠를 항상 맞이한다는 엄마의 말에 말없이 있던 아빠가 입을 열었다.

"단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 드, 시! 예외가 없다."

'출근하는 아빠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 꼬리를 흔들며 배웅하고, 모두가 잠든 시간 어두운 집으로 들어오는 아빠를 폴짝폴짝 뛰며 홀로 반겨주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차곡차곡 쌓아간 아빠와 재롱이의 시간이었다.'

* 스타 재롱이 탄생

제육볶음, 김칫소 등 먹을 것에는 무조건 진심인 재롱이가 시골에 갔을 때 아궁이에 남아 있는 고구마와 감자를 찾아 먹다가 숯검댕이가 되었고, 그 모습이 '감자 있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공사장 강아지'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을 때, 다비치의 강민경씨가 본인 강아지(이름은 휴지) 인스타 계정에 '이 아이를 찾습니다. 너무 귀여워서요.'라는 글과 재롱이 사진을 올렸다. 그날 밤 재롱이 계정의 팔로워는 1만 명을 넘었고, 2주 후에는 5만 명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25만 명이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

* 너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할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키우는 국민 반려견으로 유명한 '몰티즈'(Maltese)의 평균 수명은 12-15년 정도이고,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버려지기도 한다. 짠나의 재롱이에 대한 애틋함을 이렇게 표현한다.

'지난 10년간 재롱이가 성장했듯이 앞으로 또 한 해, 한 해가 흐르면서 재롱이는 더 성숙해질 것이다. 물론 지나온 날들보다 슬프고 속상한 날들도 많아질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날과 재롱이의 지난날, 오늘날, 오는 날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나는 이 작은 강아지가 또 어떤 취향을 가지게 될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영웅, 이아름! 너희들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할게, 사랑해!

#재롱잔치 #재롱이 #공사장강아지 #책추전 #샘터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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