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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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인간 사용설명서는 없나요?

'지구에서 산 지 5년째 되던 해에 저자인 카밀라는 엉뚱한 행성에 착륙했다고 생각했다. 같은 종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할 수는 없는 사람 같았고, 동료 인간과 겉모습은 같지만 기본 특징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엄마,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나요?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해주는 안내서 같은 거요." 상대방의 표정을 읽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어려워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 순간 저자는 엄마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런 건 없단다, 밀리."

* 장애인가 초인적 힘인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그리고 불안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러한 증상을 장애가 아니라 귀중하고 독특한 관점을 부여하는 초인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를 타인이 결정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남다른 재능을 가진 과학의 원리를 응용하여 이방인 같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때란 생에서 단 하루도 없겠지만

저자는 생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때란 생에서 단 하루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24시간 동안 최대 두 사람까지만 짜증나게 하는 것이 성공한 하루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결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완벽함을 포기하고 실수를 줄이는데 집중한다. 과학자답게 열역학 법칙을 인용해 삶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질서의 한계를 인정한다.

'완벽하게 계획한 삶을 살 수는 없으며 모래성이 파도에 저항하는 셈이라는 사실을 일단 인정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 자신의 마음을 관리한다는 것

ADHD가 있는 마음은 잠깐은 평온하지만 자주 울고 소리 지르고 웃는 바람에 통제되지 않는 어린아이를 방 안 가득히 데려다놓고 돌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마치 번잡한 시내 중심가에서 페라리를 모는 느낌이라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활하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장애자는 불가능에 가까운 초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 마저도 표가 나고야 말겠지만.

*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나 어려운 첫 번째 조건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인내심이다. 두 조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보인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인내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인내심을 갖게 되면 상대방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

*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저자는 자신이 여전히 '저 곳'에 있지 않으며, 아마 평생 도달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다름을 악마 취급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면서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고 있다.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헛디딘 걸음과 어리석은 견해, 권위와의 충돌이라는 내 예의범절 모험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틀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수에 집착하지 말고 대신 실수로 배운 것에 집중해라.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나 자신의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이며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럽다.'

*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태 25:40) 이 성경 말씀은 우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를 결코 임금처럼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장애아를 둔 가족조차도 그들의 장애를 다름으로 인정하지도 못하고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과학을 전공한 저자조차 하루도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하루에 두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할 정도이니, 그런 천재성을 부여받지 못한 다른 장애인의 경우는 어떠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마태 20:16)

불완전하고 모순 투성이인 내가 내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장애를 가진 우리 형제들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를 임금처럼 대하는 세상이 올까? 최소한 그들도 나와 같은 가족과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나도 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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