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인데 읽고 나니 간절해진다. 작가의 상상력에 더해서 가능하다면 삶의 모든 순간에 그리운 존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생각이 간절해서인지 책을 읽고 나서 평소 안꾸던 꿈까지 꾸었다.

 

* 마지막으로 누구를 만나러 가야 할까

도로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일 뻔한 강아지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아야코는 작별의 건너편에서 고민에 빠진다. '예전에 만난 적 있는 사람. 아직 내가 죽은 걸 모르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 하루라는 마지막 순간은 기적같은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의 순간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집단괴롭힘에서 구해주고 교사라는 꿈을 갖게 해준 은사를 찾아갔지만, 그 선생님 역시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돌아가셨다. '내 히어로는 사라졌다. 그 히어로처럼 되고 싶었던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 신은 심술궂고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여서, 히어로를 자기 곁에 두고 싶은 걸까요.'

 

'나는 판에 박은 듯한 두 사람의 잠든 얼굴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지켜보면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아야코는 현세로 돌아오면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미안해"하면서 사과할 생각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말은 전혀 달랐다. "사랑해"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아주 웃기고 자빠졌네.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놈은 한 놈도 없어."

 

칠기 장인인 아버지의 뒤를 잊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 사망한 히로카즈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어머니가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당신은 아직도 주위 사람들에게 히로카즈가 도쿄에서 나무를 깍아서 보내준 틀에다 칠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죠?"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히로카즈에게 남에게 피해 주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 그 대신 가족한테는 피해 줘도 괜찮다."

 

과거를 돌아본다고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그대로 내버려 둘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는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렸다는 말이 와 닿는다.

 

* 미안해, 사야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사야카야!"

 

'보고 싶다. 사야카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미친 듯이 사야카가 보고 싶었다.'

 

나는 사야카와의 재회를 단념했었다. 더는 사야카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이대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야카를 만나고 싶다.'

 

절절한 사랑의 표현이다. 이런 사랑은 꼭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작별의 건너편>을 쓴 시미즈 하루키 작가는 이런 편견에 의문을 제기한다.

 

'만일 당신이 오늘 죽는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존재는 무엇입니까? 사람 또는 동물을 비롯한 당신이 아끼는 그 어떤 존재라도 괜찮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 알 수 없는 미래. 느닷없는 사고로 준비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생명들에게 딱 하루의 마지막 작별이 허락된다면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존재를 만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 마지막 순간에 나를 잧아올 존재도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만 간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순간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득 마지막 재회를 안내하는 안내인이 건넨다는 달달한 조지마 맥스 캔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무의미해서 좋지 않습니까? 하긴, 이 세상에 무의미한 건 하나도 없죠. 언뜻 보기에도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아 다행히 아직 살아 있다.

오늘은 어떤 하루일까. 끔찍한 하루. 기적 같은 하루.

사랑의 블랙홀 같은 제행무상의 울림이 있는...

 

#작별의건너편 #가제본 #가제본서평단 #서평단 #책추천 #책후기 #베스트셀러 #신간 #책소개 #감동소설 #휴머니즘 #판타지 #힐링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