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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100
김지완 지음,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 글 김지완
| 그림 김지형
| 출판사 문학동네
믿고 보는 문학동네의 보름달문고 100으로 출간된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어린이 문학작품으로 ‘보름달문고’는 초등고학년 아이들의 공감대 형성, 상상력 자극, 생각이 깊어질 수 있는 자극 한 스푼 등의 매력이 있기에 아이가 재미만 추구하는 책보다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도 틈틈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만 쫓던 아이에게는 다소 감성 자극의 문학작품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엄마가 정독 후 아이에게 추천 할 예정으로 제가 먼저 읽어보았답니다.

6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각기 다른 6개의 소설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고 완독하고도 긴 여운을 남기며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6개의 단편소설을 읽고 느낀 저의 생각을 몇 자 적어볼게요.
「친환경 방수 종이 우주선」
외국에서 전학 온 ‘니닝치’와 말수가 적고 남이 봤을 때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지유’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글로 담았어요. 무카산스카라는 행성에서 왔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니닝치지만 지유는 니닝치를 있는 그대로 봐주었고, 니닝치도 지유의 아픔을 들어주며 마음을 열었어요.
“니닝치가 수줍다는 듯이 살짝 웃었다. 처음 보는 미소였다. 나는 그 순간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포근하고 아늑한 이불을 나란히 덮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p27)
-> 나에게 새로운 친구 사귀는 방법이란…? “우리 친구 하자!”는 말없이도 뭔가 통하고 있다고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그 감정을 느껴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어릴 땐, 나의 새로운 친구가 멀어질까 봐 ‘교환일기’ 혹은 ‘우정 편지’ 이런 걸로 친구를 내 편으로 오래 두고 싶어 했던 나의 간절한 마음도 있었고, 친구에게 답장받았을 때 진짜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니닝치와 지유가 오랫동안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봅니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두 번째 작품은 이 책의 제목과도 같아요. 오슬기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는데, 슬기만의 규칙이 있답니다. 700W에는 4분, 1,000W에는 3분으로 전자레인지를 돌려야 면발 식감이 안성맞춤이었지요. 낚시 모자를 눌러 쓴 남자는 슬기가 가장 좋아하는 쫄쫄뽀끼를 먹고 있었고, 슬기에게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딱 3분 동안 네가 원하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해 준다며 자신은 전자레인지 요정이라고 했어요. 슬기와 전자레인지 요정과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 너무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준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남이 봤을 땐 뭐 저런 규칙을…?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슬기는 컵라면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아이예요.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규칙이 늘 존재한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꼭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이부자리 정리를 꼭 해야 해요. 그게 나만의 규칙이에요. 이렇게 나의 규칙을 지키지 못한 날은 생각하기도 싫답니다) 그리고 ‘전자레인지 요정’의 매직도 너무 신선해요~ ‘내가 원하는 사람의 몸으로 3분 동안 들어갈 수 있다’라니. 스포일러 같아서 슬기의 3분 변신은 비밀로 할게요. 대신 ‘나라면?’ 누구의 몸으로 들어가 볼까? 하고 한참을 고민해봤어요. 처음엔 ‘나의 아버지’가 되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다음엔 ‘나의 딸’의 몸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결론은, ‘나의 배우자’로 3분!으로 결정했어요. 내가 앞으로 평생 살아가면서 가장 이해를 많이 해줘야 할 반려자이기 때문에, 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되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최종적으로 들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전자레인지 요정은 세상에 없고, 나는 왜 이런 고민을 하는가 싶지만, 아버지의 몸으로, 어머니의 몸으로, 딸의 몸으로, 배우자의 몸으로 들어갔을 때를 상상해보느라 벌써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게 상상하고 사색하고 누군가 되어 보는 상상을 언제 이렇게 많이 할까요? 상상력의 한계는 없다! 를 실현하고 왔네요. 이쯤이 되면 슬기의 3분이 궁금하지 않나요? 너무나 현실적이고 당돌한 슬기에 당황했지만, 슬기의 생각이 참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어서 「개미맨과 엔젤」, 「우리가 티티새라면」, 「벌새처럼」 ,「점박이우산귀신」 까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개미맨과 엔젤」에서는 잊힌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았고, 「우리가 티티새라면」에서는 ‘이별’의 단어를 곱씹으며 나의 유한한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다짐과 언제나 이별은 있음을 늘 염두에 두자는 생각을 했어요.

「벌새처럼」 에서는 키싸움을 하는 강민준과 오태양. ‘자리에서 탈출하려는 자’와 ‘그 자리에 끌려가기 싫어하는 자’에 대해 나 역시 같은 상황이 있었던 적을 생각했었고, 지금은 참~ 의미 없는 싸움인데. 어릴 때는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집착을 다른 곳에 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내가 보지 못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나이 든 미래의 나는 지금을 또 어리석게 생각하고 있을 무언가가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답니다.

「점박이우산귀신」에서도 완독 후 여운이 길게 남더라고요. 정말 짧은 글인데도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이의 눈과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 그리고 어린이는 행복해야 한다는 신념! 조금은 슬픈 이야기였지만, 누군가가 치유해줘서 다행이구나 싶은 이야기! 어릴 때 나의 잘못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장면이 있어요. 누군가 나의 잘못도 점박이우산귀신처럼 가져갔으면 좋겠네요.

생각이 많다 보니 할 이야기도 풍성해지고 글이 길어졌습니다. 어른의 눈에서 본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왔습니다. 어른의 마음으로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책은 참 잘 만들어진 어린이 문학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들은 이 책을 보고 어떤 생각과 상상을 할지 너무 궁금 집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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