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초대권(도서)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뉴패러다임연구소;의 소장으로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킹핀을 찾아서'라는 이 책 외에도 우리나라 산업이 가야할 길에 대해 여러 도서를 집필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킹핀'은 사전적으로는 볼링에서 10개의 핀 중 정중앙에 위치한 5번핀을 말하는데 1~3번 핀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어 겉으로는 위치를 잘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5번핀을 쓰러뜨려야 가능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숨겨진 핵심'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있는데요. 한국경제는 태생적으로 교유한 특성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내수시장이 너무 작아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는데 부존자원이 없으니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가공해서 수출하는 제조업이 발달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중간재를 그동안 중국과 미국이 엄청난 규모로 수입해서 우리나라가 제조업에서 만드는 부가가치가 컸지만 이제 중국은 우리 제품의 소비국이 아니라 기술력에서 우리를 앞서가는 경쟁국이 되었고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한 때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였지만 이제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을 버리고 고부가가치의 지식서비스 중심 국가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중국 역시 우리 기술을 따라오지 못할 국가로 여겨졌지만 이제 로봇, AI,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세계 최정상국가가 되어버렸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부상하는 사이 우리는 제조역량이 뛰어난 국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입니다.
저자는 상품을 제조해서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우리가 만드는 상품만 첨단분야로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수출ㆍ제조강국에서 국제 개발협력 플랫폼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합니다. 주요 선진국 등 글로벌 국가들에게 제품울 많이 팔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산업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업을 예로 들어 국내에서는 부족한 현장의 생산 인력을 해외에서 보충하고 국내에서는 친환경 및 자율 운항 등 고부가가치 미래형 선박기술을 선도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또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를 연결하는 글로벌 산업수도로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선진국과는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초ㆍ원천기술의 산업화 R&D 파트너십으로 신기술의 숙성을 선도하고 후발국에게 숙성된 산업기술을 전수해주는 기술이전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입니다. 후진국에 단지 우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각종 산업을 육성해본 경험을 살려 후진국의 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저자는 여러가지 우리나라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여러가지 아젠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의 제언 중 현실에서 실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라는 국내 최고의 기업에서 30년간 해외시장을 누비고 다닌 경험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은 배울 점이 많아 보입니다. 저자의 비판대로 우리나라 산업정책은 구조 자체를 바꾸는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제조업에서 구축한 역량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에 자원을 많이 투입해 왔습니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감히 자원을 투입하려고 생각도 하지 못한 AI, 로봇, 우주 산업 등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 지금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우리나라도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왔습니다. 다행히 전 정권은 산업 정책에 대해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지금의 국민주권 정부는 산업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려 하는 듯합니다. 다르게 시도하지 않으면 다른 성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수출 및 제조강국 코리아의 다음 전략의 지향점을 이 책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