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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 존zone 십ship : 협력개인의 출현
구정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인 구정우라는 분인데 책 표지에 그 유명한 책인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문구가 씌어있다. 책을 펼쳐보면 정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가 있는데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이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를 소개하는 내용에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함께 공동강의를 개발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해외 언론에서는 우리나라를 세대갈등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심한 나라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2018년 영국 BBC가 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빈부갈등에서 세계 4위, 남녀갈등에서는 무려 세계 1위, 세대 갈등에서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국인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인 것 같은데 갈등이 만연한 갈등의 나라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정말 요즘에는 언론을 통해서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되는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직장에서 상사들은 꼰대의 표상이 되버렸고 젋은 직원들은 3요를 외치는 모습으로 희화화 되기 쉽상이다. 3요는 제가요? 왜요? 지금요? 를 말하는 것으로 자신이 맡은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퇴근 시간 이후에는 절대 하지 않으려 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직장인을 말한다.
저자는 그런 세대 간 갈등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70세 이상의 투표권은 0.5표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나 직장에서 상사와 최근 입사한 부하직원들간의 관계, 또 세계 각국에서의 정년연장 논의 등이다. 한편으로는 꼰대의식을 가지는 것은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입사한 지 얼마 안되는 30대 직장인들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하면서 직장에서의 세대 간 갈등은 단순히 나이차에 의한 갈등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듯 하다.
아쉬운 점은 이런 세대 간 갈등이 나타나는 현상이나 사례 등에 대한 진단은 있는데 그 원인에 접근해보는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세대 간 갈등은 역시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부지런히 월급을 모아서 저축하면 차 사고 집 살 수 있었다. 대학다닐 때 등록금이나 생활비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지금 젋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성장했고 대학등록금을 대출받아 학교를 다녀서 직장을 구하면 등록금 대출부터 갚아야 하고 차 사고 집을 사기 위해서는 숨만 쉬고 살면서 몇 십년을 월급을 모아야 한다. 자신의 월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버려서 항상 대출이자를 갚는 생활이 익숙하다. 결혼해서 자녀가 생기면 사교육에 많은 돈이 들어서 월급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은 언감생심인 일이 되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바늘구멍이 되버렸는데 기성세대는 한술 더 떠서 정년연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외쳐대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은 필연적인 일이 되버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는 오랜 농경문화와 최근에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협력하고자 하는 행동양식이 배어 있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부모 자식간에 효도를 강조하는 문화도 세대 간 갈등 극복에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며 좋아하는 연예인, 취미생활, 음식 등 팬덤형성을 잘하는 행태를 볼 때 젋은 세대들이 개인주의만을 추구하는 세대는 아닐 것이라고 보는 듯 하다. 저자의 분석이나 바람대로 신구 간 세대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면 갈등으로 인한 비용발생도 최소화하고 우리 사회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세대 간 갈등이 국가적 문제로 비춰지고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위기로 부각되고 있는데 어떤 사회적 노력없이 전통적인 행동양식이나 문화 등에 기대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서도 젊은 세대의 특성이나 그들의 행동양식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하는 진단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융화와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낼 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저자도 서문에서 본인의 역할은 갈등에 대한 담론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의 개편방향에 응답한 이들이 연금부담금을 더 내고 연금수령액을 더 많이 받는 안을 많이 선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응답의 결과물에는 지금 10세 이하의 어린 세대의 국민연금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제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만 치열하게 고민하지 말고 신구 세대가 다함께 잘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역할을 맡아줄 때가 된 것 같다. 기성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지는 삶을 살게 된 신세대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