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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ㅣ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소설의 주인공은 2명의 남자, 신부 박현석과 의사 범준입니다.
박현석은 어릴 때부터 신부가 되고자 했던 인물로 누구보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언어도 잘 익히는등 좋은 소질을 갖고 있어 신부로서 장래가 촉망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의아한 점은 신부는 성당에서 미사를 인도하는 사람들인데 박현석 신부는 교회에서 신도들을 이끄는 걸로 계속 묘사되더군요.
범준 또한 심장이식에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뛰어난 흉부외과 의사였습니다.
박 신부는 사제로서 공부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그리고 범준은 사람이 사망하는 의료사고를 겪게 되고 방황하던 중 의료봉사를 통해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내전 중인 아프리카로 갑니다. 소설에서의 현재 시점으로부터 15년전 일입니다.
소설은 과거부터 현재로 쭉 이어지는 시간 순의 전개가 아닌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박 신부와 범준은 봉사활동을 갔던 곳에서 함께 지낸 것은 아니고 말라리아에 감염된 박 신부가 범준이 봉사활동 하던 병원에서 치료하게 되면서 스치듯이 짧은 인연으로 지나쳐 갑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그곳에서 내전을 겪으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해치고 약탈하는 악몽 같은 모습들을 직접 보게 되고 이러한 시간들은 두 사람의 가치관을 뒤흔들게 됩니다.
각자 아프리카에서 지옥같은 시간을 뒤로 한채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박 신부는 신부로서 활동을 하면서도 종교와 신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을 느꼈고 박 신부가 있던 교회의 신도가 자살시도를 여러번 하는 일에엮이면서 결국 신부를 그만두려고 합니다. 범준 역시 국내로 돌아와서 다시 의사로서 열심히 일하고 결혼도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심장에 큰 문제가 생겨 심장이식을 기다리다 결국 고통속에 아이가 죽는 일을 겪습니다.
범준 또한 이 일로 의사로서 가치관에 큰 변화를 겪고 결국 자살을 하려는 자들에게 동의를 구해 그들의 장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박 신부와 범준이 그곳에서 만납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박 신부나 범준과 같은 끔찍하고 극단적인 경험을 하고 나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계속 지켜나갈 자신이 있는지 묻는 것 같습니다. 범준이 하고 있는 활동은 분명 불법이고 범죄지만 범준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의 장기로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명분에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고 이게 읽다보면 정말 선인지 악인지 구분이 안되기도 합니다. 박 신부 또한 자신의 일생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던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학에서 구원은 '죄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새로 남'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아마 저자는 첫번째의 의미로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 소설에서 상당한 울림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죄를 미워하고 또 그 죄로부터 구해줄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누구나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하고 살지만 그 선이란 것에 대해 얼마나 강한 확신을 갖고 살고 있을까요? 참 어려우면서도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소설을 읽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