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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의 시대 - 반도체칩부터 생필품까지, 글로벌 공급망의 숨겨진 이야기
피터 S. 굿맨 지음, 장용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 이후부터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 19로 공급망이 일시에 무너졌다가 그 후 팬데믹 과정에서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까지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제 전문 기자가 세계의 산업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내용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헤이건 워커라는 미국인이 주문한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어 캘리포니아의 롱비치항구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경로를 살펴보면서 중국이 어떻게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는지 알아봅니다. 중국 중심의 제조업 세계화와 가치사슬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면 단순히 중국의 공장이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제조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한국과 일본에서 사온 좋은 부품과 중국에 풍부한 원자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에는 중국만의 자본만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투자로 세워진 공장이 많았습니다. 이 기업들이 더욱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해서 중국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게 해 중국 중심의 제조업 세계화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2부에서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미시시피주까지 가는 컨테이너의 미국 내에서의 여정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화물 하역과 트럭 운송, 철도 수송에 이르기까지 컨테이너가 어떻게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운송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봅니다. 여기서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운송의 ‘독점’입니다. 저자는 해운 일정 조정을 독점하고 있던 소수 기업들이 팬데믹으로 노동자들이 격리되자 위기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합니다. 간신히 부두에 닿은 화물이 도시 소비자들에게 쉽게 전달되지 못했던 문제의 원인도 ‘독점’으로 설명됩니다. 수십 년 동안 비교적 운송 규모가 작아 공급 조절이 편리했던 화물차가 육로 운송을 독점하고 철도 운송이 낙후돼 온 결과가 팬데믹 시기의 유례없던 공급 지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3부에서는 공급망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재건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앙집중형 구조였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큰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역내에 두는 리쇼어링 혹은 로컬쇼어링으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길이가 짧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원인으로 미-중 패권 경쟁과 팬데믹 기간 동안의 공급망 붕괴 경험 등 비교적 최근의 사건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여러 일련의 사건들은 저비용국가에 생산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한 주요 국가들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목표가 ‘저비용 고효율’이었다면, 이제는 ‘안정과 신뢰’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탈중국화입니다. 기존의 공급망은 ‘세계의 공장’ 중국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각종 외부의 변수에 대비해 부품의 조달과 제품 생산 등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즉, 어떤 상황에도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장차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시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