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어휘력 - 어른의 문해력 차이를 만드는
박선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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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상에서 이런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A :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B : "지루하게 사과를 하시다니 더 화가 나네요."

A는 "심심하다"라는 말을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말한 것인데 B라는 사람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사례 외에도 "무운"을 '운이 없다', "사흘"을 '4일'로 해석하는 등 우리말과 관련하여 어휘의 뜻을 잘못 알아들어 소통이 잘 안되는 사례들이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한국인들끼리 한국어로 소통이 잘 안되는 것은 어휘력 논란에 가깝다고 하면서 어휘의 뜻을 잘 모르는 것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한국어 중 헷갈리기 쉬운 어휘 100개를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다.

책은 오해, 상식, 교양의 영역의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해의 영역에서는 말소리는 비슷하지만 뜻과 쓰임이 달라 올바르게 쓰지 않으면 오해하기 쉬운 어휘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죽과 거죽은 어휘의 철자는 비슷하지만, (가죽 :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질긴 껍질 / 거죽 : 물체의 겉 부분)으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동물에게 거죽이라는 말을 쓰면 의미가 어색해져 '가죽'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헷갈리기 쉬운 게 '걷잡다'와 '겉잡다'인데 그 뜻은 다음과 같다.

(걷잡다 :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따위를 붙들어 잡다 / 겉잡다 :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

그래서 걷잡다의 올바른 사용사례는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다'를 들 수 있고 겉잡다의 사용사례는 '관중이 겉잡아1,000명쯤 된다'와 같이 들 수 있다.

상식의 영역에서는 제목처럼 상식차원에서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어휘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재판에서 형벌을 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치장, 구치소나 교도소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헷갈리기 쉬우나 (구치소 :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됐으나 아직 재판에 의해 유무죄 여부가 가려지지 않아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하는 곳 / 교도소 : 징역이나 금고형이 확정되어 그 형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반면 유치장은 각 경찰서 안에 있는 시설로 피의자나 경범죄를 지은 사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주 잠시 가둬놓는 곳을 말한다.

또 '무농약'과 '유기농'은 정말 많이 사용하지만 비슷한 뜻으로 오해하기 쉬운 어휘들인데 '무농약'은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은 쓰지 않지만 화학비료는 사용하는 재배법이고 유기농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다 사용하지 않고 똥, 오줌, 퇴비 등의 유기물 천연비료를 사용하는 재배법을 말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더 안전하고 건강한 재배법은 '유기농'이라 할 수 있다.

교양의 영역에서는 교양인이라면 뜻을 섬세하게 구별해서 써야 하는 어휘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나는 이 영역에 있는 어휘들이 가장 구분하기 어려웠다. (참고 : 살펴서 생각함 / 참조 : 참고로 비교하여 대조하여 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용하고 있고 혼용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뜻을 엄밀히 살펴보면 '참조'는 비교하고 대조해 본다는 뜻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교나 대조의 대상이 있는 경우에 사용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만 '참고'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언어에서 그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면서 다른 의미로 굳어져버린 단어도 있는데 바로 '한나절'과 '반나절'이다. '한나절'은 전통 국어에서 하룻낮의 절반을 말하므로 12시간의 절반인 6시간이고 '반나절'은 그 절반인 3시간이 되는게 맞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동안 '한나절'을 하룻낮 전체의 의미로 그동안 사용하여 왔고 결국 요즘에는 '한나절'을 12시간, '반나절'을 6시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글보다는 동영상을 많이 찾고 정보 검색도 포털사이트보다는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외에 생각이나 주장을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어휘의 선택 하나, 어휘의 한 끗 차이가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한 끗 차이가 큰 오해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글을 쓴 사람을 상식이나 교양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말과 글을 제대로 읽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고 문법에 맞게 문장을 구성해서 논리성과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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