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석 - 김옥균을 깨우치고 대원군에 맞선 사내
김상규 지음 / 목선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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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이란 분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몰랐습니다. 조선 말기의 개화 사상의 선구자이자 3일 천하로 막을 내린 갑신정변의 주도자인 김옥균의 스승이었다고 국사 교과서에서 짧게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다가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인데 드라마로도 많이 알려진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 선생과 함께 조선시대 중인 출신으로 '당상관'이라는 지위에 오른 단 2명이 오경석이라고 합니다.

1876년 시점부터 소설은 시작합니다. 1876년은 강화도 조약, 다른 이름 조일수호조규라고도 하는 사건이 발생한 연도입니다. 강화도 조약은 조선이 외국과 맺은 근대적 조약으로서 근대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조약이 일본의 조선침략과 지배의 단초가 되었다고 평가하는 역사학자들이 많습니다. 이때에 이미 오경석은 조선 정부를 대표하여 일본과 협상을 벌이는 중요한 직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오경석은 개화사상가였지만 일본이 배를 끌고 와 무력행사를 하며 조선과의 외교를 강요하는 것에는 반대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 전투라도 불사하라는 대원군의 지시에는 불응하면서 백성들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일본과의 협상에 최선을 다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조선에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은 맺어졌고 이 조약의 부당함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오경석은 몇 년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1879년 운명을 달리했다고 합니다.

소설은 다시 1838년, 오경석이 어릴 때로 돌아가서 전개됩니다. 오경석이 1831년생이므로 채 열살이 되기 전입니다. 오경석의 성장 과정과 어떻게 역관이 되었는지, 그리고 청나라에 13차례나 드나들면서 청나라의 발전상황과 약한 군사력 때문에 서양열강의 침략에 시달리는 모습, 각종 서적을 접하면서 오경석의 머릿속에 개화와 자주국력사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경석의 사후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킨 것은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이 주축이 되었지만 이들이 조선의 개화를 부르짖도록 영향을 준 이가 바로 오경석, 유홍기, 박규수입니다. 유대치는 의관 출신으로 오경석과 동갑내기 친구였고 박규수는 연암 박지원의 손자로 학자였습니다. 이들은 국력이 쇠약해져 가는 조선에 초기 개화사상의 토대를 마련한 선각자들이었습니다. 소설에서는 이들이 친분을 쌓고 서로의 생각과 지식을 교류하면서 개화사상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김옥균과 박영효 등의 젊은 신진 개화파들에게 개화사상을 전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일본이 호시탐탐 조선을 침략할 야욕을 드러내면서 1876년 강화도 조약을 맺게 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오경석은 당시 조선에 개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본이 조선에게 요구하는 것은 조선과 조선 백성들에게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불평등한 내용임을 알고 괴로워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소설의 내용은 오경석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지만 중간중간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을 암살하는 과정이 함께 나옵니다. 조선 정부의 명을 받아 홍종우라는 사람이 일본으로 가서 이와다라는 일본인 이름으로 살고 있는 김옥균을 총살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조선 최고의 급진적 개화사상가의 결말이 타국에서 쓸쓸히 암살당하는 모습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의 개화론은 조선에 꼭 필요한 사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조선의 국력을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개화를 추진하였고 당시 개화의 파트너로 일본을 택한 무능하고 사리사욕에 눈먼 일부 관료들의 잘못된 선택이 일본의 침략과 지배로 이어진 것이죠. 오경석 역시 무조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고 자주국가를 먼저 실현하는 것을 중요시 했던 것 같습니다. 19세기 증기선을 다르게 부르던 화륜선을 조선이 꼭 가져야 한다고 했던 오경석의 주장을 보면 알 수 있죠. 다른 서양열강의 침략을 초기에 받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처럼 타국의 지배까지 받는 흑역사를 만들지는 않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보더라도 조선의 개화론 자체가 잘못된 방향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갑신정변과 같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사건과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김옥균, 박영효 등의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그들의 사상의 시작점이 어땠는지, 그들에게 누가 영향을 미쳤는지 등과 같은 역사의 뒷편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서 보면 많은 교훈과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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