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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평점 :
여기 참 특이한 한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가족 중 가장 연장자는 이 소설의 화자인 최한라의 할아버지입니다. 한라는 할아버지를 항상 최씨라고 부릅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최한라가 붙여준 것입니다. 최씨는 집 근처의 공터를 주차장으로 만들어서 주차관리를 해주며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최씨의 처남인 뚜러정입니다. 뚜러정이라는 별명은 중장비기사로서 젊을 때 사람의 마음이든 무엇이든 마음 먹으면 뚫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씨가 뚜러정의 누나와 결혼할 때 뚜러정은 열살이 채 안된 소년이었던 것으로 나옵니다.
한라의 엄마는 이 집안의 장녀입니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를 나와서 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한라와 함께 친정으로 돌아와서 집안일을 이것저것 챙기고 있습니다. 엄마의 이름은 최고은입니다.
한라의 엄마에게는 두 남동생이 있는데 첫째 동생인 하마 히메는 원래 남자였지만 여자로 성전환을 했습니다. 그런데 키가 180인데다가 골격이 큰 편이라 눈에 띄나 봅니다. 그래서 한라는 삼촌(=이모)이 하마처럼 크다고 하마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이름은 원래 최고완이었는데 성전환 이후 최고윤으로 개명했습니다.
작은 동생은 척척이입니다. 척척박사의 척척이 맞습니다. 집의 다락방에 틀어박혀서 가족들이 하루에 한 번 볼까말까하는 은둔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척척의 이름은 최고준입니다.
이 가족들은 모두 식사도 각자 하고 대화도 거의 없는 아주 삭막한 가족입니다. 동네 주변사람들은 콩가루라고 부르고요. 알고보니 가족들은 사연이 많았습니다. 최씨는 결혼할 당시에는 처남인 뚜러정을 아끼고 좋아했지만 자신의 부인과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신경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다가 최씨의 부인이 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뚜러정은 부모님 없이 유일하게 기대고 살던 누나의 죽음에 매형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첫째 딸은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 부모님 없이 결혼식을 치르더니 딸을 낳고는 이혼하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둘째이자 장남은 어릴 때부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지만 꾹 참으며 살다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결국은 성 전환 수술을 받고 가족들과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한라의 엄마는 동생이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면 기겁합니다. 셋째는 누나와 형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컸지만 청소년기에 자신이 다른 두 형제와 엄마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많은 방황끝에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버립니다.
이 소설의 주요 시대적 배경은 종말입니다. 1999년에 그랬던 것처럼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우연히도 최씨네 집의 옆에 기도원이 들어서는데 그 기도원은 최씨네 가족들이 보기에 왠지 종말을 피해서 어떤 공간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최씨네와 가깝게 지내는 신들린 할머니가 집에 와서 종말 때문에 최씨네 씨가 마를 거라는 섬뜩한 얘기를 전하고 갑니다. 이에 최씨네 가족들도 종말을 피해야 겠다는 위기감에 옆집 기도원의 지하에 종말을 피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소설은 이렇게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어린 한라(작중 8살 추정)의 시각에서 종말 탈출 전의 가족들의 모습과 탈출하는 과정, 그리고 그 후의 모습을 아주 재미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 한라의 시각에서는 가족들의 행동은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형제끼리 저토록 대화가 적고 안 마주치며 살려고 하는지 그러다가 갑자기 왜 옆집에 지하에 밤마다 몰래 숨어들어가서 이상한 공간을 꾸미는지요. 과연 최씨네 가족들은 종말 탈출을 위해서 힘을 합치고 가족애를 회복하게 될까요? 종말은 정말 할머니의 말씀대로 최씨네의 씨를 말리게될까요?
<최씨네종말탈출기>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