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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평점 :
이 소설의 작가는 일본인 이케이도 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 것 같은데 이 책은 작가의 최신작은 아니고 1998년에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게 해준 데뷔작입니다. 상당히 오래 전 작품인데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출간이 됐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기'입니다. 은행원인 이기는 은행 지점에서 일반 대출을 담당하고 있고 이기의 입사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사카모토는 같은 지점에 근무하면서 대출을 받은 회사가 부도가 나는 등 어려운 사정에 처하면 대출을 회수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기는 원래 지점이 아닌 기획부에서 근무하던 엘리트 직원이었습니다. 본사에서 다른 기업의 매수(M&A)를 담당하다가 부조리한 일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결국 지점으로 좌천된 상황이었고 입사동기인 사카모토는 그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같이 근무하던 중 어느 날 아침 출장을 나가던 길에 이기와 사카모토는 만나게 되는데 사카모토는 이기에게 "너 나한테 크게 빚진거야"라는 말을 던지고 갑니다. 그리고 그 몇 시간 후 사카모토가 차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죠. 사카모토가 사망한 후 이기가 처음부터 그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정황들이 계속 발견됩니다. 사카모토는 고객의 계좌에서 거액의 돈을 인출해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내기도 했고 평소 메모를 꼼꼼히 하던 사카모토의 업무관련 기록에서 이기는 이상한 내용들을 발견합니다. 그런 사건들이 이기가 예전에 담당했던 대출과 이기가 잘 알고 지낸 사람들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이기는 결국 사카모토의 죽음을 파헤치게 되고 사카모토의 죽음 뒤에 감춰진 배후와 음모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주인공들이 대형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고 사카모토의 죽음 뒤에는 일본의 금융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돈을 탈취하려는 욕망을 가진 자들이 있어 어떤 면에서는 기업이나 경제 관련 소설로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대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은행의 대출이 어떻게 이뤄지고 회수되는지에 대한 내용도 조금씩 나오지만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고 소설의 주요한 부분은 아니기에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관계에도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설정들을 만들었는데 이기는 미혼이고 사카모토는 유부남인데 사카모토의 부인은 이기와 예전에 연인관계였으며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던 요코입니다. 사카모토와 결혼하면서 요코는 은행을 그만두었습니다. 또다른 중요한 등장인물로 나오가 있습니다. 이기가 존경하고 매우 좋아했던 대출 고객이었던 도쿄 실리콘의 사장 야나기바의 딸인 나오와 이기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도쿄실리콘이 자금 문제로 도산하였고 오너인 야나기바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기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이기는 나오와 관계가 멀어진 상태입니다.
또 대형은행답게 은행 내에는 파벌 싸움이 치열한데 이기는 같은 대학 선후배로 이루어진 파벌에 속해서 일을 하다가 그런 조직 내 부조리와 파벌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지점으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일본의 금융제도는 우리나라보다 금산분리 측면에서 규제가 좀 완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소설가로 데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은행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린 것인지 일본의 많은 대기업 내에서 만연한 파벌 싸움과 금산분리가 완화된 일본 금융자본이 산업과 연결되면서 사람들이 가지는 탐욕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