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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은 중,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근대사를 배운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로 펴낸 내용이다. 그 사건은 바로 이준 열사가 1907년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있었던 세계만국평화회의에서 일제가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내용으로 체결한 1905년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를 시도했던 사건이다. 소설 속에서 이 사건은 실제 역사와 똑같이 등장하며 주인공인 이예빈 검사와 그의 할아버지 이준호는 가상의 인물로 이준호가 1940년 네덜란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준 열사의 죽음의 비밀을 찾다가 반대세력에게 납치를 당하고 그 시기에 이예빈 검사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살던 시대와 장소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어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이준 열사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역사적 기록에서는 이준 열사는 평소 얼굴에 난치성 질환인 종기가 있어 그 치료에 많은 고생을 하였고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절망하여 너무나 큰 울분에 네덜란드에서 바로 병사했다고 전해진다. 실은 병사가 아니었고 일본측에서 이준 열사를 독살 혹은 암살했다는 설도 있고 이준 열사가 만국평화회의장에서 할복 등 자살로 조선의 비극적 상황을 알리려 했다는 설도 있으나 각국의 외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역사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자살설은 설득력이 좀 약한 것 같다. 저자는 일본측에서 이준 열사의 죽음을 유도했고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약한 것을 이용, 네덜란드 정부에서도 그 죽음을 감추도록 했다는 가정에서 이 소설을 전개시킨다.
세계만국평화회의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의 외교관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는 것은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므로 이준 열사의 죽음에 일본의 개입이 있었을 거라는 의혹은 상당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소설에서는 이준 열사가 사망한 이후의 일들도 허구를 가미해서 전개하고 있는데 함께 헤이그에 함께 파견된 이상설, 이위종이 미국으로 건너가 그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를 만나서 일본의 침략의 부당함을 알렸으나 미국 대통령은 일본을 지지한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 아마 저자는 1905년에 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를 정당화 해주는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맺었으므로 소설의 내용처럼 이상설, 이위종이 그 당시 미국에 호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 듯하다.
역사에서 가정은 아무 소용없다지만 과연 만국평화회의장에서 일본의 침략을 규탄하는 내용을 발표했다면 우리 역사가 달라졌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당시는 전세계적으로 제국주의의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들이 아시아의 약소국들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닌 시기였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가쓰라-태프트 밀약도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자 이에 놀란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피하고자 조선의 지배를 인정해준 내용이었다. 그러나 무자비한 일본의 침략에 외교권을 빼앗기고 일제의 수탈에 시달려서 너무나 괴로워진 민중들의 삶을 고종을 비롯한 황실은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그 한가닥 희망이 사라졌을 때 얼마나 크게 절망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야후의 지분을 빼앗을려고 하는 일본 정부의 가증스런 태도와 그런 일본에 큰소리치지도 않고 대응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정부를 보고 상당히 분노했던 일이 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1900년대에는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침략했지만 21세기는 경제력으로 다투는 시기이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제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 들어와서 생산을 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하라는 미국우선주의를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한말처럼 외세에 우리 영토와 경제가 침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경제력을 키워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