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의 반격 다산어린이문학
엠마 캐롤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노지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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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 표지 그림이 도발적이고 세련되어서 눈길을 끌었다. 제목에 ‘반격’이 들어가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를 검색해보다가 그림 작가의 이력을 보았다. 전에 읽은 유명한 그림책의 작가라 더욱 책을 읽고 싶어졌다.

표지에 나온 아이의 표정에 저항정신이 가득하다. 도입부를 읽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영국에 사는 빈민층 아이의 가족은 엄마와 남동생이다. 엄마는 성냥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동생은 성냥갑 조립을 하고, 주인공 ‘브리디’는 거리에서 성냥을 판다. 이들의 노동 환경은 처참하다. 충격적인 실상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심해진다.

엄마는 죽도록 일하지만 해고를 당하고, 브리디는 성냥을 파는 구역을 다른 성냥팔이에게 뺏긴다. 설상가상으로 마차 사고를 당해서 성냥을 잃어버리고 맨발로 거리를 헤맨다. 더 잃을 것도 없는 브리디는 남은 성냥개비를 하나씩 켜본다. 놀랍게도 마법이 펼쳐진다. 처음 켠 성냥은 브리디를 좋은 집으로 인도해서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게 해준다. 이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두 번째 성냥을 켜니 성냥 공장의 근무 조건을 바꾸려는 어른 ‘애니’를 만나게 된다. 아이와 어른은 마치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이야기를 나누다가 파업을 하자고 결론 낸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파업을 구상한 게 어른이 아닌 어린이라는 거다. 어른인 애니는 사회 운동가지만 직접 이 노동을 한 게 아니다. 브리디는 어린이지만 실상을 잘 알기에 파업을 먼저 떠올린 거다.

파업을 하자는 둘의 대화와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브리디의 엄마를 보면 이 작품을 읽는 어린이들이 파업이라는 게 무엇인지, 왜 하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브리디가 성냥으로 불을 켤 때마다 일종의 판타지로 들어가는데 그 장면을 그림책처럼 구성했다. 불이 번지는 듯한 그림이 멋져서 인상적이기도 하고 작은 불씨를 지피면 더 커진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연대를 상징하는 걸로 느껴졌다. 멋진 장치와 상징이다.

뒤에 있는 글쓴이의 말을 읽으니 이 작품이 성냥팔이 소녀를 패러디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상했지만 브리디와 애니는 실제 인물이었다. 당시 성냥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성냥팔이 어린이들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는데 안타깝다 못해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입말체의 문장이 부담을 덜해준다.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내용이다. 당시 사회상을 알게 되고 가독성이 아주 좋아서 #초강력추천 한다.

본문에서 마음깊이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본다.

...가끔은 막막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우리는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하나씩 올라오는 여러 해살이풀처럼 변화가 곧 올 거라 느꼈어.
성냥의 마법 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마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이면 마법처럼 특별하고 감동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것 말이야.
p.176

* #다산어린이출판사 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냥팔이소녀 #책육아 #다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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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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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겨워서 꺼리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모녀신파극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 애증의 모녀 관계가 있다, 대부분 아버지는 죽거나 아니면 폭력적이거나 바람이 나서 이혼한 상태, 어머니와 딸 단둘이 사는데 어머니는 딸에게 헌신하며 집착한다, 성인이 된 딸은 어머니에게 대놓고 엄마처럼 안 살 거야.’라고 하며 엄마의 기대를 꺾으며 싸운다, 다툼이 절정에 치달으면 딸과 어머니는 절연을 하고 시간이 흐른다, 딸은 어머니를 이해하고 뒤늦게 화해를 하는데 어머니는 불치병에 걸린 상태고 눈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런 내용의 소설, 연극, 영화 너무 많다.

물론 이 소설 <어머니의 유산>은 기대대로, 예상대로 모녀신파극이 아니다. ‘미즈무라 미나에가 변주한 모녀 이야기가 궁금해서 냉큼 서평단을 신청하고 부지런히 읽었다.

나는 배경 묘사가 화려하고 수식이 많은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면 묘사 역시 필요 이상으로 세밀하게 파고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알맞은 묘사가 일품이었다. 벽돌책이지만 막히지 않게 읽히면서도,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빠르지 만은 않다. 즐거움에만 치중되지 않고, 진중함도 갖춘 적절한 독서를 한다는 기분이었다. 소설 안에서 학력이 부족한 외할머니가 소설 읽는 걸 좋아하는데 어머니가 이를 보며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처럼 이 소설은, 소설을 읽는다는 건 진입장벽이 낮아서 즐겁고, 진중한 면까지 갖춘 문화적 혜택이라는 걸 알려준다. 더불어 3대에 걸친 이야기에서 또 다른 소설 제목이 많이 나오기도 한다. 주인공과 언니가 어머니를 그 사람이라 통칭하며 <이방인>을 언급하고, 외할머니의 삶과 <금색야차>를 연관 짓는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마담 보바리>를 들고 다니며 읽고 결말에 이르러 언니에게 <세설>을 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인생은 곧 소설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또한 많은 이들이 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은 될 거라는 말을 한다. 이 소설은 이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3대의 모녀 이야기는 다른 이들과 비슷한 듯 독특하기에 두툼한 소설 한 권 분량이 된다. 읽는데 꼭 누구네 집 딸이 그랬다더라 하는 말을 눈앞에서 듣는 느낌도 들었다.

소설의 절반 분량인 1부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막내딸 미쓰코가 회상을 하는 내용이다. 어머니 노리코는 당시 시대상에 맞는 희생적인 어머니가 아니다. 상류층에 대한 동경과 외모 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다. 친딸들에게도 차별을 한다. 이혼을 했고 심지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딸을 가차 없이 버리고 이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캐릭터다. 주인공이 어머니를 경멸하고 진상이라고 여기는 부분이 초반부터 나오지만 임종이 남지 않은 어머니의 심리는 이해가 갔다.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누구나 힘들기에. 되레 어머니의 최후가 사치스럽길 바라는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주인공과 어머니가 주인공 언니의 남편과 집안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가 결혼 후 폄하하는 부분에서, 속으로 미워하고 인정하지 않아도 결국 함께 산 가족의 가치관은 비슷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2부는 장례식을 마친 주인공이 여행을 가서 호텔에서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과의 일화, 이혼 강행, 외할머니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을 와서 장기 체류를 하는 사람들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시하는 사람, 이혼을 하게 되면 맞닥뜨릴 재산 분할 문제, 사랑과 전쟁 뺨치는 외할머니의 가정생활 등은 극적이기에 1부보다 더 흥미진진했고 빠르게 읽었다. 다만 호칭과 이름 때문에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꼭 이 소설만이 아니라 일본 소설에서 격식을 차리는 부분에서 성을 쓰고, 다른 곳에서는 이름을 써서 헷갈릴 때가 있다. 이 소설은 이름뿐만 아니라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 조부모를 언급하는 호칭, 어머니 입장에서 그 어머니를 언급하는 호칭 때문에 더 헷갈렸다.

소설은 일일드라마 보듯 가정사와 개인사만 던지지 않는다. 아버지를 회상하며 아버지가 설날에 불쾌해한 이유는 패전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있었다는 부분에서 국가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병든 아버지를 돌보지 않고 샹송 선생과 바람이 나고, 주인공이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난 남편과의 사연, 호텔에서 본 일본식 영어에 대한 기이함 등에서 일본 사람들의 프랑스( 및 외국)에 대한 환상을 꼬집어주기도 한다.

또한 언니의 입을 빌려 어머니의 관심을 덜 받은 동생(주인공 미쓰코)보다 본인이 더 피해자라고 하는 대목과 더불어 결말까지 가면 이 소설은 모녀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표방한 결국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3대에 걸친 이야기는 보편적이라 와 닿는 지점이 많고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사연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만큼 흥미진진했다. 일본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시대상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에 읽고 추천할 가치가 충분한 소설이다.

 

*복복서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머니의유산 #복복서가 #미즈무라미나에 #초강력추천 #추천도서 #장편소설 #일본소설 #책리뷰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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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별숲 동화 마을 47
이경옥 지음, 박현주 그림 / 별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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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소재로 한 동화는 넘쳐난다.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고양이가 딱히 호감 가는 동물이 아니었다. 고양이를 집안에서 키우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길고양이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였고. 고양이하면 좀 무서운 이미지였던 거 같은데. 지금은 동물보호나 복지 등이 높아지며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도 안 쓰고 반려동물이라고 쓰니.

이 동화 역시 고양이를 소재로 한 동화다. 제목대로 집에서 애지중지 예쁨 받는 고양이 꼭지의 이야기다. 집 창문에서 길고양이 사월이를 만나게 된다. 사월이는 새끼를 밴 고양이인데 꼭지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또 다른 길고양이 단비는 꼭지를 경계한다. 꼭지는 사월이를 만나러 나갔다가 길을 잃고 비도 맞고 사월이가 새끼 낳는 걸 돕다가 집에서 멀어진다.

읽어나가면서 결말이 너무나 궁금했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다른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길고양이의 삶은 힘들고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 내지는 집고양이가 밖에 나와서 힘들지만 동물의 습성대로 자유를 만끽하는 걸 말하려는 건가? 나의 이런 고정관념은 빗나갔다.

어느 삶이 더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이렇게 나누지 않는다. 각자의 생활을 보여주며 고양이에게 닥친 시련을 잘 절충해서 해결한다. 그러니까 이 동화는 ‘다름이 대한 이해’라는 굉장히 많은 창작물에서 다룬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신선하고 친근하다.

또한 길고양이의 생태적 습성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고양이들끼리의 영역이 있다는 거, 살기 위한 터를 마련한다는 거. 길을 잃지 않으려는 방법 등등이 재미를 더해준다.

순식간에 읽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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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초등 읽기대장
김정숙 지음, 권문희 그림 / 한솔수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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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습작하는 사람들과 동화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에게도 강력추천한다.
조선 시대 대궐에는 동변군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12세 이하의 사내아이들만 뽑힐 수 있었고 이들의 오줌은 약재로 쓰였다. 우리의 주인공 '달샘'은 가난한 거름장수의 아들이다. 거기다가 오줌싸개이기도 하다. 달샘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동변군에 지원해서 대궐에 들어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정확히 당시 조선의 왕이 어느 왕이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역병이 심했던 시절을 지났다는 거, 양반 안에서 서얼과의 차별, 당시 의술, 약재에 대한 상식 등등.
이 동화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안에 나온 역사적 사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작품 안에 벌어진 사건의 소재와 단서, 캐릭터 내적 갈등의 원인으로 활용했다는 거다. 굉장히 치밀하게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대궐에 들어간 달샘에게 쉬운 일은 없다. 아침마다 오줌을 누어야 하지만 밤에 오줌을 싸는 버릇 때문에 밥을 굶기고 하고 쫓겨나기도 한다. 달샘의 좌충우돌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었다. 달샘을 은근히 돕는 의녀, 엄격한 듯 좋은 스승 봉침 의원, 양반 동변군의 음모 등등이 어우러져 사건은 흥미진진하게 고조된다. 결말은 달샘의 눈높이에 맞춰진 해피엔딩이다. 억지스러운 해결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공감이 갔다.
모화관, 마수걸이, 백구시 등의 단어도 알게 되었고 읽으면서 조선 시대 평민의 생활상과 대궐 풍경이 눈앞에 그려져서 즐거웠다.
작가의 집필 과정이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비장하지 않은 발랄한 분위기가 좋았다. 탄탄한 문장덕에 술술 읽힌다.
재미있고 유익한 동화를 만나서 기쁘다. 이 동화야말로 추천도서로 지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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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용돈 뺏기 작전 저학년은 책이 좋아 25
장혜영 지음, 박영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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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저학년 동화를 읽었다. 제목은 <동생 용돈 뺏기 작전>. 제목과 표지 그림이 딱 저학년 아이들과 걸맞는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인 수민이 누나는 남동생 우민이의 용돈을 뺏으려고 한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은 일찌감치 써버렸기에 동생의 돈을 뺏으려는 거다. 이 작품은 제목대로 누나가 남동생의 용돈을 뺏으려는 작전과 수민이의 친구 관계 이야기가 어우러져 진행된다.

남동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민이의 작전은 성공할 듯 실패할 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된다. 딱 이 나이 대에 맞는 사건이 일어난다. 본문 중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던 대목을 옮겨본다.

“안 돼! 안 쓰고 모으기만 하면 돈이 썩어. 음식 상하면 버리잖아. 돈도 안 쓰면 그렇게 된다니까.”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 과자 봉지를 뜯고 과자를 남기면 그 다음날이면 썩는 줄 알고 걱정했던 기억도 생각났다.

수민이의 작전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로 끝난다. 좌충우돌한 덕에 용돈의 참의미를 알게 된다. 또한 우정은 물건처럼 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기도 한다.

주인공 수민이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으려 애쓰는 걸 보고 있자니, 물건에 감정을 이입하고 집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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