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나라 - 열다섯 살 독립운동가 주재년 열사 이야기
홍종의 지음, 장선환 그림 / 봄날의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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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가 광복절, 모 연예인이 친일파 집안의 후손이라는 게 밝혀져서 떠들썩한 요즘 역사동화 <돌에 새긴 나라>를 읽었다. 책소개에 열다섯 살 소년, 주재년 열사의 실화라고 나와 있다. 15세라.. 중학생인데. 이 시대 독립운동가의 결말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어린이에 가까운 어린 청소년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무엇을 했을지가 궁금했다.

동화는 일인칭관찰자 시점에 가깝다. '미자'라는 소녀의 눈으로 전개가 되지만 주재년 열사의 덕에 미자가 변하기 때문에 무조건 관찰자라고 하기는 맞지 않다.

이 작품은 동화다. 동화에서 어린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 외 외부의 큰 사건들을 어린이가 주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작은 어촌에 사는 주재년이라는 소년은 일본에 대항하려고 폭탄을 던지거나 시위에 나서지 않는다. 제목처럼 돌에 조선의 해방을 기원하는 글씨를 새긴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큰일을 목숨을 내걸고 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일본에 충성하는 것이 당연한 걸로 인식하며 자란 미자는 변한다.

미자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한일합방이 된 후였다. 창씨개명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일본말만 써서 상을 받기도 한 미자에게 조선의 해방, 독립운동이라는 개념은 없다. 미자의 아버지 역시 면사무소에서 일하며 일본 쪽에 서 있다. 미자의 부모 역시 주재년이 한 일이 발각되고 주재년이 자수하고 잡혀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변한다.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바뀌기는 어렵다.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주재년은 결국 죽는다. 안타깝지만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인데도 친일파인 사람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니 엄청난 업적을 남긴 거다.

친일파는 대대손손 잘 사는데 끔찍한 고문을 당하다가 죽고 이름조차 못 남긴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이 동화는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소개한 것을 넘어섰다.이 어린 독립운동가로 인해 주변인들이 서서히 변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렸다. 이 부분이 가장 먹먹하고 감동적이었다.

또한 '불령선인'이라는 단어가 있었다는 거,끝에 '자'가 들아가는 여아의 이름이 많았다는 거, 가부장적인 가정의 분위기 등을 보여주어서 시대상을 알 수 있게 한다.아무리 반일 활동을 했지만 미성년자에게도 어김없이 고문을 가한 일본의 행태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악랄했구나 싶고.

심플하고 강렬한 그림이 글과 잘 어울려서 중간중간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큰 동화다.
필독서로 지정되어 많은 어린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봄날의곰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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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눈뜬다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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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절대 해선 안 되는 세 가지가 뭔지 알아?
적반하장, 후안무치, 내로남불.'
장편소설 <잠들면 눈뜬다>의 소개 문구다. 소설 본문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고.
뉴스에 나올 정도의 참사, 개인적으로 타인과 얽힌 불미스러운 사건과 위 세 단어는 밀접하다.

꿀잼소설이나 읽어나가는데 몇 달 전에 내가 겪은 황당한 일이 생각나서 소설의 주인공처럼 힘들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고 가벼운 마찰이었지만. 버젓이 증거가 있음에도 푼돈에 양심을 팔아넘긴 그 자가 생각나서 힘들었다. 변호사에게 자문까지 구했는데 그 자의 요구에 응한 이유는 내가 바보라서가 아니고, 밥 한 끼 정도 되는 적은 돈이라서도 아니고, 그 자가 무서워서도 아니었다. 그 자의 양심을 한 번 믿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끝내 내 예상과 빗나가자 거짓말로 윽박지르던 그 자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 소설에 나온대로 그때 그 자의 눈은 호박 눈이었다. 때문에 '호박 눈'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정말 놀라고 극공감했다. 책 리뷰에 이렇게 내 TMI를 쓴 이유는 이 소설은 누구나 겪거나 목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에서 출발한 이야기라 공감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술술 읽히는 문장에 인간의 심리를 녹여낸 깊이가 대단하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아치는 사건들은 말할 것도 없이 흥미진진하고. 각 챕터 첫 장에다른 책에 나온 문장들이 나와 있는데 작가의 방대한 독서력과 진중함이 엿보인다. 이 문장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간중간 언급된 리액턴스 효과, 아프리카 원주민이 이야기 등등에서도 탁월함이 빛난다. 바론 이런 게 작가의 역량 같다.

도로에서 최소한의 상식을 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때문에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많은 걸 잃은 부부, 무영과 수정. 둘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이들을 덮친 것은 '미아즈마'라고 불리는, 떠돌며 사람을 헤칠 숙주를 찾는 연기 같은 존재라는 게 밝혀진다. 종잡을 수 없는 미아즈마는 시민들을 공략하고 무영은 이 사건을 맡은, 과거에 미아즈마와 깊은 관련이 있는 프로파일러 예령과 마주치게 된다.
미아즈마가 떠돌며 사람들을 조종하기에 소설은 병렬식으로 전개된다. 펼쳐지는 사건들은 자동차 접촉사고, 응급실에서의 다툼, 영화관 빌런 등등인데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섬뜩하다.
결국 의기투합하게 된 무영과 예령은 미아즈마를 쫓게 되는데..

앞서 몇 달 전에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엮였다고 썼다.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겠지. 인정하지 싫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몰상식한 피해를 끼쳤을 수도 있다. 나만 생각하고 나만 옳고 내 이익만을 취하려는 게 바로 미아즈마에 조종당하는 게 아닐까? 조종당하지 않은 무영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며 위안을 받았다.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전작을 다 읽었기에 이 소설에 언급되는 것들이 반가웠다. 늘 도시 이름을 '홍주'로 쓰는 거, 커플이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 제목이 다른 소설 제목인 '손톱'. 작가의 말에 나왔듯 이 소설은 단편 <일방통행>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등등.
브릿G에 연재될 때부터 열독한 소설인데 종이책으로, 한 호흡으로 쫙 읽으니 후련하다.
책 날개에 나온 김종일 작가의 작품 중에 <손톱> 외 다 소장 중이고 다 읽어서 뿌듯했다. <손톱> 개정판도 빨리 나왔으면.

강렬한 여름 뭐니뭐니해도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게 가성비 좋은 여름나기다. <잠들면 눈뜬다>의 결말, 세상은 미쳐 날뛰어도 내 곁의 사람들과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이처럼 날씨는 무덥지만 <잠들면 눈뜬다>를 읽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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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관객 - 분더비니 뮤지컬 에세이
분더비니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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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뮤덕인지 아닌지 분더비니님의 뮤지컬 에세이 <맨 끝줄 관객>을 읽으며 자문자답해보았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뮤지컬 회차가 진행될수록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공연의 내공이 쌓여가는 게 보이는 곳이 무대라는 것, 본진에 대한 단상, 공연은 특별한 날에 보는 게 아니고 일상을 채우는 삶의 영역이라 혼자 보는 게 더 편하다 등등.

이 책을 읽기 전에 뮤지컬 에세이라고 해서 공연에 대한 뒷이야기 정도를 가볍게 풀어낸 글인 줄 알았다. 완독하고 나니 이렇게 짐작한 게 미안할 정도다. 적확한 단어와 비유를 쓴 문장들이 탁월해서 술술 읽히지만 책장이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가 공연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서술한 것으로 시작되며 저자의 연기 경험, 공연과 이어진 인연, 외국에서 본 공연 같은 굵직한 에피소드로 확장된다. 이를 뮤지컬에 나오는 넘버, 대사들과 절묘하게 엮었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예습을 하고 원작을 찾아보고 꼼꼼하게 다이어리에 기록한다는 부분을 읽으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장, 앎의 즐거움을 알려준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가 생각났다. 저자는 뮤지컬로 얻은 성찰이 깊은 사람이다. 이런 진지한 내용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웃음이 나는 내용도 많았다. 티케팅에 대한 단상과 관람 전 주의할 사항 등등.

분더비니님을 인스타툰으로 몇 년 전에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역시 몇 년 전에 인스타 피드에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나 캐스팅에 대한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나는 댓글에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달았다. 분더비니님도 이 연극을 생각했다고 해서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앞서 내가 뮤덕인지 아닌지 자문했다고 했는데 뮤지컬을 좋아하기에 나 역시 큰일을 겪을 때 그때 뮤지컬이 있었던 거 같다. ‘디어 에반 핸슨이 개막 전에 영화로 먼저 개봉이 되었는데 이걸 보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고, 좌절했을 때 울었다가 때마침 상연 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며 내 고민은 아주 작은 거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작년에 공연을 많이 봐서 올해 자제하려고 했는데 이 책 덕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뮤지컬로 번진 많은 경험과 성찰이 망라한 재미있는 에세이라 연뮤덕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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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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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로 믿고 보는 감독이 된 윤가은님의 신작 '세계의 주인'을 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입소문을 내고 다녔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고 있지만. 진심 천만관객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았기에 각본집을 읽으니 복습을 하는 기분이었다.
먹먹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많지만 몇 개 뽑아보자면
극중 대사 "아니- 나 진짜 많이 노력하는데 아직도 용서가 잘 안돼. 나 자신이. 더 노력해야겠지? 아직 살아 있으니까......"에서 눈물이 났다.
세차장 장면에서 "한 바퀴 더 돌까?"에서는 숨을 골랐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이 읽은 문장들은 받아적고 싶었는데 책으로, 활자로 읽을 수 있어서 그저 좋았다. 소개한 대사 말고도 지문이 살가우면서 치밀하다. 지문을 읽을 때는 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어서 영화를 봤는데도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지금까지 살면서 무수한 타인들을 보았다. 모든 사람이 안고 있는 각자의 서사는 그 무게가 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다르다. 이걸 엿보며 살기에 남들과 함께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것을 힘있게 전달해서 힘을 준다. 억지로 밝지도 않고, 회피하지도 않는다. 무거운 소재를 적절한 거리두기, 알맞은 온도로 풀어냈다.
각본집을 읽고나니 또 뭉클하다.
우리의 주인공 주인이의 세계에 풍덩 빠지게 한 '세계의 주인' 각본집 강력추천한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안온북스에서 책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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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파티
김명 지음, 하상서 그림 / 월천상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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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게 참 좋았습니다. 그림도 편안하게 느껴져서 공감할 요소가 많은 직품입니다. 추천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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