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아이들 소원잼잼장르 4
전건우.정명섭.최영희 지음, 안경미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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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앤솔로지 가 청소년소설, 소설 앤솔로지보다 덜 팔리는 걸로 안다. 이 동화 앤솔로지는 제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되어야 한다. 사실 나오자마자 읽은 책인데 1월 1일에 다시 찬찬히 읽었다. 읽어야 할 책이 많고,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재독 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재독할 가치, 공부할 가치, 너무 재미있어서 또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제목대로 생명이 끝나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세 편이 담긴 동화책이다.

첫 번째 지구에서의마지막밤 은 제목대로, 앤솔로지 제목대로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을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블러드 아이가 판치는 세상에서 어린이들은 부모조차 믿을 수 없다. 때론 어른보다 더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 최후의 만찬으로 선택한 초코파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어린이의 심정을 따라가다보면 처연함이 차오른다. 덤덤하게 마지막 날을 보내는 어린이들을 보며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솟았다.

두 번째 이야기 정크봇 을 읽으니 어느 곳에서나 희망이 있다, 어린이가 미래의 주인이다라는 조금은 진부한 주제가 식상하지 않게,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왔다. 정크봇을 만든 어른의 의지, 정크봇을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어린이의 의지가 결말에 나오는 모닥불보다 더 훈훈했다.

세 번째 이야기 불을지키는악마들 이 앤솔로지에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굴뚝 청소부의 정체가 무엇일지 흥미진진했다. 더불어 근거없는 소문으로 세상이 나눠지고, 그 안에서도 계급차이가 있다는 배경 설정이 근사했다. 요즘 세상을 풍자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재해석하고 곱씹을 거리가 많았다. 무서운 변종 메뚜기도 작품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문득 내가 어린이였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에.

믿고 보는 작가 전건우, 정명섭, 최영희 님의 글은 예상대로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 작가님들 다 동화, 청소년소설, 소설을 넘나드는 걸로 아는데 고른 필력에 그저 놀랄 뿐이다. 일러스트 까지 멋진 완벽 아니 갓벽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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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간 천승주 -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1
김경은 지음, 혜캉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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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장편동화 <숙주인간 천승주>다. 빠른 듯 느긋하고, 독특한 듯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었지만 천천히 음미하게 되어 마음만큼 빨리 읽지는 못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글에 녹아들어 독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준다. 어린이 주인공 승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맞아맞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생충학박사인 엄마, 천문학박사인 아빠의 딸인 승주는 어느 날 몸에 외계 기생 생물 제로가 들어온다. 승주와 제로는 대화를 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 플롯이 승주와 기생 생물의 이야기라면 서브 플롯은 승주와 부모, 도하와의 관계다. 승주는 제로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도하와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함께 전국 과학만만세를 준비하게 된다. 조금은 짐작이 갈 듯 이야기가 흐르지만 결코 예상대로 가지 않는다. 풍성한 이야기와 안정적인 문장은 예상을 조금씩 끝까지 뒤집는다. 마지막 장을 덮으니 승주의 선택, 도하의 선택, 제로의 선택에 다 수긍이 갔다.

동화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기생 생물에 대한 정보가 마치 보너스처럼 주어져서 말 그대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SF동화라고 하면 연상되는 전형성이 덜하고 술술 잘 읽힌다. 추천한다. 초등학생 조카한테 먼저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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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이의 코딱지 연구소
정승희 지음, 김채은 그림 / 솔숲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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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이의 코딱지 연구소>를 읽고

오랜만에 그림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코딱지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코딱지 안 먹어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 요즘 어린이들은 아니겠다. 나는 아직도 생생하다. 코딱지 먹는다고 할머니한테 혼났던 기억이. ㅋㅋㅋ

잘 먹지 못해서 살이 쪽 빠진 돼지 끙이가 주인공이다. 이렇게 못 먹게 된 이유는 친구 보들이가 코딱지를 먹는다고 놀려서다. 알고보니 보들이도 코딱지를 먹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된 끙이는 마음을 풀고 코딱지를 비롯해서 다시 음식을 잘 먹게 되고....해피엔딩이다.

나는 코딱지를 먹은 기억이 있고, 요즘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이 그림책은 공감을 불어일으킬 수 있다. 뒤에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듯이 코딱지는 나만이 가진 비밀에 비유된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밝히기 싫은 비밀을 친구와 같이 너도 그렇구나 하며 맞장구 치다보면 인간관계 확장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결말에서 아빠가 코딱지 연구소를 차린다. 아이의 관심사를 인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가벼운 듯 자연스럽게 그린 그림과 밝은 내용이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청소년소설과 동화를 많이 쓰는 정승희 작가님이 쓴 그림책 글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그림책이라 금방 휘리릭 읽었지만 메시지가 남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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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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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때때로 감정이 무디거나, 아예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밤에 이불킥을 할 때, 흑역사 제조기로 살아왔구나 괴로워 할 때, 기억을 지우지 못하니 감정이 없다면 낫지 않을까 고뇌했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SF영화에서 수없이 본,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어딘가 조금 어색한 휴머노이드가 눈앞에 그려졌다. 휴머노이드처럼 감정이 없거나 아주 단순하다면 살기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SF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어도 의외로 SF설정을 흔히 생각하며 산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런 상상은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차이를 이미 막연하게나마 설정한 것 위에 있는 거다.

2020년 초에 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작별인사>는 위 단락에서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계와 인간의 차이와 정체성을 다룬 김영하표 근사한 SF소설이었다.

2년이 흐르고 <작별인사>가 재출간되었다. 한 눈에 봐도 늘어난 분량이라 달라진 점을 기대하며 읽었다. 등장인물과 굵직한 서사는 비슷하지만 기계와 인간의 정체성과 더불어 또 다른 묵직함이 있었다. 그 묵직함은 진지하지만 마냥 비장하지는 않았다. 적정수위를 지키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작가로부터 받은 질문은 다음이다.

휴머노이드로 살든, 인간으로 살든 어떻게 살 것인가?”

마치 종교가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내지는 살아가면서, 정확한 표현은 다르지만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사유하니 작가가 왜 이 작품의 제목을 기계의 시간에서 <작별인사>로 바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이든 간에 삶을 살아가고 삶과 이별을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소설은 살아있는 존재들의 근원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인간인줄 알았는데 휴머노이드라는 걸 알게 된 철이, 철이를 만들고 철이를 찾으려 재판을 하는 철이 아버지(과학자 최 박사), 인간이지만 복제된 선이, 선이같은 클론을 무분별하게 만들어내는 인간들, 또 다른 휴머노이드 민이, 인간 세상에 대항하는 휴머노이드 달마, 모두 입장이 다르지만 이들 모두에게 살아가라고 주어진 시간은 같다. 이는 선이와 달마의 논쟁, 철이의 아버지가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부분에 이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캐릭터들의 생각 차이로 시작되지만 결국 삶에 대한 넓은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소설은 이렇게 곱씹을 거리만 던져주지 않는다. ‘휴먼매터스와 휴머노이드 수용소라는 공간, 민병대의 등장, 쫓고 쫓기는 긴박함이 어우러져 눈앞에 강렬한 영화 한 편이 스쳐지나갔다. 김영하 소설의 특징인 손에 잡힐 듯한 뚜렷한 서사가 두드러졌다.

선이가 클론인데 그것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 예상할 수 있었지만 철이가 휴머노이드라는 것, 달마의 터전이 급습당한 이유 등의 자잘한 반전 또한 작품을 풍성하게 한다. 한국 사회가 통일이 된 걸로 설정해서 미래 사회의 혼란함을 가중시킨 영리함도 빛났다.

소설은 숨 가쁘게 결말로 달려가고 독자는 결말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밀리의 서재 판을 이미 읽었기에 결말을 알고 있었다. 처음 읽을 때 결말의 씁쓸함에 허우적대면서도 ……인간이 소멸하자 지구에 평화가 찾아왔다, 인류가 지구에 남긴 건 플라스틱과 닭 뼈…….’라는 구절에서 피식 웃기도 했다. 올해 출간된 버전에서 이 문장이 빠져서 아쉬웠다.

소설의 막바지에 나온 선이의 모습은 마치 수행하는 종교인 같다. 그녀가 남긴 말처럼 삶을 마무리하는 존재들이 우주로 회귀한다는 걸 보여주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 중심잡기 힘든 요즘에 <작별인사>를 완독하면 서글픈 여운이 짙게 깔릴 것이다. 쉽게 가시지 않는 먹먹함이 되레 원동력이 될 거기에 <작별인사>, 그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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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발끝에서부터 사계절 중학년문고 38
정은숙 지음, 이주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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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2수사는 발끝에서부터가 출간되었다. 오래 전에 먼저 나온 <명탐견 오드리-추리는 코끝에서부터>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신나게 읽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완독. 단편 (보다 조금 분량이 긴) 세 편이 실려 있는 동화집이다. 옴니버스 동화, 연작 동화다.

초등학생 범이네 가족과 함께 사는 오드리라는 개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의인화를 시켰지만 개의 습성이 고대로 나와서 이야기 진행이 터무니없지 않고 현실적이다. 되레 개가 행동하는 부분이 한계가 있어서 더 아슬아슬하고 긴장감이 느껴졌다.

첫 번째 동화, ‘놀이터의 귀신에서는 귀신의 정체를 밝혀가면서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한다. 귀신과 학교폭력과 연결시킨 지점이 납득이 가고 잘 어울렸다. 해결방식이 시의적절해서 좋았다.

두 번째 동화, ‘향기를 품은 편지’. 가장 재미있었다. 수신인에게 가지 못한 편지를 발신인을 먼저 찾아내서 보내주는 내용이다. 먼저 장소부터 찾아내는데 아차 싶은 지점이 있었다. 추리란 이렇듯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작은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세 번째 동화, ‘한밤중의 돌멩이’.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라는 메시지가 느껴졌다. 사건이 일어난 이유, 범인의 심리가 정확하게 드러나서 공감과 납득이 갔다. 사건 해결을 오드리 혼자 한 게 아니고 등장인물들과 머리를 맞댄 지점이 재미있었다. 함께 추리하는 느낌이었다.

세 편의 동화를 모두 다 읽고 나면 앞에 뿌려진 작은 단서들을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 세상 모든 일에 그냥은 없다. 내 앞에 펼쳐진 일들이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단단한 끈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어쩐지 힘이 되었다.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 일들이 이 동화처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드리의 귀여운 촌철살인과 허술하기도, 예리하기도 한 입체적인 인간 캐릭터들이 펼치는 좌충돌 추리극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훈훈한 추리동화다. , 보너스처럼, 서비스처럼 중간 중간 추리 퀴즈가 나온다.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록 나는 다 틀렸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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