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의 미학 - 도스또예프스끼의 간질병과 예술혼
김진국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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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병든 시대를 헤쳐나간, 거룩한 병자의 이야기 / 병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거룩할 병자들을 위한 이야기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세상을 구원하는 힘이 '아름다움'과 '어리석음'에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분들께
2.병든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믿는 분들께
3.절망스러운 마음이나 이 세상이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을 품고있는 분들께
4.위대한 문호 도스또예프스키의 창작의 원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꼐
5.도스또예프스키의 위대한 작품들이 태어난 배경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의 특징]
1.풍부한 이야기
'소설가'로서 도스또예프스키의 이야기는 물론 기대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의 유명작들이 빈번하게 인용되며 작품세계들을 짚어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작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을 돌아봅니다. 병든 시대를 헤쳐나간 거룩한 병자로서, 그가 세상을 마주한 방식을 그려냅니다.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간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인간으로서 삶의 여정, 영향을 미친 사건들, 아내와의 이야기, 작품 너머의 개인적 가치관들도 짚어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도스또예프스키가 살아온 19세기아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 시대를 짚어보고, 또 하나의 병든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돌아봅니다. 깊고 넓고 풍부한 이야기는, 충분히 저의 사유세계를 확장시켜 주었습니다.

2.생각의 기회
4 "그런데 요즘 정신병을 앓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도 나도,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정신병을 앓고 있고 또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도스또예프스키의 《까리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등장하는 대화입니다. 이것이 비단 19세기 러시아의 사회 분위기이기만 할까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19세기 러시아보다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들은 시대의 부조리를 꿰뚫어보는 예민한 감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의 사회면마다 새로운 라스꼴리니꼬프가 등장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요? 어떤 부조리를 감지하며 어떤 희망을 발견하며, 어떻게 그 불씨를 호호 불어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의 독서는 저에게 그러한 새롭고 넓은 생각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3.살아가는 힘
참으로 팍팍하고 힘든 세상입니다. 위로와 응원의 도움이, 의지와 열정의 원천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혼돈의 시대였던 19세기 러시아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부딪힌 한 위대한 작가는 '아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위대한 고행으로 스스로를 이끌었습니다. 글쓰기라는 놀이를 통해 병든 시대를 거뜬히 헤쳐 나왔습니다. 그가 남겨준 '어리석음'과 '아름다움'의 영감은, 병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값진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평]
31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대개 칙칙하고 어둡고 슬프다. "아주 빈번히, 눈에 띄지 않게, 거의 비밀스럽게 빼쩨르부르그의 무거운 하늘 아래서, 거대한 도서의 어둡고 감추어진 골목길에서,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삶, 둔중한 이기주의,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 음울한 방종, 비밀스런 범죄의 한 가운데서, 이 모든 무의미하고 비정상적인 삶으로 가득 찬 끔찍한 지옥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괴로운 이야기"들이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왜 그럴까요? 그들이 안고 있는 병증과 슬픔과 무거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도스또예프스키는 그들의 삶과 독백과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또한 그 모든 예술적 창조의 과정은 도스또예프스키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까요?

이 책은 위대한 문호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을 다룹니다. 그의 삶과 그의 작품을 오가며 그가 병든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더듬어갑니다. 또한 병든 시대의 병자로서 그에게 글쓰기는 과연어떠한 의미였을지 짚어봅니다. 

도스또예프스키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혼돈과 부조리에 가득찬, 19세기 러시아라는 병든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한 놀이였습니다. 천상의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실천이었습니다. 시대의 위선과 오만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나선 바보성자였습니다.

우리 시대는 어떤가요? 작년에는 서울 중심가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이유없이 살해당했습니다. 어느 교수는 연구원을 착취하며 인격을 짓밟으며 심지어 인분까지 먹였다고 합니다. 세 모녀는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고, 한쪽에서는 전관예우를 등에 업은 법조인들이 거액을 벌어들입니다. 불과 얼마 전에는 한 여중생이 친한 친구를 따라갔다가 친구의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했으며, 아파트 외벽 공사를 하던 인부가 이유없이 추락했습니다. 

308 그런 어리석은 병자가 남긴 절망의 기록 속에도 삶의 의지를 다지게 만드는 몇 구절이 숨어있다. "삶을 향한 갈망을 이길 만한 그런 절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삶의 모든 1분이, 삶의 모든 순간이 인간에겐 축복"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율법 자체"라는 것.

참으로 부조리한 사회입니다. 못지않게 양극화된 사회입니다. 못지않게 힘든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며 희망을 찾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의 독서는, 의미있는 치유와 축복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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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쉽게 읽기 - 상식적이지만 비범한 우리의 법 이야기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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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한법 조문에 대한 친절한 배움의 기회 / 헌법 조문과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헌법에 대해 배우고 싶지만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께
2.헌법이 어떻게 삶에 적용되는가에 관한 궁금증을 갖고있는 분들께
3.헌법과 법의 적용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기대하는 분들께

[이 책의 장점]
1.친절함
그냥 법도 아니고 헌법에 관한 책, 혹시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을 갖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친절합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이 '북한 이탈 주민에게 법률교육을 하기 위한 교재를 만드는 것' 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만큼 기계적이거나 딱딱하게 내용을 전개하지 않습니다. 친절한 해설과 생활속의 사례로 낯선 헌법 조문을 풀어나갑니다. 헌법을 접한적이 없거나, 법에 대한 낯설음에 부담감을 갖고있는 분들도 어려움 없이 읽어나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읽을거리
이 책은 각 챕터별로 '조문-해설 및 사례'의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각 조문에 대한 풀이도 적혀있지만 그보다 풍성하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례입니다. 헌법 11조 1항의 평등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는 '이화여대 로스쿨'의 사례로, 헌법 제 22조 제1항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에 관한 챕터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와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 그림' 사례를 설명합니다. 단순히 헌법조문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시사적 이슈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3.생각거리
풍부한 읽을거리를 담고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자는 단순히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만을 적어내리지 않습니다. 저자 자신의 법리적 판단과 근거를 덧붙이기도 하고,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근현대사의 문제적 사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독자로서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 그리고 저자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의 날을 세워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적인 읽기:일반적인 이야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위정자들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며 종종 인용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조문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더욱 빈번하게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조문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이 조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모든 법조문을 아우르는 헌법, 그 중에서도 제1조 제1항에 위치한 조문이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알고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의 1장에서 첫번째로 다루는 주제가 바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조문입니다. '민주'와 '공화'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고 구체적 의미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 민주와 공화가 충족되지 못했던 시절의 대한민국사를 짚어봅니다. 나아가 불과 얼마전까지도 그런 여지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헌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9조 제1항까지 다양한 조문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헌법의 조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설과 사례를 풀어내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법률교육을 목적으로 쓰여진 만큼 친절한 해설과 풍성한 사례로 낯선 헌법을 풀어나갑니다. 헌법을 배우고 싶은 의지는 있었으나 '너무 어렵지 않을까?', '조문이 낯설지 않을까?', '판례 또한 나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 아닐까?'하는 우려를 갖고 있었던 분들께 이 책은, 헌법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다양한 시사이슈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나아가 해당 이슈에 대해 사고해보는 과정에서 생각의 폭을 확장할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문을 제시하고, 해당 조문과 관련된 일화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예를들면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를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이 강남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를 설명합니다. 한 줄의 조문만으로는 와닿지 않았던 헌법이 현실의 사례를 통해 구체화 됨으로써 어려움과 낯설음을 지워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사례의 설명에서 나아가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교육자원이 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추가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각 챕터에는 저자의 비판적 시각이 자주 제시됩니다. 이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읽을거리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내용과 사례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자의 주관이 뚜렷하기에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불편하게 느끼실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우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고 고개를 갸웃거린 부분도 있었는데요,  두 경우 모두 긍정적인 기회가 되었습니다. 동의하면 동의하는대로, 동의하지 못하면 동의하지 못하는대로 나름의 비판적 사유의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다기보다 삶과 맞닿아있는 헌법에 대한 낯설음과 어려움이라는 진입장벽으르 낮추기를 바라는 분들께, 의미있는 배움과 생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적인 읽기:개인적인 독서후기]
헌법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조문과 판례를 기계적으로 읽고 암기하려 했지, 그 배경과 현실적 의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독서는 나에게 헌법에 대한 이론상의 이해를 넘어 삶으로의 적용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68 동성동본 금혼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은 동성동본 금혼이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문화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동성동본 금혼이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동성동본 금혼 폐지 문제가 40년 가까이 논란만 일으키는 동안 수많은 동성동본 커플은 고통을 받아야 했다. ... 결국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1997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헌재 1997.7.16. 95헌가6)

1997년이 되어서야 동성동본간의 금혼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 김해김씨의 숫자는 대한민국 국민 중 10%에 이른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성동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과거의 당연함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또한 현재 내가 느끼는 당연함이 당연히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열린마음을 늘 품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136 조현아가 구속된 직후인 12월 31일 <한겨레>는 조현민이 조현아에게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보도했다. 조현민이 복수하겠다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땅콩 리턴 사건으로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려진 박창진 사무장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었다. ... 조현아와 조현민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엄연히 그들의 사생활이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헌법으로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보장받는 보편적 권리다.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의 보도는, 회항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나 역시 해당 보도를 접했고 상당히 부정적인 정서를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문자메시지가 어떻게, 왜 유출되었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해당 내역은 수사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법원이나 검찰에서 정보가 새어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동생의 문자메시지는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해당 챕터를 읽고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며, 사건에 대해 감정적으로만 반응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구분과 이성적 판단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복수의 대상이 될 피해자를 위해서, 공론화의 실익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의 의지가 늘 복수의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의지를 확인한 이상 약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공의 관심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피해를 받을지 모를 약자에 대한 보호, 그리고 피해를 가할지 모를 누군가의 기본권, 무엇이 더 분명하게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도 어렵지만, 이와 유사한 수많은 사건에 대한 준칙을 세우는 과정은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의 양심의 소리를 듣고, 후회없는 판단을 이어가기 위한 내적 가치기준을 분명하게 세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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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듣는 일상 속 고민 해결법!
마커스 윅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한줄평]
현대인이 경험하는 / 일상 속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하며 / 위대한 철학자들은 뭐라고 조언했을지 / 간결하게 들어봅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스스로 결정장애를 갖고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2.빠르고 후회없는 판단력을 기르고자 하는 분들께
3.역사 속 위대한 철학자들의 판단기준을 배워보고자 하는 분들께
4.다양한 선택의 상황을 미리 만나봄으로써 장래에 만나게 될 선택의 순간에서 더 나은 선택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분들께
5.질문을 만나고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대답을 들어보는, 생각의 기회를 기대하는 분들께

[이 책의 장점]
1.재미
생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관계, 일, 라이프스타일, 여가시간, 정치라는 5가지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질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역사 속 위대한 철학자들의 (가상의) 조언을 들어봅니다. 제목에는 니체만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벤담, 밀, 러셀,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등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합니다.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3가지 재미를 느꼈습니다. 첫째, 대답하는 재미입니다. 철학자들의 답변을 읽어보기 전에 주어진 질문이 나의 상황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보고 대답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째, 들어보는 재미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답변을 들으며,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사상에 대해 가볍게 이해해보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셋째, 비교하는 재미입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다른 신념을 바탕으로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비교를 통해 다양한 철학자들을 함께 만나니 하나의 사상을 독립적으로 들을때보다 한결 낯설지않게 배움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2.가독성
이 책은 5개의 챕터 속 수많은 질문들을 담고 있지만, 개별 챕터의 경우 일관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간결한 질문-일반적인 이야기-각 철학자들의 답변-요약"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등장하는 철학자의 이름은 진한글씨로 강조표시되며, 각 철학자들의 유명한 격언이 말풍선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따금은 도표와 이미지를 통한 비교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철학서적'에 대한 대중들의 낯설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가독성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실용성
올 여름, 에어컨 가동 하셨나요? 온도에 대한 가족간의 의견 차이로 다툼을 겪지는 않으셨나요? 공공장소에서 온도를 높이거나 낮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으셨나요? "서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실내 온도가 달라서 배우자와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책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질문들이 이처럼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만한 상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나요? '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들도 있습니다. 삶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있는 저에게는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도 충분히 실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만한 질문들을 담고 있기에,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더 나은 판단을 이어가기 위한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적인 읽기:일반적인 이야기]
오늘 하루,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나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결정을 하셨나요?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할만큼 현대인의 하루는 수많은 고민과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자의 개인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각자의 신념과 각자의 방법으로 선택을 이어갑니다. 친구나 가족에게 묻기도 하고, 지식인이나 인터넷의 불특정 다수와 상담하기도 하며,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역사속에 기록된 위대한 철학자들이라면, 우리가 경험하는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진리'에 대해 길고 깊은 성찰을 이어가던 철학자들이라면 제법 괜찮은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 책을 집어들 때 기대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판단력의 향상, 그리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략하게나마 만나보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독서는 저에게 의미있는 성장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저의 경우, 질문을 읽고-스스로 답해보고-철학자의 답변을 만나보는 식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제시된 질문들 중 제가 경험해 본 질문들도 있었고 경험해보지 못한 질문들도 있었는데, 경험해 본 질문들의 경우 상황을 되짚어보며 나의 판단과 철학자들의 제안을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꼈고, 경험해보지 못한 질문들의 경우 생각지 못했던 갈등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는 배움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각 상황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변은 간략한 편입니다. 견해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사상적 근거를 부연합니다. 따라서 철학자와 사상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기대하는 분들께서는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철학자에 대해 낯설음과 부담감을 안고있는 분들은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친근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이 책에 등장한 철학자들 중 사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분들이 30%정도 되었는데요, 이후에 다른 곳에서 그 분들의 사상을 만나게 된다면 한결 부담없이 배움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학과 함께하는 질문과 답변속에서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사적인 읽기:개인적인 독서후기]
"삶은 Birth와 Death사이의 Choice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삶은 수많은 선택의 접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상황은 관성에 따라 기계적으로, 어떤 경우는 번민과 갈등을 거듭하며 고심끝에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런 결정을 고심고심끝에 다시 뒤집기도 하고. 나는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서 작아지는 사람이다. 판단력 자체가 크게 떨어진다고 보지는 않지만, '결단력'이나 '담대함'이 부족한 편인 것 같다. '자신감'의 부족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겨울 나는 에버노트에 '취약점'노트를 개설했고 이따금씩 항목을 추가하기도 하고 배열을 뒤바꾸기도 하며 관리하고 있는데, 그 중 '결단력'은 늘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의 의지를 다잡은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이나마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게 언젠가는 빠르게 합리적으로 보편타당한 방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믿으며 과감하게 결정하며, 의심하지 않고 담대하게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옳으면서 좋은 선택의 지혜를 갖춘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번 독서는 스스로의 답변을 통해 다양한 사고실험을 직접 경험하고, 철학자들의 답변을 통해 다양한 가치체계와 신념체계를 만나봄으로써, 나 스스로의 가치체계와 신념체계를 되짚어볼 수 있게 된 의미있는 성장의 경험이 되었다.

52 "음악이 없다면 인생은 한낱 실수일 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54 "다른 예쑬에 비해 음악은 훨씬 강력하고 인간을 꿰뚫는 힘이 있다. 다른 예쑬은 단지 그림자에 대해 말할 뿐이지만 음악은 그 본질을 말하기 때문이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본문의 내용은 아니고  인용된 격언이지만,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기에 기록한다. 언어에 대한 이해의 확장은 생각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마음의 응어리가 한 편의 일기를 통해 해소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음악'이라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풍성한 세계를 만나기 위한 값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서툴지만 피아노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야겠다고 다짐한다.

54 사르트르는 인생의 의미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기대치가 당신을 규정할 수도 있지만, 당신이 직접 자신을 규정할 수도 있다. 록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바로 그게 당신이 될 것이다. ... 먹고 사는 문제가 당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 하지만 꿈을 쫓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은 당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늦은 나이에 직장에서 나와 꿈꾸던 기타리스트에 도전할지 고민하는 사람을 향한 사르트르의 조언이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말은, 삶의 의미를 중요한 화두로 삼고있는 나에게 이미 중요한 의미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이 챕터 역시 인상적으로 읽어나갔다. 마음같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따금씩 찾아오는 허무주의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는 한다. 조만간 찾아올 허무의 무력감에 맞서 나 스스로 의미를 창조할 수 있음을, 그럼으로써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한다.

134 아리스토텔레스는 ...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한다. 요점은 그 조각가나 화가, 희곡 작가 등 예술가가 실제 세상을 얼마나 근접하게 모방하느냐가 아니라, 그 예술 작품이 보는 이에게 감정적 혹은 지적인 영향을 주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135 롤랑 바르트는 ... 예술가가 애초에 어떤 목적으로 그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것이 자굼의 중요성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 작품을 주도적으로 감상하고 의미를 찾는 것은 온전히 보는 사람의 몫이다. 이는 단순히 "이, 작품이 옳은가?" 혹은 "이 작품이 아름다운가?" 하는 질문이나 그것이 당신 안에 어떤 반응을 불러오는지 묻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문과는 다르다. 바르트는 예술 작품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사람은 예술가가 아닌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 쓰레기 한 더미가 왜 예술이라는 거죠? 제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가요?"라는 챕터의 내용 중 일부다. 예술보다 실재하는 것을 선호하는 플라톤, 주위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 감상자의 몫을 강조하는 롤랑 바르트, 전문가의 견해를 중요시하는 조지 디키가 등장한다. 나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와 롤랑 바르트의 견해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내가 예술로부터 울림을 받았을 때를 돌이켜보면 분명히 감정적인 동요가 있었다. 그리고는 그 울림이 있기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정보'를 획득했을 때의 '이해'와는 다른 정서적 경험이었다. 또한 그렇게 나에게 울림을 주는 예술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작가의 몫도 있겠지만 나의 몫도 클 것이다. 내가 가진 의미체계, 가치체계, 신념체계, 여러가지 상황 등에 따라 울림의 여부와 깊이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김현 평론가가 '독자의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작가가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것'이라는 의미의 이야기를 했다고 읽은적이 있다.(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억이 그렇습니다.) 나는 이 두 방향에서 모두 예술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라도, 그것이 비로소 예술의 세계와 나의 세계의 접점에서 발현될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예술가와 작품에 고마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경험의 조건은 쉽사리 얻을 수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좋아하는 예술과 만남으로써 즐거운 동요의 설렘을 경험하는 기회를 늘려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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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 - 질병, 고통, 우울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탐구
우르스 빌만 지음, 장혜경 옮김 / 심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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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 스트레스 자체는 나쁜것이 아니다 / 우리가 바라보는 태도와 다루는 방식에 따라 / 스트레스는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2.평소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건강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3.스트레스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4.스트레스를 활용하여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이 책의 장점]
1.재미
'스트레스'에 관한 '독서'. 선뜻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트레스를 떠올리는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독서 자체도 일정정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의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사례, 경험, 위트를 통해서입니다. 저자의 견해를 펼치는 과정에서, '스탠르 큐브릭','포르쉐911터보' 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이름과 관련된 사례를 곁들이고, 저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또한 같은 이야기라도 유머와 위트를 담아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합니다. 
285 아프리카판이 유럽판을 밀면서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곧잘 지중해 지방을 뒤흔들었고 그 결과물이 알프스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휴양지도 스트레스 반응의 결과물인 것이다. 
어떠십니까?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가 느껴지시나요? 이따금씩 등장하는 재치를 담은 은유의 표현은, 읽는 재미와 직관적 이해를 돕습니다.

2.새로움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다.' 아주 일반적이고 흔한 통념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통념을 뒤집습니다. 스트레스를 나쁘게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아닌, 우리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태도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스트레스는 삶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통념을 뒤집는 배움을 즐기는 분들께 이 책의 독서는, 새로워서 즐거운 만남의 경험이 될 것입니다.

3.실용성
요즘의 시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스트레스와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에 따른 고통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스트레스와 분리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전무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를 알려줍니다. 스트레스를 활용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필연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유용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멀리서 읽기:전반적인 이야기]
연단에 섰습니다. 수많은 청자들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입을 떼고 준비된 멘트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호흡이 가빠집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며 떨림이 시작됩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불편하며 요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갑자기 땀이 흐릅니다.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열심히 외웠던 내용들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모든것이 나쁜 스트레스 탓인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중요한 발표를 망치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때문에 문제를 겪는 수많은 상황들 중의 하나를 짚어봤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일상의 평온을 뒤흔들고는 하는 스트레스, 이 책은 바로 그 스트레스를 다룬 책입니다.

흔히 '스트레스'를 말하면 부정적 정서를 떠올립니다. 부정적 상황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정신적건강과 신체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통념을 뒤집습니다. 스트레스반응은 인간의 생존과 능력발휘를 위해 체득된 진화의 결과이며 유용한 기질이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태도의 전환을 통해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높은 에너지와 두뇌능력으로 향상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특정한 세부적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나 활용 방법을 제시합니다. 

앞서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볼까요? 스트레스 반응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신체의 효과적 대응입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은 신체에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함이며 산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호흡이 가빠집니다. 뇌와 손발에 공급된 혈액은 유사시에 신체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당장 급하지 않은 음식물 섭취나 소화는 잠시 뒤로 미룹니다. 식은 땀은 위기 상황에서 몸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어떻습니까? 스트레스 반응에 당황하거나 안절부절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부터 고민할 것은 '어떻게 스트레스 반응을 멈출 것인가'가 아닌, '스트레스 반응이 주는 강력한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축구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드레날린과 분노가 없으면 나는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저의 신체에 체득된 고마운 스트레스 반응을 반갑게 여기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경험들을 쌓아나갈 생각입니다. 스트레스로 힘겨워하는 여러분들께, 즐거운 배움과 유용한 독서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가까이 읽기:인상적인 구절 / 생각]
68 이 사실은 아직 스트레스라는 말은 몰라도 진화의 동력을 처음 발견한 찰스 다윈도 알고 있었다. 그는 환경이 끊임없이 생명체에 도전장을 던져 생명체를 압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한 도전과 위협에 가장 잘 대응하는 생명체가 살아남아 번식을 계속한다. 자연도태의 압박을 받는 생명체는 변화를 모색해 진화 과정을 달려야 한다. 결국 지구 최초의 단세포들이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다면 인간은 물론 해파리, 표범, 민달팽이 같은 다세포 생물도 결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도전과 위협이 없었다면,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생명의 진화는 없었다. 생명의 역사도 그렇지만 한 사람의 역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전과 위협이 계기가 되어 탁월한 진화를 이뤄낸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들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땠는가? 도전과 위협의 상황을 맞이하며 도망치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는가? '왜 하필 나한테 이런일이 생기는거지?'라고 생각하며 세상고 타인을 원망하지는 않았는가?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세상을 만나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태도이다. 푸념하며 좌절할지, 도전하며 성장할지는 오로지 나의 태도에 달려있다. 도전과 위협을 기회삼에 진화를 이뤄낸 지구상의 생명들을 떠올리며, 나 역시 고난과 위기를 반갑게 맞이하는 담대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92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간은 창고에 저장해둔 당(글리코겐)을 혈액으로 쏟아낸다. 선물의 첫 수혜자는 뇌다. 이는 사고기관이 최단 시간 내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뇌는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고 빠른 연료 공급(과 추가 산소)에 힘입어 순식간에 초롱초롱하게 깨어난다. 동시에 신체는 근육이 제일 반기는 연소물인 지방산을 분비한다.
93 식은땀의 목적은 예방에 있다. 몸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마치 정오의 뙤약볕 아래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땀이 대량으로 쏟아진다. 이는 에어컨을 가동해 몸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나의 PT를 돌이켜보면 아주 좋았던 적도 있었고 아주 창피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갈래는 아주 단기간에 나누어졌던 것 같다. 어떠한 계기와 그에 따른 흐름이다. 뭔가 작은 핀트가 어긋나고, 그에 따라 신체의 반응이 나타나고 그 반응에 대해서 내가 당황하며 평정심을 잃게되는 긴 흐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내가 중간에 나타난 신체적 반응을 반갑게 여겼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오히려 문제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신체적 반응이 나타났음을 반갑게 여겼다면, 훨씬 나은 성과를 이끌어낼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몸을 믿지 못한다면 몸도 나를 믿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반갑게 여기며 멋진 성장과 성공의 자원으로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한다.

243 동기는 몰입의 영약으로 투철한 목적 아래 행동하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우리 몸의 마약 창고가 활짝 열린다. 결국 몰입이란 흥분을 유발하는 자극 물질의 지원을 받아 도취된 상태와 같다.

동기와 스트레스가 만나며, 우리 몸에 쏟아지는 폭포수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이따금씩 '몰입'을 경험하는 때가 있다. 나 자신을 잊고 시간가는줄도 모르며 마치 그 일을 하기위해 존재한는 사람인듯이 빠져들고는 한다. 이 때의 결과물은 평소의 역량을 뛰어넘으며 대부분 아주 만족스러운 편이다. 돌이켜보니 그러한 경험은 강력한 '동기'가 함께했을때만이 나타났던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었다. 책에 따르면 '스트레스 반응'은 강력한 정신적 신체적 활성화를 이끌어내며, 여기에 동기가 더해진다면 '몰입'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왜 이것을 하고자 하는가?' 자문하며 동기를 부여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반갑게 맞이함으로써 몰입의 성과와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기회를 늘려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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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분들께
2.'영혼과 유전자, '진화와 창조', 생명계의 인간', '인간과 동물'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3.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을 기대하는 분들께

[이 책의 장점]
1.재미
이 책의 부제는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다양성과 풍성함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적수준의 향상이 기대가 되는 제목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너무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갖고계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기대와 달리 첫 번째로 느껴진 장점이 바로 '재미'였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16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벼룩'이라는 시와 함께 시작합니다. 시인의 능청스러운 시적 구애를 둘러보던 중 시적화자가 바라본 생명을 포착하더니, 어느덧 생물학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생물학과 과학을 돌아보던 중 그 한계를 바라보는 철학의 눈으로 전환합니다. 나아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짚어봅니다.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다방면의 자유로운 포착과 해석은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재미'의 요소였습니다. 

176 나는 존재하나 내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왔지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나는 가지먼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유쾌하게 산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그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다양한 '볼거리'도 등장합니다. 바로 시와 소설과 그림과 이미지들입니다. 위의 시는 독일의 신비주의 철학자이지 종교 시인이었던 앙겔루스 실레시우스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생물학에 대한 배움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지적 호기심을 환기시키며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2.지식
정말이지 풍성합니다. 이 책의 세 공저자는 각각 철학, 생물학, 영문학 교수입니다. '생명'이라는 경이로운 주제를 바라보는 세 저자의 이야기는 역사와 문학과 생물학과 철학과 종교를 넘나듭니다. 일관되면서도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들,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분들께 즐거운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사유의 기회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정보만을 수집하며 읽을만한 책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방대한 이야기들 역시 단 하나의 궁극적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입니다. 과학적 기술을 갖추지 못했던 과거의 철학자들이 나름의 발견과 해석으로 생명을 정의한 이야기들, 시대를 흐르며 달라져온 주류적 해석들을 짚어보는 과정은 우리가 우리를 정의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줍니다. 또한 3부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과 인간, 동물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써의 규범체계를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미래를 살아갈 인간으로써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한 생각거리들을 던집니다. 특히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비교하는 대목은, 다른 방향의 디스토피아를 짚어봄으로써 지금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된, 의미있는 사유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멀리서 읽기:전반적인 이야기]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위대한 현자들에 의해 끝없이 탐구되어 온 질문입니다. 그 중 '나는 누구인가'를 규명하는 작업은 철학자와 신학자와 과학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고, 오늘날 역시 최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언젠가 그 답을 찾게 될까요?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현대 과학이, 탁월한 과학자들이 밝혀낼 '나', '우리', '세상'에 대한 진실들, 생각만 해도 설레고 가슴이 뜁니다. 그런데, 과연 그 결과만이 중요한 것일까요? 긴긴 인류의 역사동안 '생명'을 규명하고자 했던 탐구들,  끝없는 호기심들, 지각된 세계와 무한한 상상력이 만나 피어난 나름의 세계관들, 기존의 세계관이 과학적 발견에 의해 무너지고 새로운 진리가 수용되는 과정들, 예술의 눈과 종교의 눈과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각기 다른 세상들, 이 모든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의미는 과연, 그에 못미칠까요? 

각자가, 각자의 기준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경전에 따른 삶을,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각자의 신념에 따른 삶을, 즉흥을 사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느낌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삶의 방식은 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합니다. 종교에 따르던 사람이 과학적 증명만을 믿게될 수 있고, 집시의 삶을 살던 누군가가 종교에 귀의하여 율법에 따르는 삶을 살게 될수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변화 그 자체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까요? 우리를 누구로 규정하며, 누구로 만들어가야 할까요? 여기 같으며 다른 고민을 해온 역사속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단서속에서 각자의 세계를 상상하고 각자의 자신을 규정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주는 지혜와 영감은, 우리 스스로 삶과 자신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귀한 지혜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재미'와 '지식', 그리고 '사유의 기회'. 앞서서 뽑은 세 가지 장점과 같이 이 책은 다양한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즐거운 배움과 사유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가까이 읽기:인상적인 구절과 생각]
234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비록 유추에 의한 설명이지만-그것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지요. 그래서 막스 델브뤽이라는 과학자는 'Aristotle-tle-tle'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논문에서 방금 소개한 그 구절을 염두에 두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적인 언어로 바꾸면, 이 모든 인용문들이 말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형상이라는 원리는 정액 안에 저장된 정보이다. 수정이 되고 난 다음 이 정보는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해독된다. 이 해독 과정은 그 정보가 작용을 미치는 질료의 형태를 바꾸어놓는다." 정액 안에 들어 있는 로고스가 프뉴마의 운동을 통해 질료에 전달되면서 생명체를 만들어간다는 말이지요.

아르스토텔레스의 생명에 관한 규정이, 현대과학이 밝혀낸 사실과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는 것. 신기하면서도 위대한 철학자의 통찰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상상의 경계'를 제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관찰의 한계와 판단력의 한계로, 지금 내가 내린 판단은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것이 우리의 삶이다. 만약 나의 판단이 틀렸다면 그 때 가서 새로운 배움을 얻으면 된다. 그동안의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망설이며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나의 상상에 날개를 달고, 생각의 움직임과 몸의 움직임에 자신감과 과감함을 더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320 인간의 실종은 실제 역사에서도 있었지요. 산업혁명이 한참 진행되던 시절 석탄을 너무 많이 땐 나머지 검댕이 굴뚝을 막으면 네다섯 살짜리 애들만이 거기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나이대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대량으로 사서 굴뚝 청소를 시켰지요. 이것이 18,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 나오는 <침-침-체리>라는 노래는 굴뚝 청소를 하던 이들을 미화시킨 것인데 실상은 처참했습니다. 그 아이들의 생존율은 0퍼센트, 다섯 살이 되기 전에 폐병으로 다 죽었지요.

그들이 사악해서 그런것은 아닐 것이다. 무지와 몰이해, 무책임, 판단력의 부족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그 어른아이들이 자신의 자식들이라면, 그런 일을 시키지 않았을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마음, 아주 똑같을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과거의 시대상때문에 일어난 에피소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최근에 우리 사회가 겪은 사건들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흐리멍텅 살다보면 '악의 평범성'은 어느새 나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며, 더 많이 경험하는 과정속에서 '인간의 실종'이 나의 일이 되지 않도록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322 포스트먼은 <죽을 때까지 유희를 즐기기>라는 책에서 오웰과 헉슬리를 다음과 같이 비교합니다.
오웰이 두려워했던 것은 책을 금지시키려는 자들이었다. 헉슬리가 두려워했던 것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서 책을 금지시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오웰은 우리로부터 정보를 차단시키려는 자들을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정보를 너무 많이 줘서 우리를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전락시키려는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진실이 우리로부터 가려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진실이 사소한 정보의 바다에 익사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우리가 속박받는 문화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우리가 하찮은 문화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마음같아서는 인용문을 포함한 전 챕터를 적어내리고 싶은 부분이다. 우선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로 다르면서 같은 두 디스토피아를 창조해낸 두 작가에 대한 감탄의 마음이 생겼다. 또한 우리의 시대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속박을 싫어한다. 물론 사회생활을 이어가자면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고, 그런 경우까지 거부감을 갖는것은 아니지만,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야'만' 할때면 정말이지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자유'는 나의 가치체계에서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눈에 보이는 속박에만 주의를 기울여왔던 것 같다. 당장에 나의 행위를 강제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나의 내적 사고나 외적 행동에 변화를 유도한다면, 그것 역시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닐까?

우리 시대가, 내가 안고있는 심각한 문제는 헉슬리의 통찰과 궤를 같이한다. 바로 '정보의 홍수'다. 빠른 속도로 어마어마한 양으로 쏟아지는 정보들은 진실을 가리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빼앗는다. 무엇을 생각할까 고민하기 전에, 생각을 이끄는 자극들이 눈앞에 쏟아진다. 그 강력한 조류에 표류하며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멈춤이 필요한 때다. 정보에 의해 선택당하기에 앞서, '지금 이 순간'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스스로 선택하자. 정신적 세계를 어떤 생각으로 채울지, 물리적 세계를 어떤 경험으로 채울지 자유롭게 선택하자. 그럼으로써 보이는 자유와 보이지 않는 자유를 모두 누리는 자유인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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