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읽는 시간 - 고독과 슬픔에서 사랑과 신뢰까지 우리가 몰랐던 감정의 10가지 얼굴
클라우스 페터 지몬 지음, 장혜경 옮김 / 어크로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감정'을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역사적, 과학적으로 다루어서 참 흥미로웠다. 마치 학교 다닐 때 심리학 교양 수업에서 다룰 법한 이야기들이 더러 있었다. 감정과 뇌를 연결지어서 설명한 부분 때문이었다.

최근에 읽는 '아이의 정서지능'이란 책도 생각나고, 고등학생 때인가 읽었던 '화'라는 책도 기억이 난다.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에 읽었던 '불안'에 대한 책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첫번째 챕터는 감정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나머지 10개의 챕터는 두려움, 고독, 혐오감, 행복, 사랑, 시기심, 복수심, 슬픔, 신뢰, 분노와 같은 감정들에 주목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행복이나 사랑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시기심이나 복수심같은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난 '화'가 많았다. 그것을 감추기보단 표출하는 것도 잘했다. 그래서 솔직하다는 평을 듣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척지는 사람이 많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화'라는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화를 내는 것은 손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화가 치밀어 오르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쉽지 않았지만.

스무살이 넘어 애니어그램을 접하고 나의 유형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나의 유형은 8번인데, 8번의 기본 생각은 '나는 강하다'라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 놓고 보면 '나는 약하기 때문에 강해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화'라는 감정에 친숙한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일종의 연약함을 느꼈다. 책에서도 보니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죄책감이 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 감정을 느끼며 애써 외면했던 부정적인 감정들. 그런 내면을 직면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것도 이십대 초반에 들어서였다.

그렇다고 후반이 된 지금, 부정적인 감정과 이웃하며 정답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내 감정을 제어하고 옳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책을 보면서 내 감정의 성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한 개인의 감정에 대해 토닥거려주는 온기가 느껴지기보단, 병원 특유의 냄새와 각종 의료기구들이 살갗에 닿을 때 차가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성이 감정보다 앞서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감정이 오히려 중요하고, 더 좋은 선택을 내리게 한다고 말한다. 아마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객관적인 것이다, 라는 말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감정은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경고를 해서 대비할 수 있게하고 시기심과 같은 감정 덕분에 인류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각 감정들에 대해서만 말해도 많은 이야기 거리가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는 '신뢰'였다. '신뢰는 순수 이타적 관계의 신호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상과 기대감과 관련이 깊다'라고 하면서 인간 관계 상의 신뢰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적 면의 신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런 점이 재밌었다. 또 최근에 방영하는 tvN 라이어 게임에서도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믿기 위해선 의심해야 한다'

아무튼 참 재밌었던 책이다. 나는 내 감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관심이 많다. 왜 저런 감정이 들까,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다치게 할까 등. 자신의 감정을 아는 일은 곧 자기자신을 아는 일이다. 내 감정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내 자신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것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것이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누구나에게 감정을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p 13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의도를 알아내려면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 행복을 느끼고 삶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기감정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p14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곧 자아의 핵심에 도달하는 일이다.

p20 인류가 풍부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갖추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찰스 다윈의 말을 빌리면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쪽이 생존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p35 "직관적 정신은 신성한 선물이요 합리적 이성은 충복이다. 그런데 우리는 충복을 존경하고 선물을 망각한 사회를 창조하였다. -데카르트

p70 공포를 느끼는 창의적인 인간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감성적이며 열정적이다. 공포에서 탄생한 심오한 감정을 음악과 그림으로 전달할 수 있고, 그를 통해 그들의 감정이 청중이나 관객에게 전잘되는 것이다.

p211 용서의 문화는 무엇보다 튼튼한 관계의 말이 서로를 끈끈하게 연결할 때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치 시스템이 신뢰를 줄 때, 사법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신망을 얻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사법 시스템이 상당 부분 정의를 구현할 때에도 용서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

p271 신뢰는 순수 이타적 관계의 신호가 아니다. 그보단 보상의 기대감과 더 관련이 깊다.

p272 신뢰는 뇌의 계산이다. "네가 나한테 하는 대로 나도 너한테 할거야" 제도권과 정치가에 대한 신뢰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주었던 신뢰만큼 보상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은 신뢰를 `사회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매커니즘`으로 보았다. 신뢰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학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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