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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ㅣ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사회 담론 21개를 미학자와 과학자의 시선으로 각각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두 사람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상에 대한 입장은 같이하면서
접근만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뽑아보자면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 위키피디아였던 것 같다. 진중권은 그것이 집단지성으로써 자신을 자신들이
다스리는 민주주의에 입각해 보았다. 정재승도 그에 동의했지만 과학자로서 깊이 있는 연구 등을 이유로 조금은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스물 한 개의 키워드 중에는 익숙한 것도 있었고 생소한 것도 있었다.
그 중에는 평소 의문을 품고 있던 것도 있어서 생각을 넓히는데 도움이 됐다.
특히 한 끼 식사에 맞먹는 커피 값을 지불하고, 브랜드 물을 사먹는 것에
대해서. 나 자신도 가끔은 비싼 커피 값을 지불하는 것을 스스로 정당화해왔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가 가상의 집단을 설정해둔다. 이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은 문화적 수준이 어떻고, 경제적 수준이 어떻고. 그리고 그 커피를 소비함으로써 그 집단의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의
속물적인 부분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세컨드 라이프를 하고 있는 오피스의 드와이트. 반가워서
찍어보았다)
또, 셀카와 가상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SNS를 반추해보았다.
p127 가장 왜곡된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셀카는 삶의 기록이 아니라 욕망의 기록이다. 그 욕망의 기록이 올라오는 SNS. 가상공간에
접속해서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한다는 점도 SNS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SNS는 그 자체로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되고 싶은 욕망의
공간인지도 모른다.
(이것도 반가워서 찍어본 유느님)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숙고하여 키워드를 정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키워드는 글쓴이의 문외한인 부분이라 다른 주제에 비해 재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다룬 진중권 글에서 그런 것이 느껴졌고, 또
미술에 관련된 키워드에서는 정재승의 글이 그랬다.
또 출판된지 5년 뒤에 읽어서 그런지 시의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2년
전에 나온 시즌2도 어서 봐야겠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구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p337 인간은 이 거대한 우주 안에서 먼지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이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이해하는 경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