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위험한 관계학 / 송형석

도서관 문 닫기 10분전에 가서, 조급한 마음으로 서가를 스캔한 결과 만나게 된 책 '위험한 관계학' 이 책은 무한도전 정신감정 편에 나왔던 송형석 박사가 쓴 것으로 '위험한 심리학'의 속편이라 할 수 있다. 나온지 4년이 됐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위험한 심리학을 읽은 것도 꽤 오래 전이여서 정확한 느낌은 기억나지 않지만, 위험한 관계학이 더 재밌다고 느껴졌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위험한 심리학이 특수한 케이스를 많이 소개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이 책은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조금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

먼저 목차를 살펴보자.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우리는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2부는 인간관계의 다양한 얼굴들 마지막 3부는 타인과 잘 지내는 관계의 특별한 기술이다.

먼저 1부에서는 '관계'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총 5강으로 다시 나누는데 부모와의 관계, 조부모와 형제, 친구와 선후배, 이성관게, 이웃 등으로 점층적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이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예전에 흥미롭게 탐구(?)했던 애니어그램과 접목시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9개의 유형이 양쪽 부모에 대한 감정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론같은 것이었다. 이를테면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은 8번, 이런 식이다. 아무튼 1강에서 설명하는 것이 그와 비슷하다. 송형석 박사는 절절한 사례를 꾸며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라 몰입이 쉽다.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나의 경우에 비추어 보았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여기서는 부모 중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있거나 둘 다 문제가 있거나를 설명하는데 어느 곳에서 딱히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적당히 패권을 나누었던 것 같다.

2강으로 넘어가면, 조부모와 형제자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부모에 대한 관계는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관계라기보다 갈등이 대를 타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똑같이 자기 자식에게 권위적인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형제자매의 관계. 예전에 한참 성격심리학에 빠져있을 때, 몇번째로 태어났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는 책을 보았다. 그러나 형제의 수가 적은 요즘은 이 이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조건에 따라 둘째가 첫째 성격을 가질 수도 있고 형제가 있어도 외동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바로 내 얘기다. 가끔 외동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유를 들어보면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라는 것이다. 위 이론을 다시 이야기해보면 첫째로 자라도 할머니와 같은 분이 함께 계시면 외동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나에게 외동스러운 성격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3강은 친구와 선후배 관계. 사람 성격은 구분될 수 있지만 틀에 가두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내 안에 다양한 내가 있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러하기 때문인데 그런 이유때문에 심리학 책을 봐도 완전 내 얘기!라며 호들갑을 떠는 일을 스스로 경계해왔다.

그런데 완전 내 얘기!라며 호들갑을 떤 챕터가 바로 이 챕터다. 162쪽에 보면 동년배하고만 잘 지내는 사람, 선배가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 후배와 잘 어울리는 사람 상사, 스승 등 높은 연배와 잘 지내는 사람 까마득한 부하나 제자와 노는 사람 이렇게 다섯 부류의 사람들 소개한다. 내가 무릎을 친 부분은 '동년배하고만 질 지내는 사람'이다.

p162 동년배하고만 잘 지내는 사람
천래처럼 치누들과 잘 지내고 선후배와는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대개 외동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고, 타인과 서로 동등하게 주고받는 관계로 지내는 것을 편하게 여기며, 베풀거나 얻어야 하는 관계는 찝찝해한다. 윗사람과는 복종하는 대신 받는 관계, 아랫사람과는 명령하되 베푸는 관계라는 식으로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진 편이다.
따라서 아예 나리 차가 10살 정도 나는, 형이라고부르기보다 선생님이나 선배님이라고 ㅂ르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과 비교적 잘 지낼 수도 있다. 대하는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이가 2~3살 정도 차이 나는 사람과는 복종하기도, 지배하기도 애매해서 지내기 힘들어한다. 이도 저도 아닌 적절한 관계를 만드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완전 내 얘기!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막상 할 때는 선후배와 잘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그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 학원을 다니거나, 동아리 선후배와도 그랬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관계가 명확했을 때는 오히려 편하다. 동아리 선배에게는 깍듯했고, 후배들에게는 윗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위에 나온 것처럼 동등하게 주고 받는 관계를 좋아하지, 빚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는 찜찜하다. 갚아야 속이 편하다.

그 다음으로 편한게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다. 동생이 있어서 인지 그런 관계는 편하다. 문제는 윗사람을 대하는 것. 이 챕터를 보면서, 선배들과 잘 지내고 어른들과도 대화를 잘 하는 친구 몇명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의 성장배경과 매치해보면 과연 그런 것 같다. 나는 왜 어른이나 윗사람 대하는게 어려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원인(?)을 알았으니 노력해야 겠다 싶었다.

그 다음 강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반했을까도 재밌다. 밑줄 긋고 싶은 문단을 여기에 적어본다.

p175 사람은 애초 부모로부터 애정을 배운다. 부모와의 관계가 모든 사람과 애정을 나누는 기처경험이 되며, 그 다음 형제자매를 비솧나 피붙이도 인간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초등학교 때의 이성친구도 앞으로의 이성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흔히 이상형을 거론하며 '어머니 같이 저를 잘 챙겨주는 여자'라든가 '우리 아빠처럼 든든하고 성실한 남자'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본다. 부정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사랑하지만 영원히 같이 살 수는 없는 존재인 아버지, 어머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부모와 비슷한 성향, 외모, 조건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챕터에서는 특이한 조합을 소개한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지만, 그 불완전한 사람이 만나 좋은 관계를 맺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로를 좀먹는 관계가 있기도 한 것 같다. 역시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선 이웃과의 관계와 상상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이웃과의 관계는 부모님을 통해 어깨너머로 보긴했지만 직접 겪어 보진 못해서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상상의 관계는 유명인과의 관계,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을 상대로 한 관계, 신과의 관계 등을 소개한다. 이 챕터가 참 흥미로웠다. 관계라는 것은 생각보다 범주가 넓은 것 같다. 책의 가장 첫머리에서도 저자는 자신이 키우는 열대어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으니 관계에 대한 범주는 정하기 나름인 것 같다.

p216
타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적으로 설정하고 죽어라 싸우는 것이 머리를 쓰지 않아 편하다. 자기 내부의 모든 악한 속성을 다른 인간에게 부여하면 죄책감도 사라진다. 자신에게 가장 미운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듯, 인간이 타인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세상이 좀 더 진보애햐만 가능한 일인 듯싶다.

익명의 공간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 3부 에서는 타인과 잘 지내는 관계의 특별한 기술, 즉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대화의 중요성은 늘 강조된다. 그만큼 이 책에서도 예상되는 대화가 나온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입에서 나오는 것이 일치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말을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그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쉽게 풀어주는 '관계'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서문과 맺는 글에 있다고 느낀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에게 상처를 줬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으로 감사는 못하겠지만, 덕분에 책 쓸 내용들이 나오게 되었으니 빚진 느낌은 있다. 사실 나를 괴롭힌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상처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저 인간에게 용서와 자비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마치는 글의 제목은 '더 나은 나, 더 행복한 관계를 위하여'이다. 언젠가 부터 나 역시 이런 다짐을 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똑똑한 사람이 되거나, 오늘보다 내일 더 버는 사람이 되는 목표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 '완전한 사람'이 될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래서 주변에 마음을 나누어줄 수 있는 온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말을 조금 덜 하자, 오지랖을 덜 떨자와 같은 단기적인 다짐도 하며 나이를 먹고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상처받아 괴롭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거라고. 흔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한다. 나로 잘 살기 위해서는 나에서 벗어나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는 것이다. 전체는 하나, 하나는 전체. 이 말처럼 내가 너이고, 너가 나라면 애초에 그런 아이러니도 없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10분도 안 돼 스캔하며 집어든 이 책, 그 찰나 속에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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