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미학 에세이 - 예술의 눈으로 세상 읽기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책은 도끼다' 동명의 책 저자 박웅현은 이렇게 말한다. 도끼가 머리를 내려치는 것과 같은 충격을 주는 책이 아니라면 읽을 필요가 없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문맥은 이러하다. 미학 에세이는 내게 도끼와 같은 책이었다. 평소 루비집사 (a.k.a 진중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말빨이 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만하고 미뤄두다가 도서관에서 미학에세이와 눈이 마주쳤다. 빌릴까 말까 도서관을 두 바퀴 돌고서 눈에 밝혀 빌리고야 말았다.

미루고 미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내게 쉬운 책만 읽을 수는 없지않은가. 이번 기회를 통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A라는 개념을 B를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면 나는 A는 물론이고 B 조차도 몰라서 짐작하거나 검색 찬스를 통해 읽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도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스 비극, 인형의 꿈, 언캐니, 분변증, 성과 육체의 예술, 예술과 정치, 기술미학, 예술가들, 평론에 관하여 그리고 한국미.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꼽아서 감상을 써보려 한다. 먼저 인형의 꿈에서 '로봇 부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p55 언캐니 밸리 이론에 따르면, 사람을 너무 닮은 로봇의 섬뜩함은 그것이 죽음을, 말하자면 시체나 좀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처는 인생의 번뇌와 생사를 초월한 존재. 불상의 얼굴이 번뇌에 사로잡힌 인간의 얼굴보다 평온함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인류멸망보고서'도 그렇고 불상과 연관짓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러고보면 나도 어릴 적엔 로봇은 아니지만 사람 인형보다는 동물 인형을 많이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섬뜩함을 느껴서 일까? 그러고보면 집안이 불교라 절에도 많이 가고, 집에도 작은 불상들이 있는데 그것에는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그 다음 이야기 '기계를 닮은 인간, 인간을 닮은 기계'에서 정치와 연관지어 설명한 것이 재밌었다. 그것은 예술과 정치나 한국미에서도 정치에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최근에 '평론'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그 챕터 역시 흥미로웠다. 평론에 대한 평론 이야기도 직설적이었지만 그만큼 날카롭게 다가왔고, 평론도 민주주의가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에 미쳐 생각하지 못했지만 과연 그렇구나 싶었다. 내가 평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 영화를 볼 시간이 많아져서(...) 영화평론가들의 한줄평도 주의깊게 본다. 그런데 그 한줄평 역시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영화를 함축하면서도 은유적이고, 영화를 본 이들에게는 공감을, 영화를 볼 이에게는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흥미를 돋을 수 있는 그 문장. 그래서 이 책에서도 평론 역시 문학이 된다는 이야기에 십분 동의했다.

레디메이드니 오브제트루베와 같은 용어나 다다이즘과 같은 미술사조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웠지만 반복되는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아무래도 스무살부터 기숙사부터 고시텔 그리고 원룸 자취방까지 주거지를 옮겨다니다보니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때문에 특정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예술품의 무덤이라는 박물관. 예를 들어 스테인글라스는 성당이라는 문맥 하에 봤을 때 그 의미나 아름다움이 더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나 박물관에서는 그 부분만을 떼네어 전시한다. 이런 것에 반발한 다다이스트들이나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박물관이 아닌 거리에 전시하거나 뒤샹의 샘같은 작품을 전시함으로서 무덤에 대항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 작품들 조차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에 전시되는 아이러니.

친구와 독서모임을 하며 이를 동물원 이야기로 옮겨보았다. 동물원 역시 박물관과 비슷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동물농장을 매주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애완동물 사진을 보며 충만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동물원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친구가 했던 말처럼, 동물을 좋아하는데 키울 수는 없으니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마음을 쏟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실천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야 말로 책을 읽고 지식을 머리에만 저장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실천하는 지성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정말 많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을 필두로 많은 가지가 뻗을 것 같다. 그 가지를 뻗을 때, 이 책을 더 곱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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