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통해 옛 사람을 만나는 '명작순례' (2013)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ㅣ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좋은 그림은 좋은 음식과 같다.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포만감(?)이 든다. 영혼이 살 찐다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다. 여기 저기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처럼, 또 다른 명작을 찾아 눈을 즐겁게 하고 싶은 욕망 또한 비슷하다.

무작정 입에 갖다대 맛을 보는 것도, 음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재료에 대한 이해와 요리사의 설명을 들으면 더욱 즐거운 식사가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명작순례>를 즐겁게 보았다. 일전에 본 <화인열전>도 굉장히 재밌게 봤던 지라, 주저하지 않았다.

표지에 쓰여진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처럼 이 책에 소개된 '명작'은 그림과 글씨 등이다. 명작 순례는 총 다섯 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조선 전기 '명화의 탄생', 조선 후기 '문예부흥기의 기라성 같은 화가들', 조선 말기 '암울한 시대에 피어난 꽃', 사경과 글씨 '아름다운 글씨와 서예가 이야기' 그리고 궁중미술 '왕실의 그림과 글씨'이다.

'명작순례'는 2차원의 작품을 다루었지만 (어보는 3차원으로 봐야할까?) 그 속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동영상으로 재생되는 듯 하다. 화인의 일생이나 그림에 얽힌 이야기 등이 흥미로웠다. 특히 석공을 주인공으로 그린 공재, 조선 선비를 산수화 속에 그려낸 관아재. 이들이 가지는 미술사적 의의. 지금의 시각으로보면 놀라운 전환이 아닐지 몰라도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대단한 발상의 전환인 것이다. 이런 점들을 꼭 찝어 설명을 해주기에 그림을 보면서도 그림 너머의 이야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 현재 심사정의 이야기는 어떠한가. 저자는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도 참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가 왜 관념풍 그림를 그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림을 그림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사람까지 함께 보는 것. 이것이 진정 그림이란 창을 통해 과거를 탐하는 방법인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에는 옛 글씨에 대한 이야기도 수록되어있다. 그림보다 글씨는 더욱 문외한이어서 빠른 시일내에 '완당평전'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방송에 여러번 나와서 유명한 숭례문의 세로 현판이야기나, 한석봉과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나는 홍랑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지금으로 치면 '러브레터'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다니. 한글 글씨가 더욱 예뻐보였다.

이렇게 다양한 명작을 만날 수 있던 '명작순례' 한상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과도 같았다. '화인열전'을 읽고 난 후에는 간송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얼마나 귀한 작품들을 만나는지 알고 가서인지, 그 긴 대기열을 견딜 수 있었고 짧은 감상 순간도 무척 소중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것이 많다. 이번 주말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영혼을 살찌워야겠다.

133p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좋은 전시회를 찾아 열심히 관람하는 사람은 그것으로 자신의 서정을 간직하면서 미술문화에 동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