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쿡 -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이욱정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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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계획적으로 사는 편이다. 한 번 읽고 말건 빌려서 보고, 소장하고 싶은건 사는데 그 기준도 까다로워서 이리 재고 저리 잰다. 나란 사람 만화책 외에는 봤던 책을 또 보는 것이 힘겹기 때문이다. 내가 봤던 책을 또 들여다보는건 밑줄 친 부분을 발췌하기 위한 경우 뿐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연에 기대어 운명의 책을 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올 초 내일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다른 준비물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를 폰에 꾹꾹 눌러담았다. 혼자 여행하기 때문에 기차 안에서나 시간이 남을 때 심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의 특성상 배터리가 빨리 닳아, 스마트폰 이외의 즐길거리가 필요했다.

집에서 아무리 골라도 마음에 차질 않았다. 그래서 여행 첫 날, 서울에서 서점에 갔다. 내가 손이 가는 책은 몇권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일 호감이 가는 책은, 도서 구입 제1규칙에 해당하는 '한 번 읽고 말 책인가'에 제대로 명중하는 책이었다. 게다가 인터넷서점으로 사면 더 할인되는데 이런 짜디짠 생각도 하며 망설였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잠재우고 이 책을 구매했다. 그만큼 이 책이 매혹적이었다. 바로 <누들로드>의 이욱정 PD가 런던의 요리학교에서 고군분투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 한 문장에도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외국 생활'을 담았다는 것. 특히 런던! 둘째는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 세번째로는 저자가 'PD'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에겐 마지막 이유가 주효했다. 언어적 감각이 뛰어난 방송직군은 기본적으로 글솜씨가 탄탄한 것 같다. 그들이 쓰는 간단한 메모도 재밌다(고 과장해본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끌려서 데려온 이 책,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정말 재밌게 읽었디. 소리내서 피식거리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한 번 보고 말 책이라는건 취소! 언젠가 꼭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진 책이다.

도전하고 또 요리학교 친구들과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PD의 센스를 볼 수 있던 것도 좋았다. 피디의 자격이라고 해야하나.

요리학교 도전기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기 전에, 선생님들과 학교학생들에게 촬영동의를 구해야하는데 여기서 한 학생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라고 했을 때 이욱정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니가 나중에 세계적 셰프가 됐을 때, 니가 요리학교에서 공부한 기록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겠어!" 이런 식으로 동의를 얻어냈다. 또 누들로드의 사회자 켄 홈을 섭외할 때도 기지가 빛났다. 이런 센스와 넉살을 배우고 싶다!

 

 

 

 

 

 

 

피디 답게 요리프로그램과 또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나는 EBS를 참 좋아하는데, 영상물에 그치지 않고 출판까지 해서이다. 소비자에게도 보다 정리된 컨텐츠를 접하고 또 회사로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윈윈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나도 이런 원소스멀티유즈를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그릴 때가 많은데, 요리 쇼 천국인 BBC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요리책을 출판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욱정 피디는 세계적으로 음식의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그 배경 중 하나를 요리책을 꼽았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제 아무리 한식이 세계 탑 몇 위에 오른다 한들 더 유명한 것은 일식 등이다. 레시피 계발과 레스토랑 점유율 등 많은 이유가 있다. 나는 굳이 한식의 세계화를 해야하나?는 회의적인 입장이기도 하지만 이왕 할꺼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지난 해, 올리브에서 한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1을 재밌게 보았다. 후반에 가서 프로그램 긴장감 조절은 조금 실패했지만, 꽤 잘 만들어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시즌2를 하고 그에 앞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셀렙편도 재밌게 보았다.

프로그램의 재미와 별개로 입방아에 오른 것은 지나친 간접광고였다. 시즌1에서는 토마토소스스로 점철되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다. 자회사인 CJ의 제품 또 프로그램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갑자기 마셰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오히려 국민적 관심을 끌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식당을 세움으로서 요리문화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공중파가 아닌 자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CJ채널에서 말이다.

 

 

 

 

 

 

 

 

이욱정PD는 책에서 한 사람의 스타셰프라도 절실히 필요하다 했다. 그 한 사람이 싸이처럼 한식스타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말을 잘하는 것도 좋은 셰프의 조건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배출되는 셰프가 한식을 이끌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바이벌 방송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요리실력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말솜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서바이벌에서 살아남는 출연자의 조건은 좋은 셰프의 조건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은가!

이욱정 PD도 또 다른 요리 다큐를 계속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 또한 기대가 된다. 요리를 주제로 한 방송은 노래나 춤과 달리 감각의 재현이 어려워 왠지 억울함 반과 궁금함 반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럼에도 좋은 요리 방송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이런 방송에 대한 이상을 꿈꿔보게 하고, 또 나의 관심분야에 깊게파고들어 도전 하고 싶게 만든 이 책, 정말 잘 읽은 것 같다. 내 마음을 구석구석 '쿡쿡' 찔러댄 책이다. 그간 조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도전과제들을 다시 앞으로 모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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