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나르는 지하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
조용문 지음, 이경숙 그림 / 리스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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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택배원의 초보 시절 최고의 선생님은 그 아이였다. / p.16

살고 있는 지역은 지하철보다 버스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도시이며, 직장을 이유로 평일에 거주하는 지역은 지하철조차도 없는 지방의 작은 농촌이다. 나름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지하철을 탄 것은 대략 손에 꼽을 정도이다. 본가에서의 지하철은 도심으로 갈 때 환승의 목적으로 잠깐 타고 내리고, 아주 가끔 서울에 업무로 출장 갔을 때 두세 번 탔던 기억이 있다. 그것마저도 코로나19 이후로는 서울 문턱을 밟지를 못했으니 지하철을 타지 않은 지도 한 삼 년은 족히 된 듯하다.

이 책은 조용문 선생님의 에세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출연하신 회차 전체를 보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일부만 보고 인지만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찰나의 순간에도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하신다는 점에서 나름 글쓰기에 동기부여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공기업을 은퇴한 이후 지하철 택배 업무를 하고 계신다. 지하철은 경로 우대로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일이었는데 하루에 2~3 건 정도의 택배를 맡아 배송한다. 아무래도 일정하지 않은,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고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십 년이 넘게 이 업무를 하셨으며, 베테랑 택배 기사님이시다. 에세이의 내용은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하나하나 따뜻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끼는 뽀로로 인형을 선물해 주었던 꼬마, 손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방법을 몰라 저자의 도움을 받았던 할아버지, 커피 한 잔을 다 못 마셔서 나눠 마시는 게 습관이 된 부부에 이르기까지 읽으면서 울컥하는 순간을 참는 게 참 힘들었다. 내용 자체는 후루룩 읽혔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자꾸 브레이크를 걸어서 더디게 완독할 수 있었다.

사람들 사이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보 시절 실수했던 경험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상호명을 헤매 학생에게 도움받았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배달 품목을 받는 사람에게 말했고, 급하게 하차하느라 택배를 분실할 뻔했던 경험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크고 작은 실수담이었지만 회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해결하시는 모습들이 직장인으로서 많은 귀감이 되었다. 더불어, 그러한 실수들에도 손길을 내밀었던 손님들의 태도는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찾아 주었던 학생의 엄지 척은 더욱 감명 있게 다가왔다.

사실 지하철 택배라는 직업조차도 생소했는데 저자이신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대를 살아가다 보니 사람들과 부딪히지만 그들이 가진 온기를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도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남보다는 스스로를 먼저 챙길 때가 많은데 모처럼 활자로나마 여전히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셔서 이렇게 리뷰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음의 체온이 잔뜩 올라간 기분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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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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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저씨 왜 저렇게 어두워? / p.10

이 책은 이준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분위기 자체가 힐링 장르를 표현한 것처럼 보여서 선택한 책이다. 초면인 작가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 보니 몇 년 전에 이미 접했던 작품이 있었다. 그때 그 작품을 애매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었는데 꽤나 시간이 지난 상황이어서 지금은 만족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신작을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치유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호라는 인물이다. 유일하게 일요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딸을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별거 중인 상태여서 딸을 아내가 양육하는 중이다. 오래 전부터 소설가의 꿈을 꾸었지만 생각보다 큰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받았던 상마저 낙선했던 동료는 현재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자신은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여우별 분식집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신세다.

제호는 그렇게 특출난 것도, 가진 것도 없이 의욕마저 뺏긴 상태로 어영부영 분식집을 운영한다. 떡볶이 맛이 영 아니지만 항상 일정한 시간이 되면 찾아와 맛 평가를 하고 앉아 있는 고등학생을 보면서 말이다. 어느 날, 사장인 친구가 분식집 공간을 확장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겠다고 한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바지사장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는데 다짜고짜 찾아와 서빙부터 하는 세아라는 인물을 만난다. 소설의 내용은 세아와 제호의 좌충우돌 분식집 운영기를 다루고 있다.

단숨에 후루룩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이것저것 현실과 맞물려 생각하는 것보다는 일상 자체를 내려놓고 읽는 편이 더 낫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완독했다. 완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반 정도인데 사실 이 정도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을 읽는 시간치고는 꽤 빠르게 마쳤다. 아마 그냥 힐링 소설이라는 전제 하에 많은 생각을 아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순수하게 활자를 읽고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읽는 내내 전형적인 루트를 따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여운과 감동을 받았는데 제호라는 인물에게 공감이 되었다. 글쓰기 재능을 입상으로 인정받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려상'정도까지인 능력. 흔한 문장으로 바꾼다면 '어중간한 인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한데 어쩌면 제호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게 된 이유도 납득이 갔다. 한계에 자꾸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가지고 있는 능력 또한 작고 하찮게 보일 텐데 제호가 스스로를 그렇게 만든 듯했다.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제호로부터 부러운 점이 있었는데 인복이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제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분식집 사장 친구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딸, 행동으로서 깨우침을 주는 아르바이트생 세아, 맛이 없다고 그렇게 뒷담화를 하지만 가게를 찾아 주는 고등학생 3인방까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주변에 그만큼의 인복을 누리기 힘든데 제호 역시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를 그곳에서나마 채워야 하지 않을까. 작품을 벗어나 현실의 독자가 부러워할 정도의 복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법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이기도 하고, 크게 기대를 한다거나 수확을 얻으려고 펼쳤던 작품은 아니었다. 거기에 전작이 잊혀질 정도로 큰 여운을 받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에서부터 멀어져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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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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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는 왜 이렇게 혼술이 무서운 걸까? / p.23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술도 좋지만 혼자 마시는 술을 그것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방에서 독서를 하거나 OTT를 시청하면서 마시는 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의 맛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직장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술을 자제하는 편이어서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절주하지만 금요일 퇴근 이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맥주 캔을 들고 귀가하는 일이 잦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뭐 하나 신경 쓸 것도 없이 혼술을 즐긴다.

합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스무 살부터 가족과 가볍게 1차로, 혼자 방에서 2차로 마시는 게 습관화가 되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몇 년 전, 전 직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동료와 혼술 예찬을 하고 있는데 듣던 상사가 술은 어울려서 마시는 게 좋다면서 나와 동료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나마 혼술 문화가 보편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괜찮지만 혼자 마시는 게 사람과 어울릴 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을 찍는 시대가 있었기에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책은 이나가키 에미코의 에세이다. 마치 나의 음주 교훈과 같은 제목으로 느껴져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지금은 혼술의 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알려 주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사는 사람인데 제목이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공간적 배경이 집이나 방이 아닌 길거리의 술집이라는 점에서 고수의 향기가 났기에 나름 조금 배우고 싶은 점도 있었다. 에세이에서 큰 기대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문 편인데 이번 책에서는 기대감으로 가득 채우고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회사에서 사케에 관한 특집 기사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혼술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동안 혼술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렬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업무를 계기로 사케의 매력을 느꼈고, 혼술을 도전해 보기로 한다. 사실 그동안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사케를 마시면서 기사를 준비하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저자를 피하기 시작했고, 이유를 물으니 말이 너무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격을 먹고 혼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초반에는 혼술에 도전하는 여정이, 중후반부에는 혼술을 잘할 수 있는 저자의 비법이 담겨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곱씹게 되는 무거움 또는 술술 읽히는 가벼움 둘 중 하나가 크게 갈리는 편인데 이 작품은 딱 후자 스타일이었다. 술이라는 주제로 엮은 하나의 일기이자 도전기라고 해야 될까. 일본 작가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초면이었겠지만 그곳에서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기에 유명인이 쓴 에세이 정도로 느껴졌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셨던 분이어서 나름의 유머는 덤인 듯하다.

읽으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의를 내렸던 혼술과 차이가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혼술을 '혼자 사색하면서 마시는 술'이라고 정의하는 게 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저자는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마시는 술'이 저자의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독을 씹는다고 표현했지만 선술집의 주인, 옆에 혼자 온 손님 등 초면인 사람들과 통성명부터 시시콜콜 일상 대화까지 나누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들이었데 생각했던 결과는 많이 달랐다. 철학적인 혼술을 원하는 나라는 독자와 사회적인 혼술을 원하는 저자의 괴리감이라고 할까.

전반적으로는 '나랑 너무 다르다.'라는 느낌을 가졌는데 어느 한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혼술을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이라고 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쓸쓸함과 고독 마주하기 위해 혼술을 즐기는 내향형 독자에게는 두 번째에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했다.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혼술이라는 행위를 두려워하는 것에서 인생을 끌어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하나의 큰 경험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혼술에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진지하게 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선술집을 드나들 정도로 고수가 될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중년의 연세에도 이렇게 도전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읽은 누군가는 혼술이 뭐 이렇게 대단한 거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냐고 물겠지만 세상 사는 일이 뭐 대단한 것에 연속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투성이인데 작은 것에 열정 쏟을 수 있지 않겠냐고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결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저자의 혼술 라이프를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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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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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 발로 걷고 날지 못하는 녀석들이란다. / p.10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단편소설이다. 요즈음 자주 눈에 띈 작가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소장하고 있는 장편소설 한 편은 조만간 읽을 계획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 새로운 도서가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금까지 두 작품을 읽었는데 하나는 그렇게 긍정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다른 하나의 작품은 결말이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미니 소설이라는 점에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고, 나름 만족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하면서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본이라는 이름을 가진 왕관앵무이다. 아무도 들을 수 없었던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야에 씨에게 점점 의지하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리본은 할머니 앵무인 야에 씨를 통해 인간이라는 생물체는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어떤 새가 되어야 하는가, 모진 세상을 어떻게 날아가야 하는가, 인간과 자신의 다른 점 등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웠다. 그러면서 야에 씨가 리본에게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둘은 떨어지게 되었다. 리본은 새로운 소녀를 주인으로 맞이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전반적으로 판형도 작은 편이고, 채 백 페이지도 안 된다는 점에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자간이나 페이지에 적힌 글자 수도 적은 편이어서 독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읽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저녁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면 후딱 읽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읽은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리본의 첫인상은 자의식이 꽤 높은 조류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배운 적이 없었고, 눈으로 늘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자신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같은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 마치 강아지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리본이 야에 씨로부터 인간과 자신이 다른 생물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웠더라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지만 리본은 그야말로 순백의 가까운 조류여서 나름 납득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리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야에 씨를 통해 새라는 종이 살아가는 방법을, 주인이었던 소녀를 통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데 마치 리본의 엄마가 된 듯 흐뭇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리본이 일취월장으로 크게 자라났던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하게나마 발전하는 모습들이 더욱 뿌듯했다. 이 지점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의 의미를, 그리고 힐링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 않을까. 나 역시도 리본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남는 페이지를 아껴서 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에서 읽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으로 들었던 작품들까지 듣다 보니 '힐링'이라는 주제에 잘 어울리는 일본 작가 하면 자연스럽게 오가와 이토가 떠오르게 되는데 그게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리본의 더욱 큰 성장기들을 읽지 못해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독자인 내 머릿속에서는 더욱 성숙한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던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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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결말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5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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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봇 계약 갱신했어. / p.14

이 책은 호시 신이치의 단편소설집이다. 예전에 쇼트쇼트 시리즈의 첫 작품집이었던 <완벽한 미인>을 우연히 읽게 된 기억이 있다. 그 작품들을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베트남 음식'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음식의 맛은 지워지고 없지만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아 종종 떠오르는 음식. 그게 나에게는 베트남 음식인데 처음 접했던 호시 신이치의 작품집이 그랬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읽었던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는데 같은 작품집을 읽기에는 익숙해서 그 느낌을 못 받을 것 같다. 그러다 찾게 된 게 쇼트쇼트 시리즈의 신작인 이 책이었다. 내용을 이해하거나 감정을 이입하기보다는 호시 신이치 작품집에 두드러지는 그 특이함을 다시금 경험해 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아마 책을 펼치기 전에 기대하는 것도 작품성이나 내용보다는 그때 느꼈던 기분이지 않았을까.

작품집에는 총 열한 작품이 실려 있다. <완벽한 미인>에서는 오십 편 넘는 작품이 수록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잡는 느낌부터가 얇고 가벼웠다. 초단편 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게 대부분의 작품들은 채 스무 페이지가 되지 않았으며, 전체 다 읽고 나서도 해설 제외 겨우 이백 페이지가 조금 넘었다. 시간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한두 편씩 읽어서 완독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반면, 사실 내용 자체는 페이지 수와 다르게 금방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어떤 작품은 '이게 이렇게 끝난다고? 뭘 말하는 거지?'라고 물음표를 가득 띄웠고, 또 다른 작품은 '이렇게 짧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대박인데?'라고 느낌표를 주기도 했다. 문장 부호를 이렇게까지 머릿속에서 TAB 키처럼 작동시킨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전작을 읽을 때보다 더욱 뭔가 혼란스러웠다. 이 기분은 익숙하면서도 또 색다르게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1년 동안>이라는 작품과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1년 동안>은 첫 작품이다. 주인공은 하나의 로봇을 1년간 대여받게 된다. 처음에는 순종적이던 로봇이 갈수록 자신의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다. 기간이 끝나면 반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 동료에게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동료는 이상하게 연장하겠다고 한다.

물음표와 느낌표 중 전자의 생각을 가지게 했던 작품이다. 가장 처음에 실렸기에 더욱 집중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을 읽고 나니 이게 뭔가 싶었다. 내용 자체는 이해가 되는데 과연 작가는 무슨 의미를 전달하는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가 서너 번을 재독했는데 물음표만 늘어날 뿐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알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과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로봇과 비유가 될 정도가 되나 싶어서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묘한 물음표의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으로 지역 내 유지가 등장한다. 나름 권력과 명예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인품도 꽤나 훌륭했던 것 같다. 그런 주인공에게 이상한 이야기가 하나 들려온다.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이를 좋게 풀어가려면 정신병력이 유전인 것처럼 꾸며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들을 걱정한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은 점차 그에게 등을 돌렸고, 기껏 쌓았던 명성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주변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반대로 후자의 생각을 가지게 했던 작품이다. 사실 처음에 주인공에게 어둠의 검은 손을 내밀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물의 생각에는 크게 동의할 수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본다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부성애를 이렇게 짧은 소설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보였다. 가볍게 읽었을 때에는 약간 덤앤더머 부자가 아닐까 할 정도로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 안에서 깊이 들여다 보니 자신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사회 지위들을 내려놓을 정도로 아들을 생각했던 마음이 뭔가 뭉클하게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니 내용 전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심지어 전작에 비해 확연하게 적은 작품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가득하게 읽었던 적은 아주 간만이었던 것 같다. 내용은 휘발되었더라도 물음표를 가지고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던 것, 느낌표를 가지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 감탄했던 것이 꽤 나름대로 남는 것이 있었던 작품집이었다. 아마 전작에서 받았던 느낌을 더욱 더 구체화시킬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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