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마주하고 싶은 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대단하고 큰일이 아니라도 말이다. 예를 들면, 깜빡하고 놓친 업무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거나 금전적인 계산을 잘못해 손해를 주었다는 일 등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회피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데 과연 인생을 뒤흔들만한 일이라면 또 어떤 느낌일까. 아마 알고 있는 세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의 1권에서는 수현과 희주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두 사람의 만남을 그렸다면 2권에서는 둘이 마음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마주해야 할 현실에 선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떻게 보면 남의 연애사는 늘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뻔한 이야기보다는 구구절절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는 맥락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내용 자체로만 보면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더욱 느껴졌다.

1편에서 미술 치료를 하는 방법들이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면 2편에서는 장애물을 만난 두 사람의 심리가 더욱 강하게 와닿았다. 물론, 수현이라는 인물은 크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숨겨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기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희주와의 미술 치료에서,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부분에서 드문드문 느낄 수 있었다.

2편에서도 개인적인 의문이 들었던 점은 희주의 직업 윤리에 관한 부분이었다. 물론, 1편에서 이를 갈등하는 심리들이 표현하고 있지만 이번 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감정이 도드라졌다는 점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합본 리뷰에도 적었던 것처럼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의문이 생겼다. 아마 이는 소설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고, 그 지점에서 나름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안타까운 이야기보다는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엔딩을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었는데 딱 생각했던 만큼 표현이 되었다는 점에서 결말은 꽤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의 상처와 과거가 완전하게 치유될 수는 없겠지만 서로에게 보완이 되고, 그만큼 상처를 보듬고 덮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마 그 아픔과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도 이는 치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다는 것은 서른이 넘은 나이인 지금까지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또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아마 이러한 생각은 지금의 나이만큼의 시간이 더 흐른다고 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의 주인공인 희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인물이다. 또한, 그 이후로 아버지를 포함한 다른 가족들에게도 사랑의 감정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자란 듯하다. 사회에서 이름 있는 지위를 가지고 계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유복하게 지냈지만 마음은 늘 허전하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범인에게 그 누구보다 복수심과 분노를 가지고 있다. 언젠가 살인자를 그대로 복수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미술치료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게 개인적인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 자가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는 사실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담자를 공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으나, 오히려 이게 과하면 역전이나 상담자 스스로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조심스럽게 보였다. 그래도 소설에서 희주라는 인물은 내면이 단단한 인물처럼 보여서 그 의문은 해소가 될 수 있었다. 수현이라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지만 그러한 점에서 희주에게 더욱 집중이 되었다. 아무래도 직업 자체가 관련 분야이기 때문에 이 지점을 신경 쓰면서 읽었고, 나름 흥미로운 지점도 있었다. 

1편에서는 수현과 희주의 과거,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까지 끊어지는데 과연 2편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이야기가 흘러갈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금지된 사랑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며, 결국에는 그들은 장애물과 진실 속에서 둘만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유통기한이 없다. / p.268

예전의 나라면 유명인들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특별하기 때문에 읽는다고 해도 크게 와닿거나 공감할 내용이 없겠다는 어리석음을 달렸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흔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부잣집이나 가정 환경이 유복했던 그들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기계발서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조금씩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성장과정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서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어차피 그들 역시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회인으로서의, 어른으로서의, 어느 한 울타리의 구성원으로서의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런 지점이 나름 살아가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이충걸 작가님의 인터뷰집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강백호 선수의 인터뷰를 그저 스포츠 뉴스의 기사나 수훈 선수 인터뷰로 짧게 보았는데 활자로 보여지는 선수의 또 다른 면이 기대가 되었다. 박정자 님, 진태옥 님 등 처음 뵙는 분들의 성함이 있었지만 강백호 선수와 차준환 선수, 강유미 님, 강경화 님의 인터뷰가 기대가 되어서 고르게 된 책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름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자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더 나은 타격을 위해 관찰하고 노력한다는 강백호 선수, 내적으로 가난한 이십 대보다 지금이 훨씬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강유미 님 등 많은 인터뷰이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 중에서도 법륜 스님과 장석주 시인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법륜 스님께서는 즉문즉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인터뷰 내용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가지고 있던 생각이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님께서는 약자에 대한 차별과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 등 어떻게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속세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종교인이 속세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보였는데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함에 눈을 감고 종교적인 일만 하라는 건 어떻게 보면 모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종교인이기 이전에 지구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애정과 관심이 보였던 인터뷰였다.

장석주 시인님의 인터뷰는 기존의 연을 깨트리면서 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권력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있기 마련인데 장석주 시인님께서는 주류와 다른 부류에 속하신 듯하다. 인터뷰를 읽으면서도 나름의 굳건함과 쓰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유독 인터뷰에서 시간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시의 지식이 찰나의 지식이라고 표현하는 내용은 꽤 심오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특정 분야에서 이름을 남긴 분들의 이야기이지만 더불어 평범한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이야기로도 느껴졌다. 그들도 스스로 가진 위치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헤쳐나가고자 성실하게 자신을 다독이거나 채찍질을 하면서 나아갔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또 한 명의 어른이자 국민으로서 내 자리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인터뷰집이라는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 흔히 알고 있는 어떻게 보면 일정한 형식을 갖춘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인터뷰어의 성찰 에세이 정도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유가 담긴 책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지점에서 읽는 내내 단어나 내용 자체를 하나하나 꼭꼭 씹어 음미할 수 있었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열한 명이 가진 개개인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로디 도일 외 지음, 닐 게이먼 외 엮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작가님들의 앤솔로지 작품들은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외국 작가들을 그것도 많이 만날 기회가 드물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p.96

편견을 경계하는 삶을 지향하려고 하지만 막상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작년 가을 정도에 있었던 일로 아는 분의 부탁으로 시각장애인분들의 여행을 함께 떠났다. 물론, 여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직업 정신으로 최대한 여행을 즐기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다른 이들은 힘든 마음 내려 놓고 푹 쉬다 오라는 말들을 건넸지만 휴식보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직업 정신으로 최대한 보조해드리고 열심히 일했지만 마음은 또 달랐다. 싫거나 힘든 문제보다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 전맹이신 분들은 어떻게 이 여행을 즐기고 계실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누구보다 잘 즐기고 있지만 그분들께는 광활한 바다와 높은 산들이 보이지 않을 텐데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보다 더욱 즐거워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이것 또한 비장애인으로서의 큰 편견이자 착각이었다는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왔다. 

이 책은 M.리오나 고댕의 시각장애에 대한 사회학 도서이다. 직업의 특성상 장애인분들을 너무 익숙하게 봤던 사람 중 하나이지만 봉사 활동 시간을 위해 세 시간 정도의 복지관에서의 자원봉사, 실습 시 기관 라운딩을 할 때 잠깐 겪었던 시각장애인 체험 등 시각장애 자체를 보거나 들을 일은 손에 꼽았다. 그러다 작년에 갔던 활동에서 오랜 시간 시각장애인분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서 무지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저자는 시각장애인이자 작가, 공연 쪽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시각장애에 대한 오해와 설화부터 시작해 현대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당사자로서 또는 주변 시각장애를 가진 지인이 직접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눈멂에 대한 탐구를 한 책이다.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로우면서도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역사 부분은 새로웠고, 시각장애인의 편견에 대한 부분은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과거로 돌아가면 시각장애인들은 예언자라는 신성시한 존재라는 점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지한 존재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종교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눈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나름 흥미로웠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편견은 조금 더 무겁게 다가왔다. 책에 등장한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 처음 출판사와 편집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만나는 자리에서 하얀 지팡이와 안내견이 등장하는 순간 장애인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식의 말은 당황스러웠다. 고학력의 능력 있는 사람이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무직이 아닌 공장의 현장직을 추천받았다는 이야기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가지고 있는 편견이 생각보다 깊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장의 현장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적인 장애만 가지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묵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답답함이 개인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은 경험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대학교 전공을 하면서 수어를 배울 때 이는 청각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말씀을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는 수화가 아닌 수어로 하나의 언어로서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으면서 점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언어들에 비해 경시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에 나오는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언어 사용 비율과 특수 학교 교사가 점자를 모르기에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안 좋아지는 부분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여졌다. 수어는 비교적 콘텐츠로도 조금씩 변화됨을 느끼는데 점자 언어는 시각장애인들만을 위한 암호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래도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공감보다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로 활자를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인식하거나 체감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의문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삼켰던 점도 속시원하게 인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겪은 모든 차별과 편견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