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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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지금 상황은 최악입니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 p.10

요즈음 안타까운 범죄의 피해자들을 매체로 마주할 때마다 사형 제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입장으로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더욱 궁금증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권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과연 인권을 해친 이들의 권리까지 지켜야 하는가. 그것도 극단적인 예로는 인권을 누릴 수 있는 기회와 생명까지 빼앗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말이다.

이 책은 이석용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형 집행에 대한 이야기여서 관심이 갔다. 거기다 출판사의 경장편 작가상 작품을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대학교 입학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든지, 늘 숙제와 다름없는 다이어트에 관련된 작품이 그랬다. 어디까지나 취향이 맞는 작품들이었기에 3회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읽게 되었다. 나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한 대통령의 시름으로부터 시작된다. 집권 3년 차에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의 민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 필요한 시기로 보여진다. 그때 법무부 장관 임동수가 대통령과 비밀리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임 장관은 대통령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꽤 오랜 시간 집행을 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는 역시나 큰 논란을 일으키는 사안이었다. 인권 단체는 사형 실행을 반대하고, 피해자 유족들은 운다. 양쪽에서 들고 일어나는 상황에서 SNS는 뜨거웠고, 현장은 시장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사형수들에게 생의 마지막 식사를 주는 또 다른 사안이 나오게 되었고, 거기에서 요리사 X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다들 시기가 시기인지라 거절의 의사를 표명했지만 요리사 X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를 수락한다.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사형 제도이다. 사실 이는 서두에 언급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특히, 소설 초반부에 인권 단체와 피해자 유족이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피해자 유족이 외치는 게 마치 귀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아마도 전자의 입장보다는 후자의 입장에 더욱 이입을 하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사실 정치계는 발을 담그지 않는 이상 모를 정도로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작품에 드러난 이야기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느껴졌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지지율 상승을 위해 사형 제도라는 뜨거운 감자를 링에 올려둔다는 것이 초반에는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닌 판만 깔아놓고 관전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소금만 치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형과 요리사, 정치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또한, 사실 가볍게 읽고자 했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여운이 있었다. 특히, 지금 시기에 떠오르는 이슈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존폐 이야기를 놓고 있는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와닿았다. 머리와 마음은 바쁘게 돌고 돌지만 책을 읽는 시선만큼은 빠르게 움직였던 이야기였다. 등장 인물들에게는 적대적인 감정이 들었지만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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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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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먹구름 사이로 선명한 파란색이 보인다. / p.8

학교 다닐 때나 졸업해 사회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나 여전히 놀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대단한 학구열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님께서 대학 정보를 알고 계신다는 것에 놀랐다면, 사회에 나와 마주하는 많은 엄마들을 보면서 비슷한 맥락으로 놀란다. 저렇게 열정적이실까.

이러한 학구열이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청소년 시기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못 즐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공부만큼 중요한 게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즈음 사회에서는 부모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일부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까지 신작을 찾아서 읽지는 않지만 종종 생각나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호숫가 살인 사건이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다닐 때의 추억을 떠올리고자 다시 읽게 되었다. 줄거리는 흐릿하게 남아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듯했다.

소설에는 치맛바람의 네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합숙을 시켜 공부하는 자녀들을 따라서 온 학부모들이다. 슌스케 역시도 그의 아내를 따라 그곳에 오게 되었다. 사실 슌스케는 아내의 치맛바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변의 학부모 역시도 슌스케가 올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던 듯하다. 그렇게 흘러갈 이야기가 슌스케의 내연녀가 등장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슌스케의 내연녀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굳이 이곳까지 찾아왔다. 결국 같이 저녁 식사를 마쳤고, 내연녀와 레이크사이드 호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범인이 슌스케의 부인이었고, 다른 부부들은 부인을 돕는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서두에 언급했던 학구열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하기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이겠지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나 과했고,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하나의 공통 분모가 이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과연 이 공동체는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학구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친 느낌이다.

두 번째는 불륜이다. 누군가 살인을 당해 자수 대신 증거 인멸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막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정의로운 인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 그 포지션을 가진 슌스케에게는 도통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불륜이었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부인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동정이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슌스케가 파헤치는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큰 중죄의 순위를 뽑자면 상위권에 불륜이 차지하고 있기에 이분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택할 수 없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이 장르인 것을 보여주듯 술술 읽혔다. 읽으면서 과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고, 추리 장르로서 너무 흥미로웠다. 거기에 단순하게 재미로 끝내기에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나름 생각할 지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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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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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다. / p.9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이다. 지금까지 작품으로는 한번도 접한 적이 없지만 이상하게 이름만은 너무 익숙한 작가이다. 심지어 구매한 책이 있음에도 말이다.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였는데 영화화가 된다는 작품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라고 하니 나름 힐링을 받을 목적으로 기대를 가진 것도 있다. 입문작으로서 스티븐 킹 작가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소설의 주인공은 찰리 리드라는 열일곱 살의 소년이다.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께서는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어머니의 사망 이후에 더 심해졌고, 안정적인 직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찰리 리드는 야구와 미식축구 등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친구였는데 가정 환경 자체가 불안정하다 보니 걱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늘에 계신 신에게 어떤 일이든 할 테니 아버지께서 술을 끊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그 소원을 마음에 새기고 착한 일을 하던 찰리 리드는 이웃집에 사는 노인 하워드 보디치를 만난다. 동네에서 하워드 보디치가 사는 집은 사이코의 집이라는 호칭이 붙었고, 노인 역시도 주민들이 기피하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또라이로 보는 듯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아버지 역시도 찰리에게 노인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보디치와 찰리는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보디치가 사다리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는다. 보디치가 키우는 개 레이더를 돌보는 일로 더욱 신뢰감을 얻게 되고, 나중에는 보디치가 찰리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물론, 찰리는 하늘에 한 약속을 지키고자 보디치에게 더욱 호의적으로 대한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찰리와 보디치의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 보디치가 사망에 이른 후 찰리에게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라는 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는 사이코라는 말을 듣는 보디치이지만 찰리에게만큼은 다정다감한 할아버지로 다가온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특히, 세대를 넘어선 두 사람의 우정과 신뢰가 몰입도가 높았다. 초반에는 판타지가 아닌 힐링 소설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취향에 맞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면서도 찰리가 가지고 있는 보디치에 대한 궁금증에 시선이 머물렀다. 겉으로 보면 누가 봐도 다정해 보이는 이웃 동네 주민 사이지만 은근히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보디치에 대한 의문이었다. 마음을 다 주는 듯하지만 어디인가 모르게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찰리가 되어 보디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게 더 몰입이 되었던 지점이기도 했다.

판타지의 맛을 약간 발만 닿았는데 과연 2편에서는 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1편에서는 인간애가 느껴지는 따뜻함이 가득한 동화와 같은 이야기인데 그와 또 다른 분위기로 동화와 같은 내용을 선사해 줄 다가올 2편의 이야기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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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땐 뇌과학 - 불안하고 걱정하고 예민한 나를 위한 최적의 뇌과학 처방전 쓸모 많은 뇌과학
캐서린 피트먼.엘리자베스 칼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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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두려움과 비슷한 복잡한 정서 반응이다. / p.17

불안은 뗄 수 없는 친구 중 하나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불안도가 높다 보니 긴장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한 불안이 크다 보니 그럴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심하다. 주변에 잘 아는 지인과 동료들은 마음을 천천히 다스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웠다면 아마 여유가 넘치는 인간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캐서린 피트먼과 엘리자베스 칼의 뇌과학에 대한 도서이다. 전에 우울에 대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적어도 논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불안의 이유를 납득시켜 줄 수 있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불안에 관한 책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훈련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목처럼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지금까지 보았던 책들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용어로 설명해 주고, 일상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훈련법이 있었다. 또한, 불안한 이유를 단순하게 심리학적인 이유가 아닌 뇌의 구조, 그리고 신경 호르몬과 경로로 발현이 되는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마 뇌과학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어도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게 표현해 주었다. 그림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이 운전하던 중 느꼈던 불안으로부터 시작된 사례를 담고 있는데 지금은 나름 제어를 하고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지만 사실 종종 집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확인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큰 공감이 되었다. 그밖에도 불안한 사람들에 대한 사례들도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읽는 내내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한 현실감이 너무 크게 와닿았다.


같은 불안이라고 생각했지만 편도체와 피질 중 어느 부분의 영향인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나름 새롭게 느껴졌고, 나의 경우와 비교하면서 이유를 찾아가기도 했다. 사실 뇌과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그렇게 쉬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불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두고두고 재독이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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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으니 - SF작가들의 유사과학 앤솔러지
문이소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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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다. / p.9

친한 선배 부부 내외와 유사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남편 되시는 분께서 MBTI나 혈액형은 똑같은 부류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속으로는 조금은 다른 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툴 정도의 큰 이슈는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다. 혈액형은 아예 안 믿는 편이지만 그래도 MBTI는 그것보다는 그나마 신빙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혈액형으로는 예전부터 모진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어 이골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 MBTI 성향이 그렇게까지 긍정적으로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선비나 재미가 없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너무 융통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혈액형보다는 나름 납득이 간다고 생각하는데 가족 구성원이 같은 혈액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격이 전부 다르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신뢰를 잃은 유사과학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열 명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눈에 띄었고, 그 다음에는 사회의 큰 이슈들을 개성 있는 소재로 터트렸던 전혜진 작가님의 작품이 보여 바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밖에도 SF 앤솔로지 작품을 많이 읽게 되면서 너무 친근한 작가님들의 성함이 보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큰 기대가 되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열 명의 작가님의 열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사이비 종교의 이야기가 되었고, MBTI, 사주, 미신 등 SF 작가님의 유사과학을 주제로 하고 있다. 어떤 작품은 참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유사과학이었고, 또 나름 크게 공감이 되었던 작품도 있었다. 아마 스스로 유사과학을 어느 정도 믿는지에 따라 관심도와 몰입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최의택 작가님의 <유사 기를 불어넣어드립니다>와 문이소 작가님의 <정지유의 화양연화>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유사 기를 불어넣어드립니다>의 주인공은 외계인 해수이다. 해수는 어느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다. 마을에 있는 할머니인 복순이 급체를 하자 밤새 팔과 다리를 주물어 주었는데 낫게 되는 것을 계기로 적어도 복순에게만큼은 큰 신뢰를 얻은 듯하다. 어느 날, 안양에서 아이를 등에 업고 온 한 여성이 해수를 찾아온다. 아이는 걷는 것이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치료해 달라는 것이었다. 해수는 분명히 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의료 능력이 없음에도 아이를 주물어 주면서 곧 나을 것이라고 용기를 준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초반에는 크게 흥미를 못 느꼈는데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오히려 외계인보다는 기 치료에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급체는 어느 누가 주물어도 될 일이었겠지만 인간 여부를 떠나 해수의 진심과 정성이 복순에게 닿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결말에서 여성의 이야기가 큰 공감이 되었다. 진실성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 역시도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유의 화양연화>는 사주를 믿는 정지유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사주를 보러 갔는데 그곳에서 건강의 적신호를 듣는다. 실제로 그 말은 사실이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던, 어떻게 보면 혼란스러운 시기의 정지유는 개명을 할 정도로 사주에 신뢰를 가지고 유료 사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매일 보는 것이 하루의 루틴이 되었다. 그러던 중 이직하게 된 곳에서 점을 보는 건물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다. 누가 봐도 좋은 인상이 아닌 듯한 건물주 할머니와 거리를 두고자 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정지유는 가까워진다.

이 작품 역시도 현실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가끔 포털 사이트의 오늘 운세를 보는 편인데 공감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 운세가 매일 달랐음에도 하나의 동아줄처럼 그것을 신뢰하는 일도 있었다. 아마 주인공의 입장에서 몰랐던 신체의 혹을 알게 된다거나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욱 믿게 되지 않았을까. 이입해서 읽으니 더욱 크게 와닿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건물주 할머니의 말은 뭔가 머리를 딱 때려맞는 느낌이 들었다. 속이 알차면 사주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것. 생각이 많아졌다.

그밖에도 화성으로 여행가는 한 커플의 이야기, 숯을 먹어야 한다는 민간요법의 이야기 등이 내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유사과학에 큰 관심이 없음에도 읽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었던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님들의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유사과학 작품들이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이야기들이어서 너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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