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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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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밀 기지라고 불렀던 깊은 산속의 빈집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 p.6
이 책은 우메노 고부키의 장편소설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가을에는 약간 계절감이 안 맞기는 하지만 출판사에서 발간되는 작품들의 분위기가 좋았기에 이번에도 신작으로 고르게 되었다. 특히, 일본 작가의 작품은 전형적인 감성을 담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취향으로 따지면 선호하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에는 열여덟 살의 기리라는 이름의 남학생이 등장한다. 8년 전, 친구들과 네버랜드 아지트에서 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인 아마네의 시신을 발견한다. 기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역할로 외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부터는 외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극강의 내향적이 된 것이다. 아마네가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죄책감을 가진 것이 큰 원인이 된 듯하다.
그렇게 고립이 된 기리에게 아마네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유키네가 등장한다. 유키네는 기리에게 타임리프를 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아마네는 스스로 미끄러져 사망한 것이 아닌 누군가 살해했다는 사실도 전한다. 충격을 받은 기리는 아마네를 살리기 위해 유키네의 요청에 응한다. 그렇게 기리는 과거로 돌아가 아마네를 살려 현재이자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주인공인 기리의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초반에 비친 기리의 모습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아마네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큰 원인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말을 건다고 해도 공격적으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임리프를 하면서 조금씩 기리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심지어 한 명의 친구가 죽음에 처하자 그 친구를 위해 다시 시간을 돌려 그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정이 많은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아마네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친구들 모두를 생각했던 기리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두 번째는 어른에 대한 생각이다. 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기리 또래로 살았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른이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던 사람으로서 기리의 심정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기리의 친구인 우류가 마음은 여전히 어린애인 채로 어른이 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지점이 깊이 공감이 되었다.
사실 역시 전형적인 일본 작품이었다. 8년 전, 아마네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추리 장르로, 기리와 친구들이 어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성장 소설로, 기리의 첫사랑 이야기는 청춘 로맨스 장르로 다양하게 표현되어서 나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마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읽는 내내 추억을 떠올리면서 흐뭇하게 읽게 된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