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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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야근은 절대 금지랍니다. / p.8

이 책은 범유진 작가님 외 네 분의 작가님께서 함께 참여하신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안전가옥 FIC-PICK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신간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자주 읽게 되었던 두 작가님의 이름을 보고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아홉수 가위>의 범유진 작가님과 <바늘 끝의 사람이>의 전혜진 작가님이었다. 새로운 작품들에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이번 작품집의 소재는 오피스라는 점이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오피스 하면 사무실만 상상하게 되는데 작품들의 공간은 그렇게 한정이 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사전적 의미의 사무실이기도 했지만 그저 일하고 있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들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지만 그와 별개로 화가 났던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직장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작품들은 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경험했던 사건들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상에서도 쉽게 겪었을 일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주인공의 상황에 몰입이 되어서 읽다 보니 답답함과 함께 분노가 많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전혜진 작가님의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소민이라는 인물로 대학교 1학년이다. 부모님 몰래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업 딜리원의 물류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었지만 지원할 때마다 매번 떨어진다. 마음이 급했던 소민은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관련 글을 올렸고, 백윤주라는 이름을 가진 이로부터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는다. 백윤주와 팀으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묘하게 괴리감을 느낀다. 더불어, 물류 센터 앞에서 딸을 돌려내라는 피켓 시위를 한 어머니를 보게 된다.

작가님의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읽었던 독자로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특히,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현장직의 현실을 주제로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인상 깊었다. 백윤주라는 인물의 가정사와 함께 대기업의 횡포에도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그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백윤주 가족의 이야기는 사회의 보호나 제도에서 해결해 주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 공감하지 못했던 소민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했다.

워킹맘과 비정규직, 죽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노동자, 규칙보다는 관례를 따르는 탁상 행정의 공무원, 텃세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거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던 작품집이었다. 단순하게 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닌 현재와 맞물려 직장의 어두운 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운까지 남아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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