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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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어난 순간, 한 사회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 p.325

유토피아라는 것은 존재하는 곳일까. 종종 작품과 매체에 등장하는 단어지만 어쩌면 유니콘처럼 실체가 없는 허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현재 살고 있는 장소가 매우 만족스러워 유토피아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유토피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 또는 지옥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유토피아 자체는 믿지 않는다. 우선, 나부터도 이곳이 유토피아로 느껴질 정도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이 책은 츠지도 유메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보다는 출판사를 보고 선택한 책이다. 전에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이 흔히 생각한 모성이라는 관점을 깨게 만들어서 인상적으로 남았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작가의 작품이 궁금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그동안 생각했던 관점을 뒤틀게 만든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남자가 칼에 찔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를 저지른 용의자가 남자의 여자 친구인 하나이다. 현장에서 경찰이 하나를 목격해 체포했다. 하나는 형사인 리호코에게 시인했으나, 경찰서에서는 돌연 자백을 번복한다. 결국 증거가 부족해 훈방 조치가 되었는데 리호코는 하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목적지에 하나를 데려다 주었는데 목적지인 pc방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하나를 목격하고 이를 뒤쫓는다.

그곳에서는 하나처럼 무호적자인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50대부터 어린 아이까지 열댓 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장의 어느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리호코는 이들 중에 리더를 맡고 있는 료와 그의 동생이자 용의자인 하나를 보면서 어렸을 때 보았던 새장 사건의 남매를 떠올린다. 이 작품은 경찰 몰래 새장 사건과 이들의 이야기를 조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는 내내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에서의 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최근만 보더라도 학교 입학할 나이가 되었으나, 호적에 올라와 있지 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아동들에 대한 이슈들이 있었고, 과거에는 살아 있음에도 사망자로 나와 국가에서 지원하는 최소한의 혜택조차 보지 못했던 이들이 있었다. 료와 하나를 보면서 이러한 기사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처음에는 리호코의 설득에 적대적으로 다가왔던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점 지날수록 어쩌면 이러한 불신을 심어 주었던 게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야 할 그들의 나라가 자신들을 하나의 국민으로서 인정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오히려 옆에 있었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욱 믿음직할 것이다. 그들의 감정이나 행동 자체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다. 실체가 없는 그림자 인간이라는 제목이 이 지점에서 강하게 와닿았다.

더불어, 그들이 유토피아라고 말하는 그 작은 공간이 하나의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는데 이들은 몰래 공장에서 일하면서 숙식과 자본을 얻고, 나름의 규칙을 지키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비록, 아플 때 가는 병원을 가지 못하는 등 더 큰 세계에서의 혜택은 받을 수 없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충족이 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 역시도 읽으면서 뭉클했다.

추리 소설의 형태로 나중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호적자들의 사회적인 문제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보았을 때 미나토 가나에 장편소설에 이어 두 번째로 골랐던 작품 역시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맞았기에 참 성공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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