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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 p.7
이 책은 경민선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부터 의문을 자아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투명인간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애초에 투명인간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기에 더욱 시선이 갔던 것도 있다.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한수는 나름 먹고 살만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직업 하나 없는 인물이다. 부모님께서는 유학을 보낸다거나 연기자로서 학원에 보내주시는 등 한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주시고 있지만 한수를 믿지 못한다. 거기에 동생은 의사로서 승승장구하기에 더욱 대비가 된다.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만나는 자리에서 한수는 그저 한심한 무직에 불과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공기업 등에 취업한 친구들은 한수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임에서도 메인은 되지 못했다. 메인은 전교 1등의 기영이라는 인물인데 아웃풋에 비해 트럭 운전을 하는 등 친구들이 안주로 생각할만한 삶을 살아간다.
모임에서 기영이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한수는 답장을 받는다. 바로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기영의 부탁. 한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갔고, 기영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한다. 자신이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소리를 무시할 법도 한데 기영의 집에 있는 쇼파에서 진짜로 투명인간의 존재를 촉감으로 느꼈다. 그렇게 기영과 함께 한수는 죽인 투명인간을 처리했다. 이후 기영은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한수는 투명인간의 습격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의 습격이 참 피부로 와닿았다. 한수의 입장이라면 더욱 공포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대한 상상으로 나래를 펼쳤는데 애초에 기영의 도움에 응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투명인간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에서 한수는 기영에게 빚을 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상상을 하면서 읽으니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중반에 이르러 투명인간의 존재에 대해 나오는데 인간의 이기심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전쟁이나 권력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역사적 배경들이 떠올랐다. 권력을 견고히 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하는 악인들과 그를 지지하는 약자의 존재를 다시 느꼈다. 줄거리와 내용을 떠나 그런 악한 행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소설이 아닌 현실과 맞닿은 지점으로 보였다.
또한, 투명인간의 존재도 새로웠다. 단순하게 눈에 안 보이는 설정이 아닌 눈의 구조나 피의 색깔 등 디테일하게 묘사한 부분을 보면서 인간의 종을 가지고 있는 하나인 다른 생물체처럼 보였다. 마치 고양이과에 속한 사자처럼 말이다. 나름 상상이 가능한 묘사여서 뭔가 색다르게 투명인간을 바라보고 소설에 몰입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페이지 수여서 한 흐름에 읽게 된 소설이다. 애초에 설정 자체가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킬링 타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로 큰 영감을 받거나 교훈을 얻을 때도 있지만 소설 자체로도 흥미를 느끼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이다. 이 책은 그 점을 충족시켜 주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