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도로 계승된 사랑과 모험의 남성서사

기사도 로맨스가 남긴 유산은 낭만적 사랑과 모험을 떠나는탐색서사의 원형으로서 문학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이다. 사랑과 모험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두 가지를 연결 짓는고리는 단연 기사도다. 기사도는 정중한 행동, 숙녀에 대한 봉사, 기독교적 덕목 등을 포괄한 것으로, 남성들이 지켜야 할honor로 압축된다. ‘honor‘는 스스로를 존엄하게 여기는 양심과 명예가 결합된 덕목으로, 수치스럽거나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삼가는 견제 작용을 담당한다. 기사도는 점차 자신의예를 손상시킬 만한 수치스러움을 행하지 않는 행동 규범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기사도는 중세 기사들의 실제 모습과 다소 거리가먼, 로맨스에서 이상화된 관념이었다. 중세 로맨스의 지속적인기와 더불어 이상적인 미덕으로 미화되어 17세기 이후 신사도gentility로 계승됐다. 환상문학적인 로맨스와 실제 역사를절충한 18, 19세기 월터 스콧Walter Scott의 역사소설이 엄청난인기를 끌면서 기사도 역시 리부팅됐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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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12세기 궁정풍 사랑의 로맨스에서, 랜슬롯은 철저히 귀네비어에게 예속되어 있는 사랑의 포로다. 반면 귀네비어는 랜슬롯의 기량과 무력을 첫눈에 간파하고, 그가 사회적명망과 명예를 누리는 최고의 기사로 등극할 수 있게끔 고양시킨다. 귀네비어는 영웅으로 하여금 모험을 떠나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세상을 구원할 힘을 얻어 귀환하도록 소명과임무를 부과하는 신과 같은 존재이자 조력자인 것이다. ‘낮은계급 출신의 기사라도 사랑에 의해 고귀해질 수 있고, 가치 있고 용감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라는 중세의 통념에 비추어보면, 궁정풍 사랑의 로맨스는 무력이 뛰어난 기사를 우아한 귀부인의 사랑을 통해 고결한 남자로 고양시키는 남성 성장의 모험서사quest romance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학자들은,
기사도적 예절과 종교적 자비를 결합한 기사도 로맨스가 중세 시대의 폭력성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 P37

이후 궁정풍 사랑은 프랑스의 독특한 살롱 문화로 정착했다.
살롱을 운영하는 귀족 부인과의 사랑, 살롱을 드나드는 남성들과의 인맥 등을 통해 정치나 사회에 입문하는 풍속으로 전환된 것이다. 젊은 남성이 연상의 귀족 여성에게 이끌려 성과문화를 경험하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사회에 진입하는 남성의 성장 플롯을 ‘감정교육’이라 불렀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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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오하나가 떨어지던 밤.
오하나보다, 오하나의 손톱이 먼저 떨어졌다. 우리는 지하에서 기어 나와 떨어진 손톱을 주워 모았다.
손톱을 뒤따라 오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바로 알았다.
오하나가 죽었다는 것을 시체를 먹고 사는 것이 송장벌레이기에, 죽음의 냄새를 맡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약하고, 덧없고, 그러나 누구보다 강하게 고통을 견뎌온 아이가 죽었다는 것을.
이대로 놓아두면, 놈들이 이 아이를 태워 없앨 뿐이야.
고양이의 말에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될일이었다. 오하나를 괴롭게 만든 그 놈들이, 가족이란 이유 하나로 오하나의 죽음까지 마음대로 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저 미물에 지나지 않던, 각자 다른 생을 살고 있던 열 개의 생명들. 우리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오하나를 좋아한다는 것.
오하나는 우리의 주인이자 딸이었다. - P119

현지의 눈빛이 아련했다. 민유는 그녀의 표정을 분석했다. 그러자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현지의 감정은 기쁨이었다, 슬픔이었다, 두려움이었다, 다시 황홀함이었다. 민유는 어렴풋 연기라는 것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오류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50

"하지만 저는 민유가 계속 도망쳤으면 좋겠어요. 설령 민유가 연기를 거부한 것이 오류일지라도 그 오류는 이제 민유 그 자체이니까요. 저는 소속사에서 민유를 지우길 원치 않아요. 우리는 어쩌면 매일매일 감정의 오류를 겪으며 사는 걸지도 몰라요. 울고 싶지 않은데 울게 되고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화를 내기도 하죠. 연기는 그 오류를 설득하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민유는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궁금해했고 스스로 납득하지 못해 연기를 거부한 거예요."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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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의 서재


작가가 사서

강민선, 도서관의 말들, 유유, 2019
미셸 누드슨, 케빈 호크스 그림, 도서관에 간 사자,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2007
엘리자베스 맥크래큰, 거인의 집, 김선형 옮김, 이안북스,2004
이효경, 워싱턴대학의 한국 책들, 유유, 2021
칼라 모리스, 브래드 스니드 그림, 도서관이 키운 아이, 이상희옮김, 그린북, 2019


사서의 일

강민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임시제본소,
2018
김중혁, 좀비들」, 창비, 2010
김지우,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산지니, 2022
뉴욕공공도서관, 배리 블리트 그림,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질문들,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2020
대치도서관 사서들, 도서관 별책부록: 우리는 도서관에 산다」, 리스컴, 2021
로알드 달, 퀜틴 블레이크 그림, 「마틸다』, 김난령 옮김, 시공주니어, 2018 - P186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김춘미 옮김, 문학사상사,
2008
박영숙, 꿈꿀 권리, 알마,2014
백승남, 어유선,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 마음이음, 2022
베티 스미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김옥수 옮김, 아름드리미디어,2002
스콧 더글러스, 「쉿, 조용히!」, 박수연 옮김, 부키, 2009
아니카 알다무이 데니즈, 파올라 에스코바르 그림, 도서관에 핀이야기 안지원 옮김, 봄의정원, 2020
아비 스타이버그, 교도소 도서관』, 한유주 옮김, 이음, 2012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클로이 그림, 도서관을 훔친 아이, 김정하 옮김, 풀빛미디어, 2018
양지윤, 사서의 일, 책이음, 2021
오언 콜퍼, 토니 로스 그림,도서관에 가지 마, 절대로」, 이윤선 옮김, 국민서관, 2006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9
이덕주 외, 사서가 말하는 사서, 부키, 2012
이효경, 책들의 행진, 한국도서관협회, 2014
조쉬 해나가니, 세계 최강 사서, 유향란 옮김, 문예출판사, 2014
즈느비에브 빠뜨, 사서 빠뜨」, 최내경 옮김, 재미마주, 2017
Gina Sheridan, I Work At A Public Library: A Collection of Cra-zy Stories from the Stacks, Adams Media, 2014
Kathy Peiss, Information Hunters: When Librarians, Soldiers, andSpies Banded Together in World War II Europe, OxfordUniversity Press, 2020 - P187

INMarie Benedict, Victoria Christopher Murray, The Personal Li-brarian, Berkley, 2021
Sharlee Glenn, Library on Wheels: Mary Lemist Titcomb andAmerica‘s First Bookmobile, Abrams Books for Young Read-ers, 2018
William Ottens, Librarian Tales: Funny, Strange, and InspiringDispatches from the Stacks, Skyhorse, 2020
Mão e A Luva: The Story of a Book Trafficker, Roberto Orazi독, 2010(다큐멘터리)
Dawn Week: A librarian‘s case against overdue book fines,2018 (TED 강연)


위험에 빠진 도서관

델핀 미누이,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임영신 옮김, 더숲,
2018
리처드 오벤든, 책을 불태우다,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22마크 앨런 스태머티, 도서관을 구한 사서, 강은 옮김, 미래아이, 2007
안토니오 이투르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장여정 옮김,
북레시피, 2020
앨런 그라츠, 「위험한 도서관, 정한라 옮김, 다봄, 2022
자넷 스케슬린 찰스, 『파리의 도서관』, 우진하 옮김, 하빌리스,
2021
조은진, 붕붕 도서관을 지켜 주세요」, 별숲, 2019
Freya Sampson, The Last Change Library, Berkley, 2021
투모로우,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2004(영화) - P188

도서관 동물이야기


곽영미, 박선희 그림, 「도서관에서 만난 해리」, 숨쉬는책공장,
2016
김현욱 외, 도서관 길고양이, 푸른책들, 2015리사 팹, 「매들린 핀과 도서관 강아지, 곽정아 옮김, 그린북, 2016
브라이언 라이스, 도서관에 간 박쥐, 이상희 옮김, 주니어RHK,
2014
비키 마이런, 브렛 위터, 「듀이: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배유정 옮김, 갤리온, 2009
알렉스 하워드, 책 읽는 고양이』, 이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7
최지혜, 김소라 그림, 도서관 고양이』, 한울림어린이, 2021
Linda Bartash-Dawley, Library Cats, CreateSpace IndependentPublishing Platform, 2017


아름다운 책 공간
김언호, 세계 서점 기행, 한길사, 2016
Umbert Eco, Libraries: Candida Höfer, Prestel, 2019
Alex Johnson, Book Towns: Forty Five Paradises of the PrintedWord, Frances Lincoln, 2018
Marianne Julia Strauss(ed.), Temple of Books: Magnificent Librar-ies Around the World, gestalten, 2022 - P189

장서폐기 업무에 숙련된 사서라 할지라도 책을 소장할지 폐기할지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장서점검을 할 때마다 괴로운 독백을 하는 사서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처분할까?
도서관마다 장서폐기 지침서가 있다. 보통 일정 기간(공공도서관의 경우 대개 3~5년) 대출 기록이 없거나 대출 빈도가 낮은 도서들, 그리고 여러 권 있는 도서가 우선 폐기 대상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장서 폐기에 흔히 MUSTIE 공식을 활용한다. 각 머리글자를 풀이하면 이렇다.

Misleading: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실제로 부정확한 정보를전하는

Ugly: 심하게 낡거나 수선을 했으나 이용자가 선뜻 손이 가진 않을 만큼 외관이 흉한

Superseded: 개정판 또는 주제를 훨씬 잘 다룬 책으로 대체된

Trivial: 문학적, 과학적 가치가 떨어진

Irrelevant: 과거에 잠깐 유행했던 관심사를 다루거나 공동체의 요구나 관심과 무관한

Elsewhere: 같은 자료를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 올 수 있거나전자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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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깜짝 손님 때문에 엄마 역시 자신의 복원할수 없는 사람이 떠올랐을 텐데, 여전히 무두질한 가죽처럼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복원할 수 없는, 복원하지않아도 되는 관계를 공유하는 우리는, 언제나처럼 이렇게 다디단 귤을 까먹으며 잘 지내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삶을 차지하는 당도의 비율이 높아져서 뭐든 괜찮아지는 날이 늘 것이다.
바라는 건 둘이도, 그 애도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P32

"영원한 사랑을 믿나요?"
나는 얼마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연 영원할까요? 불같은 것아닌가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려한 불길로 서로를 태우다가, 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잿더미를 지저분하게 뒤집어쓴 채 화려했던 불길을 평생 추억하며 사는것・・・・・・ 그게 보통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 아닌가요?"
웅녀는 내 잔에 담긴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사랑은 일종의 운명 같은 거예요. 오로지 나만이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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