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오하나가 떨어지던 밤.
오하나보다, 오하나의 손톱이 먼저 떨어졌다. 우리는 지하에서 기어 나와 떨어진 손톱을 주워 모았다.
손톱을 뒤따라 오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바로 알았다.
오하나가 죽었다는 것을 시체를 먹고 사는 것이 송장벌레이기에, 죽음의 냄새를 맡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약하고, 덧없고, 그러나 누구보다 강하게 고통을 견뎌온 아이가 죽었다는 것을.
이대로 놓아두면, 놈들이 이 아이를 태워 없앨 뿐이야.
고양이의 말에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될일이었다. 오하나를 괴롭게 만든 그 놈들이, 가족이란 이유 하나로 오하나의 죽음까지 마음대로 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저 미물에 지나지 않던, 각자 다른 생을 살고 있던 열 개의 생명들. 우리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오하나를 좋아한다는 것.
오하나는 우리의 주인이자 딸이었다. - P119
현지의 눈빛이 아련했다. 민유는 그녀의 표정을 분석했다. 그러자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현지의 감정은 기쁨이었다, 슬픔이었다, 두려움이었다, 다시 황홀함이었다. 민유는 어렴풋 연기라는 것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오류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