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깜짝 손님 때문에 엄마 역시 자신의 복원할수 없는 사람이 떠올랐을 텐데, 여전히 무두질한 가죽처럼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복원할 수 없는, 복원하지않아도 되는 관계를 공유하는 우리는, 언제나처럼 이렇게 다디단 귤을 까먹으며 잘 지내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삶을 차지하는 당도의 비율이 높아져서 뭐든 괜찮아지는 날이 늘 것이다.
바라는 건 둘이도, 그 애도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P32
"영원한 사랑을 믿나요?"
나는 얼마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연 영원할까요? 불같은 것아닌가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려한 불길로 서로를 태우다가, 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잿더미를 지저분하게 뒤집어쓴 채 화려했던 불길을 평생 추억하며 사는것・・・・・・ 그게 보통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 아닌가요?"
웅녀는 내 잔에 담긴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사랑은 일종의 운명 같은 거예요. 오로지 나만이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