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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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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리 북스 키친에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오거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 가족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흔적이 쌓이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어.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은 흔적에 기대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사랑의 흔적에 기대서 살아간다………. 와, 민세린 시인 다 됐네."
찬욱이 세린의 머리카락을 흩뜨리며 웃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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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리에게는 미국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엄마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면, 마리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하고 때로는 잘 삐지는 귀여운 엄마가 진짜 있는 것 같았다. 마리는 세심하고 집요한 시나리오 작가처럼, 자신의 인생 각본을 완성했다. 시나리오에서 설정한 장치의 세부사항을 외우고 인물을 상상하고 진짜로 존재한다고, 진짜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마법의 주문을 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마리는 생각했다. 지훈의 엄마를 떠올리면 한결 쉬워졌다. 그러면 믿어졌다.
놀랍게도, 허구의 세상을 가정하고 세심한 세공을 거친 거짓 이야기로 집을 지으면, 진짜 집이 탄생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인생은 어차피 진실과 거짓으로 엮어지는 게 아닌가. 거짓 속에 달콤하고 안락하고 뭔가 특별해 보이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 P136

마리와 함께할 때는 그저 우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떨어져 있어 보니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했다. 그리움은 눈치 없이 불쑥불쑥 문을 두드렸고, 기억은 단풍이 든 나뭇잎처럼 선명해졌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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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위쪽 세상에서는 북극성이 변치 않는 지표가 되잖아요. 절대적이고 변치 않는 기준처럼. 다들 그 기준을 따르는 게 정상적인 삶이라고 믿고 살죠. 그런데 적도 아래 세상에서는 정상의기준이 다르더라고요. 호주 브리즈번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전 생각했어요. 사막에 밤이 찾아와 길을 잃었을 때, 별이 이야기하는 방향은 각자 다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눈이 내린 산속을 헤맬 때,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찾겠지만 남반구에서는 희미한 남극성을 바라봐야겠죠. 도넛이 중간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게 당연하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넛은 원래 구멍이 없는 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산다는 기준이 꼭 하나는 아닐지도 모르는 거라고요."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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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순발력이 대단히 좋았다면 애초에 글을 썼을 리가 없다. - P36

이제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이성애적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자, 영환은 박탈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계속 그렇게 비틀린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작가로 살 수 있는 기한이 줄어들고 말 텐데………. 복수는 그렇게 세계가 대신해주는 걸지도 모른다. - P39

‘우리 다음에 서울 가면 여기 안 갈래요?‘
주소를 보니 이태원이었다. 외국인이면 다 이태원가고 싶어 하는 줄 아나!
하지만 사실 마리는 엄청 가보고 싶었다. 쪽지도 잡지도 탁상 달력 밑에 슬쩍 접어두었다.

늦봄에 마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소백산에서는 아니었지만 돌아가 소행성을 하나 발견했다. 반점 같은 크레이터가 많은 소행성이었기 때문에, 마리는 ‘살쾡이 클레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의 기원을 아는 사람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마리와 마리의 친구들만 알고 부른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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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질투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밤을 새우고 세상을 다 얻은 기분으로 신나 하고 내일이 없는 아이처럼 통곡하고 자신의 앞에 눈부신 폭죽이 펑펑 터지는 듯한 놀라움에 소리 지르던 계절은 흘러갔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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