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자격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김현규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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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든 아니든>


수능이 다가오면서 고등학교 정문 앞에 붙은 현수막을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 수능은 갈래길의 초입 정도인데, 어김없이 현수막은 수능만 치고 나면 나타날 꽃길을 응원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꽃길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야 하는 길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야 한다면 어느 길로 가든 힘든 순간은 올테니 그냥 받아들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수능 이후의 삶을 조금 더 살아보니 그렇다. 내가 꽃길이라고 선택했던 길도 힘들어 돌아갈 때가 있었고, 진창에 떨어진 것 같은 순간도 견디다보면 지나갔다. 섣부른 낙관도, 앞선 걱정도 없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진실된 위로를 받았다.


교사로서의 자존을 지키기 힘든 이 시기에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편견 섞인 말을 듣고 경력에서 차별을 당하는 저자의 글에서 부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꽃길이든 아니든 받아들이고 자신이 맡은 교육에 최선을 다한다. 책 날개에 쓰인 것처럼 '수업 결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을 지원하는' 기간제 교사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 제목처럼 '교사의 자격'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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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수업놀이 : 디 에센셜 - 나승빈 선생님의 지속가능한 교실 속 놀이 이야기
나승빈 지음 / 맘에드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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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빈 선생님의 놀이 컨텐츠는 갑자기 뜨는 시간이 생기거나 학습 내용을 놀이를 통해서 연습하고 싶을 때 꼭 찾게 된다. 대단한 준비물이 없어도, 수업 시작하기 전에 쑥 훑어봐도 바로 할 수 있는 활동들로 가득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다시 만난 수업놀이: 디 에센셜>은 놀이 방법 뿐만 아니라 활동 후 성찰한 내용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활동으로 이끌 수 있는지 팁을 제공한다. 이전의 다른 책들에 과정마다 사진이 있고 놀이 방법이 더 자세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직관적인 사진 한 장과 놀이 방법이 간략하게 수록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다양한 놀이 관련 도서를 보았던 덕분에 이정도 설명으로도 활동 방법이 잘 이해되었고, 확장 팁이 있어 더 유용하게 느껴졌다.


늘 고학년만 맡다가 저학년을 처음 지도하면서 활동 난이도를 조절할 때마다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데, 저학년/고학년/전학년 표시된 것을 보고 검증된 활동을 쓰기에 편리하다. 앞으로 <다시 만난 수업놀이: 디 에센셜>과 함께 더욱 즐거운 활동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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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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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은 내가 가장 친밀감을 갖는 작가다.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상영아!”라고 부를 것만 같아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 8월에는 부산에 방문할 예정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정말 긴장해야 한다.

그를 내적 친구로 삼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우리는 동갑이다. 그가 졸업한 대학, 그것도 같은 학부에 합격하여 동기가 될 뻔했으나, 집안 어른들의 사립대 불가론을 이기지 못하고 그가 떠난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구의 특성을 4년간 속성으로 터득한 덕분에 그가 진저리치는 포인트 하나하나 공감할 수 있고, <1차원이 되고 싶어>의 무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게다가 나도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교지 편집부를 했던 이력이 있다. 이번 에세이에서 교지 편집부 동기들과의 여행 이야기를 보며 혼자서 저 멤버에 내가 있을 수도 있었을까 생각하면 괜히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내적 친밀감이 아니라 내적 질척임이네.) <믿음에 대하여>를 읽었을 땐 어느덧 경력직으로 성장한 우리 또래 이야기를 읽으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작가가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에 무섭게 좋아요를 누르는 팬으로서, 이번 에세이는 그 사진들의 뒷이야기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여러 도시와 나라를 오간 흔적, 아름다운 가파도 생활 사진을 보며 성공한 작가의 삶에 진입한 것을 축하하면서도, (가까운 적 없었던)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지나 내심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그 못지않게 마음이 꼬인(!) 그의 애독자로서 이 책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가 가파도에서 각종 동물들과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었을 줄이야. 허균문학작가상 시상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까지 강릉을 향해 목숨을 건 운전을 했을 줄이야. ‘역시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구나!’ 하며 신나게 이야기를 읽었다.

하지만 눈물을 닦고 농담을 던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가. 나는 에세이를 비롯해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쓸 때 실수와 잘못, 비뚤어진 마음 따위를 쉽게 글로 옮기지 못한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등감은 굳이 말하지 않고 글로 쓰지 않아도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아채겠지만, 그럼에도 숨길 수 있는 데까지는 숨기고 싶다. 물론 작가는 무엇이든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하다보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마음을 솔직한데다 재미있게 써내려가는 박상영의 글을 읽다보면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다가 플래그를 붙여 놓은 부분은 김연수 소설가와 이금희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그가 이렇게 좋은 어른들을 만나 ‘감정의 경제성’을 배워가는 모습도 멋졌다. 아쉽게도 내 곁에 그런 어른은 없었지만 이 책 덕분에 바람 한 점에도 휘청대는 내 마음을 다잡아줄만한 문장들을 주워 담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삶은 지나온 과거나 먼 미래에 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지나간 일에 머무르지 않는다. (...) 지금 좋으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러다 인연이 다 되면 또 후회 없이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삶. 미움과 슬픔뿐만 아니라 후회, 비뚤어진 애착과 같은 감정들도 선생님의 사전 속에는 들어갈 일이 없을 것만 같았다.“(239쪽)

나 또한 올 한 해를 쉼 없이 보내고 있다. 신변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정신없이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다보니 벌써 7월 중순이 되었다. 사실 지금도 가구가 덜 들어온 새 집에서 이사를 마치고 부엌 조리대에 노트북을 놓고 글을 쓰는 중이다. 다행히 2주 뒤에 방학이 온다. 이번 방학엔 어디론가 여행을 가려는 계획도 없다. 오랫동안 여행과 휴식을 착각하며 살아온 또 다른 인간이 올 여름에는 과감히(!) 집에서 정말 푹 쉬어보려고 한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 책을 다시 한 번 펼쳐보며 휴식의 순도를 높여봐야겠다.

#순도100퍼센트의휴식 #박상영 #인플루엔셜 #에세이 #여행 #휴식 #책스타그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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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북멘토 그림책 13
조수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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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새로운 존재가 가족으로 들어올 때 첫째가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일까. 그 마음을 모빌로 시각화해서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처음에는 '우리 셋' 옆에 낯선 존재가 다가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가 그 존재와 더 가까워지고 나는 혼자 따로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균형이 맞는 가족의 모습이라는 게 더 화가 난다. 


결국 첫째는 태양(동생을 나타내는 빨간 모빌)을 떼어내버린다. 태양이 사라진 것처럼 예전처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본다.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곧 모빌이 망가져버린다. 가족의 균형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동생을 부정했을 땐 가족 전체가 힘들어진다는 걸까. 다시 동생을 보살피고 모빌을 바로잡게 된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온전히 누릴 수 없지만 대신 동생이라는 평생 친구가 생겼다는 걸, 그리고 지금 겪는 그 마음을 다른 첫째도 똑같이 느낀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동생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첫째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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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지음 / 곰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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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기괴한 표지의 책을 받아들었다. 그림 속 여성들이 모두 같은 가면을 쓰고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마치 여태까지 들어왔던 옛이야기 속 여성들처럼 기득권이 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새롭게 소개된 옛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삶처럼 가면 속 여성의 얼굴 또한 사실은 모두 다를 것이었다.

원치 않는 혼인을 하고, 착취의 대상이 되고, 탓을 돌릴 죄인이 되는 것이 옛 이야기 속 여성의 삶이었다. 교훈을 주기 위해 표백된 이야기들에서 여성은 그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이야기 속 여성들은 달랐다. 지혜가 빛났고 생명력이 펄떡였다. 그냥 당하고 살지 않으며, 누구의 딸이나 아내, 어머니로만 살지 않았다.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누구에게만 좋을 교훈으로 사건이 가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부당함에 맞서고 이야기의 원본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지금 이 시기에 옛이야기 속 여성 서사를 다루는 책이 나온 것도 고무적이다. 마치 이 이야기들이 현재의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다.

작가는 하고자 하는 말을 애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제목만큼이나 선언적이고 전복적인 말투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통쾌했다. 앞으로도 싸우는 여성, 욕망하는 여성,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여성에 대한 통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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