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기괴한 표지의 책을 받아들었다. 그림 속 여성들이 모두 같은 가면을 쓰고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마치 여태까지 들어왔던 옛이야기 속 여성들처럼 기득권이 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새롭게 소개된 옛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삶처럼 가면 속 여성의 얼굴 또한 사실은 모두 다를 것이었다.원치 않는 혼인을 하고, 착취의 대상이 되고, 탓을 돌릴 죄인이 되는 것이 옛 이야기 속 여성의 삶이었다. 교훈을 주기 위해 표백된 이야기들에서 여성은 그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이야기 속 여성들은 달랐다. 지혜가 빛났고 생명력이 펄떡였다. 그냥 당하고 살지 않으며, 누구의 딸이나 아내, 어머니로만 살지 않았다.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누구에게만 좋을 교훈으로 사건이 가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부당함에 맞서고 이야기의 원본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지금 이 시기에 옛이야기 속 여성 서사를 다루는 책이 나온 것도 고무적이다. 마치 이 이야기들이 현재의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다. 작가는 하고자 하는 말을 애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제목만큼이나 선언적이고 전복적인 말투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통쾌했다. 앞으로도 싸우는 여성, 욕망하는 여성,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여성에 대한 통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