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로 알 수 있는 세계
마이크 파하르도 지음, 최유정 옮김 / 키다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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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학생들에게 늘 눈치 챙기라고 말하곤 했던지라 이 책이 매우 흥미로워 보였다. 책은 비언어적인 요소가 의사소통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1999년생 배우이자 인플루언서답게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게 타인과 소통하는 적절한 방법, 키스하는 방법, 프로필 사진을 잘 찍는 방법까지 차근차근히 일러준다.

책은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에 큰 비중을 두었는데, 이미 성인인 나에게도 기억해둘만한 내용들이 꽤 많았다. "될 때까지 그런 척이라도 해. Fake it til' you make it." 이라는 말도 좋았다.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드러내는 태도를 취하라는 말이다. 긴 시간동안 나는 이런 류의 긍정 만능주의 자기계발서를 내심 무시했다. 세상에 비판할 건 많고, 마냥 긍정적인 모습은 속없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살아보니 비관적인 태도보단 긍정적인 태도가 성취의 유무와는 상관 없이 훨씬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일이 안 풀려도 풀리는 척을 하다보면 진짜 풀릴 수도 있지만, 일이 안 풀린다고 죽상을 하고 있으면 그걸로 끝인 거다.

면대면 소통이 점점 줄어들고 마스크 속의 표정을 못 본 시간들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많을 것이다. 섬세하고 사려깊게 쓰인 이 책을 통해 눈치를 챙기고 사회 생활에 도움을 받는 독자들이 많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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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남장 여행가 김금원 - 예술+문화 2 역사 인물 돋보기
신혜경.김용심 지음, 김병하 그림 / 보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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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약 200년 전 이 땅의 여성은 지금보다 훠어어어어어얼씬 더 억압된 삶을 살아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순응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어도 억울한 순간이 있을 법한데, 총명하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사람이라면 더 괴로웠을 것이다.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장을 한 채 여행을 떠나던 순간 김금원의 두려움과 설렘은 얼마나 컸을까.

소실의 자제로서 차별받고 살던 삶, 예술을 하기 위해 신분을 종단하여 기생을 선택한 것 모두 한 성별에 대한 사회 시스템이 공고히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재능을 펼쳤던 김금원의 삶에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보인다. 그 점을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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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요리 연구가 장계향 - 예술+문화 1 역사 인물 돋보기
신혜경.한민혁 지음, 김병하 그림 / 보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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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향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식문화를 연구한 인물임에도 후대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데는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가 클 것이다. 그의 삶 또한 같은 이유로 방향을 튼 흔적이 보인다. 일찍이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고, 학문과 시, 그림에 뛰어났지만 여자의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어머니에게 음식 만드는 일을 배웠다. 그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글과 그림에 미련이 남았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그 점이 궁금했다.

이 책은 그런 개인의 고뇌까진 담아내지 않지만, 부모의 가르침을 잘 소화해낸 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여성의 성취가 담겨 있다. 자신이 처음 배웠던 문학적인 글은 아니더라도 요리법으로 끝내 자신의 책을 펴낸 끈기와 긍지가 놀랍다.

장계향의 삶과 더불어 수록된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 소개 글이 알차다. 사회 교과 수업을 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거나, 조사 과제를 할 때 해당 내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나 어린이들을 위해 유익한 책을 펴내는 보리출판사가 ‘역사 인물 돋보기’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 알려지지 않은 여성 인물들을 재조명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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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5.02 - Vol.128, 2025 쿨투라 어워즈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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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를 받아본 첫 느낌은 다채로움이었다. 시,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공연까지 소개되어 있어 지금 이 시기의 문화 전반을 훑어보기 좋았다. 티모시 샬라메의 새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인터미션이 있다고 들어 궁금한 <브루탈리스트>의 포스터를 비롯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눈에 익은 배우들의 사진도 보여 반가웠다.

그럼에도 손이 가는 것은 소설 쪽이었다. 2025 쿨투라 어워즈 오늘의 소설 <좋아하는 마음 없이>를 쓴 김지연 작가를 알게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작품은 따로 실려 있지 않아 문장웹진에 접속해 소설을 읽고 인터뷰를 읽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 안지만큼이나 작가의 생각과 말들도 꾸밈 없고 담백했다. 독자가 이 소설을 읽고 무언가를 느끼길 바라기 보다는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안지의 과거가 불행만으로 가득차있진 않겠지만, 불편한 관계 또는 순간으로부터 멀리 나아가 ‘좋아 죽을 것 같은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한때를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결말이 참 좋았다.

제19회 쿨투라 신인상 소설 부문을 수상한 정서현 작가의 <믿는 기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대명사로 대치되지 않고 반복해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김문영과 유수원을 결국 외우게 되었다), 물고기가 나오는 꿈(또는 현실), 휴가비 봉투 등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장치들이 많았다. 작품에 관한 해설이나 인터뷰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여성 주인공이 혈연으로 이루어진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며 살아간다. 나 또한 스스로 선택한 새로운 가족 안에서 좀 더 나 자신으로 살게 되어서인지 이 인물들에게 애정이 갔다. 많은 예술 작품에서 가족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나아가길 기대한다.

쿨투라 2025년 2월호를 통해 현재를 관통하는 문화의 흐름을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3월의 테마는 ‘K-뮤지컬‘이라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내 머릿속을 잠식한 쥐롤라 사라져…) 앞으로도 깊이 있는 문화 소식을 쿨투라를 통해 접할 수 있길 바란다.

📚쿨투라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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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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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한숨을 쉬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몸이 낡고 지쳐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곧장 변명을 한다. 아, 한숨이 아니라 큰숨이에요.

뜨거운 탕에 들어가거나 따뜻한 차를 마실 때, 자리에 앉거나 일어설 때 언제부턴가 “아이고“ 소리는 필수 추임새가 되었다.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 이 소리가 없이는 위의 행동들을 수행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게다가 요즘 종종 하려던 말을 내뱉기 직전에 잊거나, 5회째 보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 배우의 이름을 까먹고 있다. 30대 후반, 내 노인력은 상승하고 있다.

작가는 노인력을 ‘마이너스의 힘’이라고 정의한다. 늙음으로써 쓸모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최근에는 10년 전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자주 생각하지 않고 시간도 지나다보니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내게도 노인력이 발현되었다 생각하니 괜히 뿌듯했다. 잊기 힘든 것도 노인력을 동원하면 잊을 수 있다. (물론 기억하고 싶은 것도 같이 잊어버리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전력이 아니라 적당한 힘으로 쳐야 득점 가능할 때 “노인력을 발휘해”라고 말하면 된다는 용례를 읽고 이 힘이 전 세대에 걸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글 끝에 함께 실린 노상관찰 사진에서 사물들이 보여주는 노인력도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런 유머를 곁에 둔다면 드문드문 내게 나타나는 노화 현상도 조금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노인력 #안그라픽스 #아카세가와겐페이 #서평 #북스타그램

📚안그라픽스 @ahngraphics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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