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 실화를 바탕으로 영혼의 싸움터를 추적한 르포
폴 김.김인종 지음 / 마름모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건강한 가족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배우자를 의심하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무지해 단순히 ‘귀신이 들었으니 기도를 하자’거나 ‘이 아이는 원래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다’라고 치부할 경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뇌의 한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는 기도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놓쳤을 때, 안타깝게도 그 존재 또한 잃게 된다.

뇌질환 치료는 의지로 되지 않는다. 적절한 약물 치료와 전문가의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 위염에 걸렸을 때 내 의지만으로 계속 음식을 먹는다고 병이 낫지 않는 것과 같다. 가까운 사람의 말과 행동이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면,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자기애성 인격장애(NPD: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내 삶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사례에서는 저자의 개입으로 회복된 가족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 그런 자원이 없다면 그저 그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도 해답이 될 것 같다. 그들이 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민이나 책임감을 느껴 떠나지 못하는 것은 서로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저자는 책 속에서 “정신질환은 착하고 똑똑한 청년들이 많이 걸립니다. 남에게 스트레스나 미움, 분노를 풀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다 감당하고 참고 지내다가 뇌기능장애가 오는 겁니다.”라고 수차례 말한다. 부모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자란 자녀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고, 실패하더라도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위로받고 지지받는 경험을 통해 사람은 성장한다. 젊은 층 사이에서 정신질환이 급격하게 늘어난 현재,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마름모출판사 #도서제공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박진영.신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예전에는 가죽 점퍼를 입기도 했고, 지금도 여전히 가죽으로 된 가방과 운동화, 울 스웨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가죽과 털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이후로 동물성 재료를 쓴 옷과 악세서리를 새로 구입하지 않는다.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리면 또 다른 걸 사야하니까 잘 관리해서 오래 쓰려고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동물로부터 재료를 얻는 잔인한 과정뿐만 아니라 가죽과 털을 옷감으로 만들 때 사용하는 화학 물질로 인한 환경 문제, 옷을 만들기 위해 위험한 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해보았다.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 위에 꽉꽉 채워진 내 옷장이 있었다.

재생원사나 식물성 가죽 등 다양한 대체제가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하지 않은 옷을 사지 않는 것이다. 한번은 실과 시간에 페트병으로 실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소개했더니 어떤 학생이 “그럼 페트병을 계속 써도 되겠네요!”라고 했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들 기술이 있으니 인간은 계속 이 소비 방식을 유지해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술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듯 이제 그 의지는 무엇을 하기보다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 동물의 털, 가죽을 이용한 제품을 사지 않기, 충동구매하지 않기, 일회용 페트병 사지 않기, 배달음식 시키지 않기. 하는 것은 쉽고 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

누구도 해치지 않는 옷은 없다. 폴리에스터도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유기농 면을 만들 때도 많은 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옷을 안 입을 수도 없다. 생명과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옷을 오래 입어야겠다.

📚창비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서평 #지구를살리는옷장 #낫아워스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려진 페트병의 놀라운 변신 - 에코 소셜 액션 생각이 커지는 생각
시그문드 브라우어 지음, 이경희 옮김, 박민희 그림 / 책속물고기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캡틴 에코 저스틴은 자나 깨나 친환경 생각 뿐이다. 어떻게든 환경에 덜 해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골똘한 모습이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 지퍼백을 재사용하고 배설물을 자연퇴비로 활용하는 모습 등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유난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 이 시대에 모두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일들이다.

저스틴은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자기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가가 도움을 청한다. 마지막에 페트병 온실을 만들때면 온 마을 사람들이 ‘저며들어’ 있다. 저스틴 같은 친구가 있다면 학교 생활도, 친환경 생활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서구권(?) 창작 동화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모험적인 주인공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반갑다. (한국의 어린이들이여, 학원과 숙제, 스마트폰 이야기로부터 해방되어라!) 등장인물들의 서구식 유머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우리가 외화 드라마에 나오는 농담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에코 소셜 액션’이라는 소개에 걸맞은 내용이며, 글자가 크고 이야기가 길지 않아 저학년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텔 해운대
오선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산 사람이 읽은 호텔 해운대]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오선영 작가의 책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 도시에 살아오면서 내가 생각하고 느껴온 것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표제작 「호텔 해운대」의 두 주인공이 호텔 테라스의 바다를 보며 느끼듯, 해운대는 욕망의 끝을 보게 한다. 해수욕장을 둘러싸고 경쟁하듯 쌓아올린 높은 건물들을 보면 바다를 보며 탁 트였던 마음이 다시 답답해져온다. ‘오션 뷰’를 두고 어디까지 장사를 할 건지 자본가들을 경멸함과 동시에 평생 일을 해도 저 건물의 창문 하나 얻지 못할 거라는 열패감에 싸인다. 호캉스 준비를 아무리 완벽하게 해가도, 심지어 해운대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도 주인공들과 나는 그곳에 속한다고 느낄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해운대구에 살지만 해운대에는 잘 가지 않는다. 휴가철엔 더더욱.

「다시 만난 세계」와 「바람 벽」에서는 여성 인물들에게서 동질감이 들었다. ‘집안 사정’으로 퉁쳐지는 지방 국립대 입학, 서울에서 공부하고 취직한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끊임없이 찾는 플랜B, 안정적인 삶은 얻었지만 여전히 남는 미련, 서울에 다녀오는 길에 느끼는 소외감. 서울을 떠올릴 때 들었던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었다. 「다시 만난 세계」에 나오는 안티페미니스트들의 마녀사냥, 「바람 벽」에 등장하는 중견 작가의 혐오 발언까지 사실적인 이야기 전개에 함께 분노하며 읽어 내려갔다.

「후원명세서」는 머리를 땡-하고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Z세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통쾌했다. 어린 시절 (그놈의) 집안 사정이 안 좋을 때 필요한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 체화되었다. 어차피 말해도 가질 수 없으니까. 나 또한 결핍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다. 그런 나의 공식을 깨뜨리는 상대방을 보고 느낄 충격은 상당할 것 같다. 나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있고, 말해도 된다는 걸 정말 오랜 시간 끝에 깨달은 주인공 윤미를 안아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노란상상 그림책 87
고정순 지음 / 노란상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덮고 서평의 첫 문장을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하나 생각하며 이 책의 리뷰를 찾아보다 “조금 불편해져요”라는 문장을 보았다. 불편에 대해 생각해본다. 왜 불편한가? 그림책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면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죽은 백혈병 노동자를 마주하는 것이 불편한가? 배달 사고로 죽은 청년 노동자가 있건 말건 30분 내로 음식이 오지 않는 것이 불편한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걸 때마다 갑질을 했는데 현장실습을 하다 죽은 어린 노동자가 묘사된 것이 불편한가?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잠깐 느끼는 불편과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때 느끼는 불편과 불안, 절망감을 비교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을 손에 받아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불편에서 그 감정이 그쳐선 안 된다. 분노와 미안함으로, 나아가 뭔가를 바꾸려는 마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간을 돌이켜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쥐를 몰아낸 값을 줄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피리 소리가 나지 않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림책이다. 이 모든 잘못은 어른들에게 있으므로, 이 책은 어른들이 보아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